위의 발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 30여 명과 자택 부근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면서 한 말이다. 그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감정에 북받쳐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고, 참석자들은 이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격정에 찬 직설화법 전문 발언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반드시 지는 길'도 제시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망한다. 모든 사람이 나쁜 정치를 거부하면 나쁜 정치는 망한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한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최근 정국과 관련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민주주의의 위기가)너무 급해졌다. 기가 막히다"고 탄식한 뒤,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예시로 들었다.
"폭력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해도 결과가 나쁘다. 인도의 간디는 영국과 싸울 때 비폭력으로 했다. '비폭력 비투쟁'이 아니라, '비폭력 전력투쟁'으로 했다. 투쟁해야 하지만 폭력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쟁을 안 하는 것이 낫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
그는 이어 "모두가 어떤 형태든 자기 위치에서 행동해서 악에 저항하면 이긴다"며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끌려가고, 여기저기서 그렇게 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현 시국 극복 방법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라면서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중도 실용과 서민 행보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이라며 "백성의 힘은 무한하고 진 일이 없다, 저항하지 않고 굴복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머지않아 남북관계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정부와 여당 내에서 위험한 소리가 있는데 조상과 후손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25일 오찬 발언 |
내가 요즘 밤에 잘 때 내 아내와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예수님!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남북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이제 나는 늙었습니다. 힘도 없습니다. 능력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습니다. 걱정이 많지만 저는 힘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제가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저희 내외를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잠을 잔다. 정치·경제·남북관계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민주정부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급해졌다. 기가 막히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이기는 길도 있고, 또한 지는 길도 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반드시 지는 길이 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망한다. 모든 사람이 나쁜 정치를 거부하면 나쁜 정치는 망한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한다.
폭력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해도 결과가 나쁘다. 인도의 간디는 영국과 싸울 때 비폭력으로 했다. '비폭력 비투쟁'이 아니라, '비폭력 전력투쟁'으로 했다. 투쟁해야 하지만 폭력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쟁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간디는 집회 나갔다가도 폭력을 쓰면 돌아왔다. 폭력을 쓰면 다수가 모이지 못하고 그 자체로서 도덕성도 없다. 영국이 인도 총독부를 통해 소금을 비싸게 팔자 그것에 반대해 해안가로 가서 직접 소금을 구어 자급자족하자 영국이 굴복했다. 영국이 광목을 비싸게 팔자 직접 물레질을 해 베를 짜 옷을 지어 입자 영국이 굴복했다.
이렇게 민심이 돌아가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비폭력으로 성공해 미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폭력을 쓰면 더 큰 폭력을 유발한다. 그 책임은 폭력을 쓴 사람이 지게 된다. 자기들 폭력은 적당히 넘기고 우리 쪽 폭력을 쓴 사람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게 된다. 그래서 폭력은 순리의 길도 아니고 계산상으로도 맞지 않다.
모두가 어떤 형태든 자기 위치에서 행동해서 악에 저항하면 이긴다. 적당히 하면 진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폭력 투쟁을 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끌려가고, 여기저기서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최근 보수에서 중도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이다. 백성의 힘은 무한하고, 진 일이 없다. 저항하지 않고 굴복만 하면 안 된다. 농노들이 5-600년 동안 노예로 살았지만 노동자들은 2-300년만에 정권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이 각성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하면 빨리 오고, 외면하면 늦게 온다.
내가 나이 먹고 힘도 없어 일선에서 나서서 일할 처지는 못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지만 마음으로 여러분을 격려하고, 여러분이 잘 할 수 있도록, 성공의 방향으로 가도록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여러분은 연부역강(年富力强 :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함) 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민주화, 서민경제, 남북화해를 위해 힘써 달라. 남북관계와 경제는 풀릴 것이다.
머지 않아 남북관계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확고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민족끼리 절대 전쟁해선 안 된다는 것을 굳게 지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위험한 소리가 있는데 조상과 후손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다.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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