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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운하’ 불씨는 품은 채 ‘4대강’ 밀어붙이기 (경향신문090629)

by 마리산인1324 2009. 6. 29.

 

<경향신문> 2009-06-29 18:21:1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291821155&code=910203

 

 

 

‘운하’ 불씨는 품은 채 ‘4대강’ 밀어붙이기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

 

 

ㆍ과도한 준설·보 설치…‘운하 사전작업’ 논란은 계속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임기 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포기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정례 라디오연설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4대강 살리기는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이 아니냐’는 질문을 거론한 뒤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 대신 꺼내든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대운하 전단계’라는 비판은 여전하고, 이 대통령도 대운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대운하를 ‘없던 일’로 하는 ‘백지화’가 아닌 ‘임기 내 포기’로 여지를 남긴 것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의 발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 내 대운하 포기 선언은 대운하를 ‘미루는’ 대신 다른 국정과제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민심’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4대강 정비사업의 추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보 설치와 강 바닥 준설 문제 등으로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비판이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확산되면서 현재 4대강 정비사업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환경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새삼 ‘국론 분열의 위험’을 이유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에서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강을 이대로 둘 수는 결코 없다”며 4대강 정비사업의 ‘실익’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4대강 살리기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적으로도 호남에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운하 포기를 선언한 것은 ‘의심 바이러스’로 (4대강 사업의)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8일 22조원을 투입하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공개했지만,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대운하 사전작업”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강 바닥을 일정 깊이로 파내고, 곳곳에 보를 설치하면 한반도 대운하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운하 포기를 통해 비판여론에 ‘귀’가 열려 있음을 보여주고, 민심을 얻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지도 제고로 연결시키겠다는 기대도 했음직하다.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촛불 정국’과 ‘서거정국’으로 떨어져나간 수도권, 30·40대 등 이른바 ‘산토끼’들을 재결집시키고, 그 결과 국정 장악력을 높여 미디어법 등 다른 ‘핵심 과제’들의 추진동력을 확보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대운하 포기를 ‘결단’으로 자평하면서 소통과 국민통합 차원이라고 강조한 데서 짐작이 가능하다.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