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9-09-01 오후 6:14:3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090901163732§ion=01
"'민주당 정체성이 없다'는 DJ 말에 충격"
[고성국의 정치in]<10>민주당 천정배 의원
천정배의원과의 인터뷰는 여의도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았으므로 천 의원은 법적으로는 아직 국회의원이지만 의원회관에서 짐을 빼고 보좌관들을 해임한 지 벌써 한 달째다.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건넸다.
"저는 명함이 없어요. 차도 요즘 제가 직접 운전하고 다니니까 어찌나 바쁜지. 헤매기도 하고, 여의도 근처에 차 세울 곳도 없더구먼. 그래서 아예 대중교통으로 바꾸려 해요. 앞으론 백팩을 메고 다닐까 싶네요. 주머니도 많으니까 편리할 것 같고."
4선 의원에 법무부 장관을 지낸 대권 주자의 요즘 일상이었다. 잡담 제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직접 낸 것은 당론 위배 아닌가?"
"그렇다."
"징계가 있었나?"
"그렇지는 않다."
"'당신만 투사냐'하는 그런 시각은 없나?"
"비공개 자리에서는 몰라도 공개적으로는 아직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오고 있는 셈이다. 당에서 잘 도와주고 있다. 요청도 안했는데 당사에다 사무실까지 내줘서 최문순 의원과 둘이 영등포 당사 3층에 방을 쓴다."
"민주당 힘으로 원내외 병행투쟁 두 가지를 다 하는 것은 좀 버겁지 않을까?"
"장외투쟁은 정세균, 최문순, 그리고 천정배가 한다. 일당백으로 한번 해 보겠다."
"언제까지 하나?"
"헌재에서 언론 악법 무효를 선언해서 사퇴 사유가 원천적으로 소멸되면 그 때는 당당하게 목에 힘주고 국회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다. 그렇지 않는 한 사퇴는 그대로 간다."
의원직 사퇴에 관한한 결연하고 분명하다. 그만큼 지금의 정국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MB시대는, 일제 강점기 '문화통치' 시기같아"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보나?"
"도정일 교수가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했더라. 적확한 표현이라고 느꼈다. 다른 말로 '탐욕과 불의의 시대'라고 하고 싶다. 지난번 국회에서 '쿠데타 정권, 치안 독재'라고 발언한 적 있는데 지나치지 않느냐 하는 분도 있지만 총칼 들고 와서 헌법을 정지시켜야만 쿠데타는 아니다. 아주 교묘해졌을 뿐이다."
"예를 든다면?"
"일제 강점기도 초창기에 무단통치를 하다가 3.1운동 후 문화통치를 했지 않나. 그래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창간하고, 학교 선생님들도 군복 입고 아이들 가르치던 관행을 벗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 식민지배가 완화된 게 아니었지 않나. 우리 국민의 커진 역량을 어찌할 수 없기에 노골적으로는 할 수 없게 됐지만 탐욕과 불의의 시대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탐욕과 불의의 시대를 끝장내는 일, 국민의 삶이 편안해 지고 정의가 바로 서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이같은 정국 인식을 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민주당은 '등원'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정세균 대표가 등원을 결정했다. 전격적으로 조건 없이 하기로 했다. 사전에 상의가 있었나?"
"(등원 선언 전에) 이강래 원내대표가 전화해 아무래도 등원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도 일리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빠르고, 아무것도 없이 들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했다."
"안돌려 준다는 것 같던데..."
"왜 그런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글세...알 수 없다. 총사퇴가 최선이라고 봤지만 사퇴서를 반려하는 것, 사퇴 안하는 것도 차선은 된다고 본다. 원내 근거로 활동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무조건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선은 총사퇴 하는 것. 차선은 빨리 반려하는 것이라면 정세균 대표는 최선도 차선도 안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보인다. 국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과 사퇴는 어긋나는 것 아니냐. 지난번 검찰총장 청문회처럼 사퇴서 걸어 놓고 의정활동 하는 것은 뭔가 매끄럽지가 않다. 그래서 이왕 원내 들어가려면 지금이라도 사퇴서를 돌려주라는 것이다."
