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경향> 830호 2009 06/23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02
[커버스토리]4대강 설치 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 ||||||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보의 증설과 준설량 확대다. 보의 증설로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를 통해 확보할 물의 용도조차 뚜렷이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하는‘의혹’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갑문을 설치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대운하의 전초 단계라는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는데…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보의 증설과 준설량 확대다. 개당 평균 30억 원으로 지으려던 보 4개가 개당 평균 1000억 원에 이르는 보 16개로 늘어났다. 보의 증설로 예산이 1조5000억 원(환경부 수질대책예산 5000억 원 미포함) 늘어났다. 준설량도 3배나 늘었다. 정부는 왜 보를 늘리려고 한 것일까. 수량 확대 때문이다. 정부는 낙동강에 8개의 보를 설치해 10억m3 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간담회에서 민주당 이시종 의원 측은 국토해양부 담당자에게 근원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을 확보해 어디에 쓸 것이냐?” 10억t의 물을 가두어 어디에 쓸지에 대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계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낙동강 인근 대도시의 식수 확충을 위한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정책총괄팀 안시권 과장은 “마스터플랜에서 취수원 이전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를 만들어 채운 물을 식수용으로 쓰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물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쓰겠다는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이시종 의원 측은 “물을 어디에 쓸지 모르면서 보로 일단 물을 가두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6월 9일 기자회견에서 “낙동강에서 10억m3의 물을 확보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수모임은 “정부의 논리를 살펴보면 하천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물로 그냥 하천을 통해 흘러보내는 환경개선용수의 의미일 뿐”이라면서 “당초 우리나라가 2006년에 세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에 환경개선용수를 포함해 낙동강권역에서 0.11억t의 물이 남는데 왜 10억t의 물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보를 통해 채우는 물의 수질이다. 보는 물의 흐름을 정지시켜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조사됐다. 건설기술연구원이 한강하구 곡릉천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6월 2일 국회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개선 및 보완 방향’이라는 간담회에서 경북대 환경공학과 민경석 교수는 최근 낙동강 수계 주요 지점의 수질 및 유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 설치 등으로 하천 유하 시간이 증가한 구간에서는 하천 유량이 증가하더라도 클로로필(Chl-a)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Chl-a는 엽록소로서 녹조를 유발한다. 민 교수는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하면 체류 기간이 약 10일 이상 늘어나 계절별로 조류 발생과 부영양화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 설치로 인한 수질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보를 설치하면 취수원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취수원 이전 또는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보 설치가 수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연구조사 결과다. 민 교수는 “보 설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물을 막아 오히려 수질에 악영향 정부에서는 새롭게 건설하는 보는 고정보가 아닌 가동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Weekly 경향과 전화통화에서 “가동보로 하더라도 수질이 악화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가동보는 홍수 때 물을 흘러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수질은 홍수 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문이 전면 개방되는 가동보를 설치할 계획으로 필요 시 하천 바닥 부분의 수문을 열어 오니 등을 씻어 보낼 수 있어 수질 문제해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하나의 보가 아니라 다른 보까지 감안하면 상류에 일정한 수량이 있어야 하며, (가둬놓음으로써 생긴 오염 물질로) 보 밑 하류의 오염은 어떻게 되나”라고 반문했다. 수량이 증가하더라도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물을 막아놓아 생긴 오염 물질이 다음 보에, 그리고 그 다음 보에, 나중에는 하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6월 11일 국회 간담회에서 보 설치로 인한 수질 악화 문제가 집중 거론되자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정책총괄팀 안시권 과장은 “국립환경과학원에 보 설치로 인한 수질 변화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결과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2012년까지 수질 기준 2등급 이상의 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보를 설치하더라도 2급수의 물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바로 이의가 제기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가 “어떤 조건을 넣어 조사한 것인가”라고 묻자, 환경부 관계자는 “인(오염유발물질)을 총량적으로 관리하는 조건에서 조사했다”고 답변했다. 