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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프랑스의 대안적 소비운동 아마프(AMAP) (시사IN 제94호)

by 마리산인1324 2009. 7. 3.

 

<시사IN>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5

 

 

 

자연을 존중한 생산 책임을 동반한 소비

 

프랑스에서 지역 농부와의 직거래로 농부를 돕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받는 대안적 소비인 아마프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비하는 삶’인 아마프 운동의 현장을 취재했다.
[94호] 2009년 06월 29일 (월) 11:52:34 파리·최현아 편집위원

 

아마프 운동으로 선 장에 나온 채소는 비뚤어진 호박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풍요로운 시대는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소비를 조장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지구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서 소비를 새롭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이제 단순히 소비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잘 쓰는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프랑스의 ‘아마프 운동’은 지역 농부와의 직거래로 농부를 돕고 신선한 농산물을 그 대가로 받는 대안적인 소비 운동이다.

길 한 모퉁이에 30여 명이 웅성거리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다. 약속 시간 6시를 넘기고 30분이 지났기 때문이다. 얼마 후 기다리던 트럭이 도착했다. 트럭 안에는 갖가지 채소를 담은 상자가 가득했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채소 상자를 하나씩 나르기 시작했다. 그들 가운데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얼굴이 검게 그을린 중년 남자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도 그가 농사꾼임을 알 수 있었다. 장 뤽 바스티앙 씨다. 그는 파리에서 140km 떨어진 파리 북쪽 지역 보베 근처에 사는 농부로 매주 이곳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를 보급한다. 오늘 배급할 채소는 가지 샐러드 호박 근대 오이 양배추 등이다.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규격화되고 미끈하게 잘빠진 형상이 아니다. 삐뚤하고 제멋대로 자란 채소의 모양이 오히려 파리지엔에게는 신기한 볼거리다.

   
채소 상자를 골목 모퉁이에 일렬로 세우자 순식간에 작은 시장이 들어선 것 같다. 상자를 옮기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 준비한 시장 바구니에 채소를 담기 시작한다. 이들은 파리 20구의 멜리몽탕의 아마프(AMAP) 회원이다.

아마프는 지역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협회다. 협회는 대형화·산업화한 농업 구조에서 소규모 생산자를 돕기 위해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원(소비자)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자신들이 소비할 채소 및 과일 값을 선불로 지불한다. 채소 배급은 보통 5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계속된다. 가격은 바구니 종류에 따라 다른데 바구니당 보통 16유로, 반 바구니는 8유로다. 선택한 바구니와 기간에 따라 계산된 회원들의 선금은 지역 농부들에게 일정한 수익금으로 투자되어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돕는다. 소비자들은 그 대가로 매주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아마프는 상업적 소비가 아니다”

아마프의 운영은 지역 단위로 이뤄진다. 지역 그룹별 아마프 회원은 근교 생산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계약 내용을 보면 채소는 매주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배급돼야 한다. 채소 바구니 구성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결정하며 살충제, 유전자 조작(GMO)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제철 상품이다. 이 시스템은 1950년대 일본에서 시작돼 2000년대부터 프랑스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 지역별 그룹 아마프 수는 1200개. 그 중 파리지엔의 참여가 가장 활발하다.

   
위는 아마프에 채소를 공급하는 농부 장 뤽 바스티앙 씨.
파리에서 가장 대중적 동네인 20구의 멜리몽탕에 아마프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가입 회원 수는 78명으로 거의 꽉 찼다고 한다. 회원은 주로 30~40대이고, 중학교 교사, 색소폰 연주자, 문화센터 사회자 등 다채롭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 농부를 돕고 싶어하고 자연을 닮은 소비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3년째 아마프에 가입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올리비에 씨는 “대규모로 산업화한 농업 구조에서 소외된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라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궁금했다. 2008년 9월부터 아마프에 가입한 탈 도르 씨에 따르면 “아마프의 채소 가격은 일반 슈퍼마켓이나 시장보다 비싸고 유기농 매장보다 싸다. 대형 슈퍼마켓보다는 30% 정도 비싸다”라고 한다. 하지만 농부를 돕는다는 점은 상업적 의미보다 더 큰 것 같다. 중학교 수학 교사인 장 마크 씨는 “아마프는 상업적 소비가 아니라 도시와 농부의 만남의 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연에 가까운 소비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기농 매장에서 본 상품의 원산지가 프랑스에서 먼 나라였다. 그렇다면 유기농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라는 제라르 씨의 지적은 그래서 수긍이 간다. 아마프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잊어버린 채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한동안 식탁에서 사라졌던 돼지감자, 검은 무, 야생 당근 등은 아마프를 통해 새롭게 돌아왔다.

농업국가였던 프랑스에서 1950년대만 해도 농장 경영자는 230만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이들의 경작 규모는 대규모이다. 농업의 산업화·대량화는 필연적으로 유해한 농약 사용, 불필요한 운송 비용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그래서 아마프의 자연을 존중하는 생산과 책임감을 동반한 소비에 대한 접근은 신선하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불필요한 소비가 불러오는 빈곤한 삶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비하는 풍부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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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프는 잘 소비하기 운동”
아마프 자원봉사자 장 뤽 씨 인터뷰

 

 

 

아마프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아마프 운동은 작은 흐름에 불과하지만 좀 더 나은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발점이다. 이제 우리는 많이 소비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잘 소비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아마프만 고집할 만큼 극단주의자는 아니다. 아마프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은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구매한다. 비행기 타고 온 파인애플도 가끔 먹는다.

농부에게는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되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얻는다는 점에서 아마프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다.
그렇다. 농부도 아마프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파리 지역 주민의 요구도 많다. 문제는 파리의 경우 근교에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6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농산품을 보급하는 건 아마프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얼마 전 파리와 파리 근교 고등학교에서 학교 급식 20%에 유기농 채소를 사용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파리 근교에 유기농 채소를 경작할 땅이 부족해 결국 다른 지역의 채소를 가져와야 할 상황에 있다. 아마프가 겪는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