"의원직 사퇴를 쇼처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지난 한달간을 놓고 보면 민주당의 태도가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
"사퇴를 할 때 옛날 사례들을 알아봤는데, 평민당 때,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할 때, 80년대인데, 실제로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냈고 방도 빼고 진짜 사퇴를 했다고 한다. 그 후로 한두 번 더 있었다. 그때마다 집권당과 정권 측에서 야당에게 상당한 양보를 해서 명분을 갖고 성과 있게 들어갔다고 하더라. 아무튼 사퇴서를 냈으면 가부간에 즉각 처리하는 것이, 국회의장한테 내든지 각자에게 돌려주든지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태도라 생각한다."
"총사퇴 성과 없었지만…원내 투쟁도 중요"
천 의원은 '원내투쟁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에도 일리있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왕 등원하기로 했으면 아예 의원직 사퇴서까지 돌려받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은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서로 길이 다르고 해야 할 일이 다르다는 뜻일까?
"힘 약한 야당이 의원직 사퇴서를 모아 낸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집권당에 대해서는 강력한 압력의 메시지는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별로 압력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총사퇴 전술은 성과가 없었다. 괜히 진정성만 의심 받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민주당은 소수야당이다. 국회에서 점잖게 합리적으로 표결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기는 어렵다. 근본적 문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100석도 채우지 못해서 국무위원 해임 건의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워낙 약한 처지에 있다. 신사적으로 합리적으로 정상적으로 원내 활동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이 정권을 견제할 수 없고 정치적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시쳇말로 꼬장 죽여야 한다. 옛날에 싸움패들이 힘이 부치면 힘센 사람 안방에 들어가 드러눕기도 했다. 지금 점잖게 하면 백전백패다. 뭔가 전쟁에서 이겨볼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으며 싸우는 것 아니냐. 언론 악법도 국민 다수가 우리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 신방겸영을 국민의 60~70%가 반대하고 있다. 이 여론을 등에 업고 싸울 때 원내에서도 얻을 게 있다.
▲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18대 국회 전체를 되돌아보면 1년 3개월 쯤 됐는데 그 동안 사실 국민의 압도적인 뒷받침을 받았으면서도 원내에서는 별무성과였다. 작년에 촛불이 얼마나 강력하게 타올랐나.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죄했는데 원내에서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전무하다. 작년 연말에 부자 감세를 둘러싸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4대강 사업을 막아보려 했고 서민 지원 예산도 늘리려고 했는데 결국 작년에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처리 했다. 과거에도 강행처리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행처리 한 경우는 없었다."
소수야당으로 거대여당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자 천의원은 격하게 말을 쏟아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의미도 강했다.
"민주, 치킨게임에서 기를 꺾였다"
"지난번 노대통령 서거 때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분노하고 이 정권에 분노했다. 언론도 분노했다. 민주당은 다섯 개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지금은 기억도 못할지 모르지만 대통령 사죄, 법무장관 검찰총장 문책, 국정조사, 여권 인물에 대한 특검, 검찰개혁 특위 설치 이렇게 다섯 개였다. 그런데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이번에 언론 악법 처리가 있었다. 이렇게 돼서 민주당이 장외로 나왔던 것이다. 사퇴서까지 걷어서 당 대표가 단식까지 했다. 이렇게 강력하게 투쟁을 해왔는데 과연 이런 상태에서 그냥 이렇게 정기국회 개원일에 정확히 맞춰 마치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듯 고분고분 들어가면, 원내에서 뭘 얻을 수 있겠나? 이미 치킨게임에서 기를 꺾였다. 한나라당이 '니들 알아서 해라, 우리는 우리대로 간다' 이렇게 야당에 최소한의 등원명분도 안주는데 먼저 등원하는 게 그렇지 않은가."
