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9-09-02 18:03:3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9021803345&code=990339
[이대근칼럼]변하는 이명박, 변함없는 민주당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중도·실용·친서민’ 행보의 MB
그러나 중도·실용 행보의 정치적 효과 때문인지 이명박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에는 예전처럼 힘이 실리지 않는다. 친서민 행보가 부자와 기득권에게 알짜를 다 넘겨주고 나서 서민에게 부스러기를 나눠주는 허구라고 하는 비판조차 이명박의 이미지를 높여 준다. 강부자 정권 시비 때와 비교해 보라. 친서민 정권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이명박이 엎드려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의 본질은 난폭한 시장주의자이자 국가주의자이며 개발독재시대 낡은 경제노선의 추종자라고 공격해도 사람들의 귀를 자극하지 못한다. ‘중도·실용 논란’이 그의 본질을 은폐하는 가림막 혹은 외부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데 완충지대를 무력화하고 이명박 정권의 근본을 공격하는 일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제 소리나는 인형이다. 아무리 때려도 아파하기는커녕 중도·실용·친서민이란 말만 반복할 것이다. 무조건 때리면 손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성능 좋아진 이명박과 맞서게 된 민주당이라면 긴장해야 할 텐데 지금 무얼하고 있느냐 하면, 바야흐로 과거로 내달리는 중이다. 이명박은 과거를 지워 자기 앞 길을 열고 있는데, 반대세력은 과거를 되살려 내느라 애쓰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생존시에는 그들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 조금이나마 고민하던 민주당이 그들 사후에는 유지·계승을 주장하며 다시 울타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스스로 기회주의자였음을 고백함으로써 또 한번 기회주의적 처신을 하고야만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예상대로 갖가지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누굴 중심으로 뭉치라 했다느니하는 북한식 유훈통치, 동교동계니 친노니 하는 타임머신 정치, 노병은 죽지 않았다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돌리는 노병정치, 가장 현실적이어야 할 정치의 이 초현실성이 놀랍다. 지난 10년 정권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못했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재야 원로들도 이명박과는 싸우겠다며 민주통합 시민행동이란 걸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야 행동을 하겠다니! 너무 늦었다. 그들이 빚어내는 80년대적인 고색창연한 흑백의 풍경이 쓸쓸하다. 반대세력은 통제되지 않는 과거 회귀 본능이 있는가. 왜 과거로만 달릴까.
권력과 명예를 나눠 가졌던 이들은 10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겠지만, 그때 역시 영광만 있었던 게 아니라, 부패와 무능, 배신이 있었으며 시장의 폭력이 있었고, 많은 서민들의 고통이 있었다. 10년은 ‘지금 우리’의 길이 아니다. 미래라는 수레를 끌고 갈 동력이 떨어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화 운동의 추억을 자극해서라도 힘을 보충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말라빠진 어미의 젖을 빠는 가련한 새끼의 모습이다. 젖을 떼야 한다. 민주대연합 운운하며 무조건 뭉치자는 것 역시 젖을 보채는 철부지의 울음일 뿐이다. 야당이 뭉치지 못해서 이러고 있다면, 그것은 해결책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뭉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똑바로 서 있지 않아서 문제이다. 그 치명적 약점은 이명박 반대를 열심히 한다고 메워지지 않는다.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는 민주당
민주당이 당사에 두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었다. 자신들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부적 같아 보인다. 그런 민주당에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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