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촌놈 장가 간다기에 기특해서 충북 괴산에 다녀왔습니다.
식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 솔뫼농장에 도착해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차림의 촌놈을 만났습니다.
몇마디 인사를 건네고는 어찌나 총총거리며 바쁘던지 더이상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더군요.
어떻게 만났는지, 처자의 나이는 몇인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눈 마주치기도 힘들었습니다...
양베샘이 부탁하신 축의금 접수시키고 슬슬 마당 구경...
안마당에는 혼례 준비가 한창입니다. 실제로 전통혼례하는 걸 본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도통 기억에 없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건 초례청 앞 보자기에 싸인 닭 두 마리...식이 끝나면 저들의 운명은 어찌되는 것일까요...
갑자기 결혼식이 슬퍼지는거 있죠.ㅋ
나무가지에 앉은 새들의 형상으로 '마음 심'자를 표현한 그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범상치 않은 차림의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식에 앞서 액막음을 한다며 신나게 풍물 한마당 펼치더군요.
꽹과리 치던 아저씨의 예술적 분위기가 맘에 들어 한 컷 찍었지요ㅋ
촌놈도 의복을 갖추기 시작하고 가마꾼들이 신부 맞을 준비를 합니다.
신부를 태운 가마가 도착하고 양측 어머님들이 화촉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식이 시작됩니다.
원래는 신랑이 말을 타고 먼저 입장한 후 신부가 입장하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신랑 신부가 걸어서 같이 입장한다네요.
다소곳한 신부는 밝은 표정 때문에 사회자에게 좋은 티 너무 낸다고 핀잔을 듣습니다.
함박 웃음을 터트린 신부의 모습이 아주 귀엽습니다.
흐뭇하게 신부를 바라보는 촌놈의 시선도 참 따뜻해서 보기 좋습니다.
가만...그러고 보니 나이차가 꽤 날 것 같은데...확인할 길 없고ㅋ
신랑 신부는 정화수에 손을 씻으며 정갈한 마음으로 식에 임합니다.
맞절의 절차도 복잡하다던데 그것도 간단히 동시에 해치웁니다. 양측 어머님이 신랑 신부에게 기러기를 증정하고
괴산을 무대로 작품활동하시는 시인의 축시, 그곳 신부님의 축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나란히 서서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데
신부 어머니께서 끝내 눈물을 보이시네요...딸을 시집보낸 적이 없는 나도 괜히 울컥합니다.(^^)
근데 양측 부모님의 표정이 다소 대조적이더군요. 촌놈 부모님은 안도하신듯 편안한 표정인데 신부의 부모님들은 걱정스럽다못해 엄숙한 표정...ㅋ
병욱이...정말 색시와 장인장모께 잘해야할것 같네요...
부모님과 하객들에게 잘 살겠다고 큰절을 꾸벅 올리며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적당히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어수선하게 식이 끝나갑니다.
그 뒤로 축하 연주와 신랑신부 자축 공연이 있었지만 아침부터 서둘러 오느라 허기진 나는 슬그머니 바깥마당으로.
어른들 틈에 끼여 잔치국수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빠져나옵니다. 맘 속으로 두 사람을 축복합니다.
오랜시간 기다려 맺은 연이니 행복할겁니다. 그리고 가장 힘겨운 순간에도 서로 힘이 되어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신부의 밝고 선량한 표정
병욱이가 잘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촌놈 병욱이와 색시 노민경님의
행복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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