"여야 대립 양상을 치킨 게임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2004년에도 치킨게임 양상이 있었지 않나. '4대 입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일종의 치킨게임 아니었나? 그 때도 진 것인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지금처럼 무지막지하게 하지 않았다. 17대에서 직권상정 한 것이 사학법 딱 한건이었다. 우리는 야당을 존중했다. 국가보안법 문제에서 우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 점은 치킨게임에 졌다고 할 수 있다. 사학법은 70%가 지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국민의 지지가 높은 법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대화하고 타협하려고 했다. 그래서 사학법 하나 처리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그런 걸 치킨 게임에 밀렸다고 한다면 그렇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대화 창구가 박근혜 대표였다."
"박근혜 대표가 직접 정치 협상에 나섰던 게 그 때가 처음인 것 같다. 그 후 내내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해왔기 때문에 정치판에 전면 노출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직접 상대 했지 않나.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인 박근혜를?"
"박 전 대표는 인간적으로 진실한 사람, 신뢰할만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정치인이 말하는 것은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고, 맘에 없는 말도 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믿는데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즈음에 박 전 대표가 '국가 정체성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나라가 이른바 '좌빨'들에 의해 위험한 상태로 가고 있다는 진짜 '위험한 인식'을 드러내더라. 그 때 유신시대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잃어버린 10년' 하는 말들이 한나라당에서도 극우 세력의 인식인데 박 전대표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걱정된다. 다른 정치인이 말하면 '집권하려고 별 짓을 다 한다'고 생각하고 말텐데,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하면 극우적 생각도 신념의 표출로 보인다. 박 전대표가 집권하면 매카시즘처럼 반대파를 억누르고 확신을 갖고 진보 세력을 탄압할 것 같다."
"'민주당 정체성 없다'는 DJ 말에 충격"
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같은 목포 출신인 그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DJ 적자' 논쟁에 무관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천 의원은 홈페이지에 '저는 태생적으로 당신의 유업을 계승할 팔자'라고 썼다.
"민주당에서 'DJ적자 논쟁'이 시작됐는데. DJ 계승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고 보니까 슬프기도 하고 극진한 추모의 마음, 존경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측면이 있다. 지금 보이는 '적자논쟁'이 전부는 아니다."
"민주당이 DJ를 계승 할 수 있다고 보나?"
"작년 총선 끝나고 김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민주당이 정체성, 정책, 인물이 없다'고 하더라. 반세기 역사의 민주당이기에 나름대로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도 아닌 민주당의 원조 지도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뭐니 뭐니 해도 서민 대중,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것이다. 그게 이 시대의 진정한 진보적 가치다. 그것을 가장 앞장서서 해내는 사람이 정체성, 정책 면에서 DJ의 적자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할 것이다."
"당에서는 '뉴 민주당 플랜'을 준비해 왔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이고 명확한 비전을 내지 못한 상태가 계속됐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다. 정치, 정책 면에서 확고한 전략과 비전, 말하자면 수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뉴 민주당 플랜'이 지난해 정세균 대표 취임 당시 발표됐지만 벌써 9월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초안은 발표되지 않았나?"
"초안 만드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거 있나. 초안이 나왔으면 그것을 가지고 당 내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 계획도 없는 것 같다. 새롭게 대들보 세우고 서까래를 올리는 게 필요하다."
"DJ계승 발전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나?"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남겨준 과제가 민주주의, 남북관계, 서민경제다. 앞에 두 사안은 부연이 필요 없겠고, 서민경제 부분에서 논의가 많이 돼야 한다. 보수 쪽에서는 사회안전망을 '사회적 낙오자'에 대한 시혜라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진보적 입장에서는 중산층을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 예를 들면, 무상교육을 확대하되 가난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들이 대책 없이 표류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말한 '정체성이 없다'는 말을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서민과 대다수 국민이 안정된 생활을 하는 보편적 복지 국가, 이것이 김 대통령이 1970년대 발표한 대중경제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때는 어땠나?"는 질문을 던졌다. 얘기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시절로 가자 천 의원은 '반성' 모드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절대 빈곤 가구가 도시 근로자 가구의 11%라고 한다. 그런데 97년에는 7%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더 심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여당 10년 동안 이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천 의원은 수첩을 꺼내 수치를 확인해 가면서 말했다. 넘겨다 본 수첩에는 연필로 쓴 메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수첩을 쓰나?"
