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95호] 2009년 07월 06일 (월) 09: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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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 ‘돈 삽질’의 비밀 |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MB는 돈을 만져본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나라의 재정을 통째로 쥐락펴락한다. 그 힘으로 건국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을 벌인다. ‘4대강’의 돈줄은 어디일까? 전국에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박형숙 기자 phs@sisain.co.kr
30조원은 얼마나 큰돈일까? 올해 우리나라 예산은 300조원(추경 포함). 그것의 10%에 해당하는 돈인데 그 정도면 10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에게 연봉 3000만원짜리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꼭 그만큼의 돈이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살리기’에 들어간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비는 22조2000억원. 하지만 그보다 더 들 것이라는 예상은 여당에서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발표하지 않은 사업이 더 있다”라며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예산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대강 사업비에 대해 13조9000억원이라고 했다가 6개월 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는 8조원 이상을 늘려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지방의 개발 건의사항이 늘었다”라고 밝혔듯이 앞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감춰진 사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만 해도 정부가 발표한 16개에서 6개가 추가로 발견되었고(오른쪽 지도 참조), 수질개선 비용이 책정되는 과정에서 2조7000억원이 누락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은 ‘돈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부자 감세’로 세원은 줄고 불황 여파로 세수도 줄어드는 데다 4대강 살리기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면서 쓸 데는 많고 들어오는 돈은 줄어든 상황. 그렇다고 늘어나는 국가 채무(366조원)로 한 해 이자만 16조원에 달하는 마이너스 재정 형편에 빚을 늘릴 수도 없는 처지다. 정부가 4대강 사업비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것은 그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기존의 사업을 줄여서 4대강 사업비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내년도 4대강 예산은 6조9500억원. 총대는 4대강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멨다. 6조2000억원을 국토해양부가 자체 조달하고 환경부·농림식품부가 각각 2500억·7500억원을 보태는 식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돈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서 동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2009년 SOC 예산(24조원)의 25∼30%에 이르는 수준. 지방은 난리가 났다. 각 지자체가 국비로 추진해온 도로·철도·항만 등 시설투자 사업비가 대폭 깎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23일 국토해양부는 16개 광역 부단체장을 상대로 비공개 회의를 열어 국토해양부 SOC 예산의 감소로 도로 예산 등에 국비 지원이 줄어들 것이니, 신규 사업을 억제하고 마무리 사업 위주로 지원할 것이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그 결과 울산시는 2010년 SOC 예산으로 신청한 2360억원 중 1411억원만 반영(60%)되었고, 광주시는 1415억원 중 973억원(69%)이 반영되었다. 지자체는 난감한 처지다. 광주시의 국도 49호선(본덕∼임곡) 사업은 내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당초 2008년 완공 목표일보다 3년 지연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재연장할 경우 투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게 뻔하다. 이런 사정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도시철도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토부가 관련 예산을 41% 삭감하기로 하면서 인천시는 2호선, 대구시는 3호선 건설 사업비를 국고에서 절반 수준 지원받는 데 그쳐 완공일까지 큰 차질을 빚게 생겼다.
4대강 혜택의 빈익빈 부익부
여느 해보다 올해는 기획재정부의 예산담당실의 문지방이 닳고 닳았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 등 온갖 인적 네트워크를 대동한 지자체의 ‘로비 전쟁’이 치열하다. 당적도 초월한다. 시·도 단위로 똘똘 뭉쳐 단체장과 여야 의원들은 관계 부처를 압박한다. 6월30일까지 부처별 예산안이 올라오면 기획재정부가 이를 종합해 9월 중으로 국가 예산안을 확정짓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그 전까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세목을 설정하거나 독자 징수를 할 길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비 예산이 줄어들 경우 빚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가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고려 중이다.
돈의 재분배 효과가 다르다는 얘기다. 중앙부처에서 내려가는 지방교부금은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균형재원의 성격을 띠는 반면, 4대강 사업은 지방 재정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 영호남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낙동강에 투입되는 본예산은 9조8000억원인 반면, 영산강은 2조6000억원으로 58% 대 15.4%의 비율로 치우쳐 있다. 특히 강원도와 전라북도의 소외감은 더하다. 한강 살리기 사업(2조원)에 일부 포함되어 있는 강원도의 경우, 감세정책으로 지방세수가 줄어든 데다 4대강 사업비 재정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국비 지원 감소로 이중고를 겪는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누릴 수 있는 도내 건설경기 효과도 극히 미미한 실정이라 득보다는 실이 많다.
지난 6월19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국 최초로 4대강 사업에 착수한 낙동강 안동2지구를 방문했다. |
2010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따르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정과제 위주로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재량 지출’ 사업비뿐만 아니라 법정 비용인 ‘의무 지출’도 법 개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줄이라는 방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 재량적 지출은 총액 대비 10% 이상 구조조정을 기본으로, 사업에 따라 100% 삭감도 고려하라는 지시였다. 4대강에 직접 관련된 부처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었다. 복지·여성·교육 등 ‘비토목’ 분야도 세출 다이어트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10% 구조조정’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재량지출에 해당하는 사업인 결식아동 급식지원금(432억원)이 삭감되면서 아동 1만6000명이 무료급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 분야의 지출은 대부분 연금·건강보험과 같은 경직성 비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의무 지출에 대해서도 중복 수혜나 부정수급자 등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검토해 예산 낭비를 줄이라고 지시한 만큼, 장애수당의 수급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의무 지출에 해당하는 장애수당은 중·경증 장애인 50만명에게 각각 13만원, 7만원씩 생활비가 지원되는 제도다. 물론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6월30일 각 부처는 내년도 구조조정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어떤 예산을 얼마나 줄였는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0월, 전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조정에 조정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은 파워게임이다. ‘센 놈’이 많이 가져간다. 2009년도 전체 예산에서 전년도 대비 교육 부문은 8.9%, 복지 부문은 17% 증액된 반면, 국가 하천정비 사업은 202% 증액되었다. 4대강 사업이 본격 시행될 2010년, 2011년이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돈줄은 ‘사람’이 아닌 ‘강’을 따라 흘렀다.
4대강을 따라 1200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도 깔리게 된다. 오른쪽은 자전거 축전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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