다른 한 참석자는 “조사할 때 최악의 조건을 넣어서 조사해야지, 최상의 조건을 넣어서 조사한 후 ‘괜찮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국회 관계자는 “평소에 정부에서 인을 관리해왔는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총량제로 앞으로 관리를 잘 하겠다는 근거로 보를 늘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경석 교수는 “인을 총량적으로 관리하더라도 (보를 설치하면) 부영양화가 쉽게 이뤄진다”면서 “그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정부에서 연평균 2급수의 물을 만든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인 가뭄 때도 2급수를 유지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수질이 악화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왜 정부는 보를 증설하려고 하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달았다. 딱히 필요도 없는 물 10억t을 확보해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 쪽에서는 1개당 3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급증한 설치 비용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보는 갑문만 없을 뿐 운하 가능성 커” 정부 계획에 따라 낙동강에 8개의 보를 설치하면 보와 보 사이에 약 30㎞로 예상되는 물길이 만들어진다. 수심은 약 6m로 유지된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6월 9일 기자회견에서 “보를 설치해 일정 수심을 유지하는 계획은 비록 갑문이 설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구간운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30㎞에 이르는 수역에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면 (운하) 물길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교수모임은 “경인운하가 약 18㎞이니만큼 충분히 운하의 1단계 사업으로 볼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교수모임은 한 예로 굴포천을 들었다. 홍수를 방어하기 위해 굴포천 방수로를 건설했다가 기존 방수로 건설을 매몰비용(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으로 잡고 조금만 더 공사하면 경인운하가 된다는 논리로 물길을 연결한 것이다. 교수모임은 “낙동강의 경우 지금의 계획대로 보를 건설하면 갑문만 없는 9개의 구간운하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동보와 운하는 갑문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를 갖는다. 갑문은 보로 인해 생긴 수위차를 없애 배가 지나가도록 해주는 시설이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생명의강 연구단장)는 “갑문도 일종의 가동보”라고 말했다. 다만 갑문은 배의 이동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보는 갑문만 없을 뿐이지 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와 보 사이를 오가는 물길을 확보해놓은 후 보와 보 사이를 트는 갑문만 달게 되면 운하의 폭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 30㎞ 물길인 보 사이가 갑문 설치로 60㎞로, 다시 90㎞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명박정부가 계획한 경부대운하의 수심은 최하 6m였고 최대 5000t급 배(바지선)가 지나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계획대로 되면 경부대운하와 맞먹는 물길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운하 건설은 ‘이미 물 건너 간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이상헌 서기관은 Weekly 경향과 전화통화에서 “보가 설치되면 별도의 수로를 만들지 않는 한 설계구조 변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번 보를 만들면 형태를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보의 증설이 운하로 가는 전초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당초 이명박정부가 경부대운하를 구상할 당시 잠실수중보에다 갑문을 설치해 배를 통과시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보를 세운 후 갑문을 설치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의 모델로 네덜란드 라인강의 하게슈타인보가 수문을 폐쇄하고 개방하는 모습을 제시했다. 또한 네덜란드 하르텔보·마에슬란트보의 전경도 보여주면서 국내에 적용 가능한 아치형 구조의 보를 선보였다. 박 교수는 “정부에서 마스터플랜에 어떤 보를 건설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서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정부 발표를 볼 때 보를 하나 건설하는 데 대략 2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1개당 1000억 원에서 2배로 건설비가 증가할 가능성을 추론한 것이다. 보가 운하의 갑문과 관계가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답변에도 일리가 있지만 수질 개선에 도움도 안 되고 물 부족과도 연관성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왜 굳이 보를 설치하려는지에 대해서 정부는 시민·환경단체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 안에 20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대규모로 준설하고 보를 만든 후 수십억t의 물을 가둬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정부에 여전히 의구심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설명 없이는 운하 전초 단계라는 비난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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