"얼마 전부터 쓴다. 평생 교과서에 줄도 한 번 안 그어 봤는데 아무래도 나이는 못 속이겠더라. 주로 숫자를 메모하는데 때로는 전화 걸 데를 메모하기도 한다. 이제는 챙겨줄 비서도 없으니까 내가 직접 한다."
수첩을 보면서 잠시 세월을 느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왔다. 민주당의 정체성 못지않게 중요한 화두로 야권 통합이 떠오르고 있다. 벌써 통합의 주도권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시작된 형국이다.
"민주당, 기득권 포기하고 사실상 '신당 작업'에 착수해야"
"당 정체성을 새로 세우는 것과 '야권 통합'은 함께 가는 것인가?"
"그렇다. 단순히 다시 모이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생각도 다르고 헤어진 계기도 있지 않나.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모일지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않고, 무조건 대동단결하자고 하면 성공할 수 없다.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민주당이 가장 큰 야당이고 역사, 의석, 지지자 숫자를 보면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작업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큰 틀의 연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기득권 포기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통적 방법은 외부 사람들을 수혈 받으면서 기득권 일부를 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페어플레이' 구조를 만들어 모두가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방법은 복잡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당을 세운다는 각오로 리모델링 해야 한다. 사실상의 신당작업을 하겠다는 공감대를 넓히면서 외부와 논의해야 한다."
"전문 1인 시위꾼으로 나설까 생각"
천 의원은 지금도 장외투쟁중이다. 명동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
"지금도 명동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나?"
"김 대통령 서거 이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재개했다. 시민들에게 듣는 게 많다. 서명도 예상보다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특히 젊은이들이 호응을 많이 해줘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제일 큰 힘이 된다. '열심히 해 달라. 이명박 정부의 독재를 꼭 멈추게 해 달라'는 말씀을 하는 분들도 많다.지난 22일 토요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모자 쓰고 차림 하고 얼굴에 페이스페인팅까지 하고 피켓 들고 서있었다. 하기 전에 경험자들이 '1인 시위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뭐가 힘드냐고 했더니 '쪽팔리는 거 참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웃음) 그런데 괜찮더라.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아예 1인 시위꾼으로 전업적으로 나설 생각까지 하고 있다(웃음)"
1인 시위꾼으로 나서겠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다음 총선 출마는?"
"별 일 없으면 출마한다. 그게 내 직업 아니냐."
"사퇴까지 해놓고?"
"그것은 18대 국회의원 못하겠다는 것이고 19대는 그 때 다시 시작하는 거다."
"다음 대선 출마는?"
"다시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한다. 지난번 도전했던 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니까."
"18대 국회의원으로는 활동 안한다. 그러나 정치는 한다. 어떻게?"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견제하고 국민과 함께 투쟁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하겠다. 국회라는 장은 떠났지만 원외정치인으로서 시대적 과제는 더 열심히 할 것이다. 13년 이상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성심껏 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왔지만 요즘 다시 돌아보면서 어느새 기성 정치의 타성에 젖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드는 것. 이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늘 하던 말씀 중 하나가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겠다'는 것이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사실 과거에는 정치인의 수사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치를 10년 이상 해오면서 보니까 이 말이야 말로 평생 동안 정치를 해온 고수가 정리해 놓은 가장 핵심적인 말인 것 같다. 그야말로 김 대통령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비전 보검'이다. 그 이상 가는 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 뜻을 관념적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거의 본능적으로, 몸으로, 감각적으로 그렇게 깨닫고 느끼면서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2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천 의원은 명동으로 나갈 시간이라면서 일어섰다. 그의 표정에서 장외투쟁을 나가는 결연함보다는 국민을 만나러 가는 즐거움을 읽었다. 어깨 힘을 빼는 것을 터득해 가는 프로를 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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