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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7153

 

 

한뼘 곁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철없는 농사꾼 아내에 이어 저도 책을 냈습니다
09.06.30 09:53 ㅣ최종 업데이트 09.06.30 22:51 이우성 (namu1022)

살아야 할 가장 가치있는 일, 농부

 

  
▲ 아내 책 출판기념회 장면 아내가 책을 내고 기념회 할때 북을 치던 앞쪽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지금 시골중학교 2학년 씩씩한 청년으로 자랐지요.
ⓒ 이우성
시골에사는즐거움

서울 도시 한복판으로 출근하던 제가 귀농을 하게 된 것은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입니다. 충북 괴산 땅 저 푸른 초원은 아니지만 산골마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들, 아내, 두 사내아이와 함께 좌충우돌, 티격태격하면서 살고 있지요.

 

귀농한 지 3년만인 2004년에 아내가 책을 냈습니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지요. 이 책을 내고 "철없는 농사꾼 아내가 책을 냈습니다"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려 사는이야기 조회수 1위 기록을 한 적도 있지요.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그때 그 기사를 읽어주면서 매일 서울로 보따리 싸서 올라가려는 아내를 주저앉힌 것은 바로 그 책이라고 말했더니 참석한 분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라고 책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다시 보따리를 싸지는 않겠지요. 정말 그 이후로 티격태격은 여전했지만 보따리를 싸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다시 시골에서 살아가는 나름의 지혜를 터득하며 보자기를 배운다, 천연염색을 한다, 이리저리 산천을 뒤집고 다니기도 하지요.

 
  
▲ 두달전 나온 수필집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수필집으로 먼저 나온 책
ⓒ 돋을새김
돌아오니참좋다

귀농 8년째, 그러던 제가 이번엔 책을 두 권이나 냈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와 다른 매체에 쓴 글을 모아 <돌아오니, 참좋다>라는 제목의 수필집은 두 달 전쯤 나왔구요, 농사 지으면서 가만 생각해보니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쓴 글들을 모아 <정말 소중한 것은 한뼘 곁에 있다>라는 제목으로 바로 며칠 전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농부입니다. 농사지어 먹고 사는 것을 목표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그야말로 농사만 짓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것이 농사입니다. 배워야 할 것들 천지이고 매일 매순간 가르침 받는 것 천지입니다. 농산물 값은 10년 전 그대로이니 농사로 먹고 사는 건 정말 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래도록, 천천히 이 길을 가면서 농사짓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야 할, 해야할 가장 가치있는 일이 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8년 전 도회지 빌딩 한 복판에서 일하다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찾아보고 주체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가족 모두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8년 동안 농사지으면서 농부의 삶이 결코 녹녹치 않다는, 여유로운 삶은 한가한 생각이라는 걸 아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어나 밥먹고 일하고 자는 아주 단순한 삶의 철학 속에서 사람 사는 큰 진리가 있다는 걸 차츰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이 한 세상에 나서 돌아가기까지 한 생애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삶의 태반의 생각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에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내 삶의 경로를 되돌아보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정리할 기회를 얻었지요. 물론 농사철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겨울, 잠시 충전하는 시간에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습니다.

 

지난 겨울 사색의 결과로 나온 책

 

  
▲ 소중한 것은 한뼘 곁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이 책에 담았지만 저마다 다른 소중한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을 그려보면 어떨까 합니다.
ⓒ 돋을새김
소중한것

지난 겨울 한달 동안 변산에 있는 원불교 원광선원에 가서 꼼짝없이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원불교 교도도 아닌데 원장님과 공양주 하심님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마침 길이 막힐 정도로 눈이 많이 와서 제 생각과 삶을 정리하는데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생각들은 막힘없이 나왔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내변산 숲길을 산책하면서 나온 사색의 결과들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바람 한 줄기에도 오돌오돌 추워 떠는 나는 자연이 재채기를 하면 그날은 감기에 걸리고 맙니다. 나는 결국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들,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와 있는 것들, 심지어 내가 마시는 물도 저 시냇물의 물 한 방울이고, 내가 마시는 이 공기도 나무가 밤새도록 내뿜는 산소 한 모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한한 햇살 한 줌, 대지의 에너지인 흙, 맑은 공기를 만드는 나무, 매일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웃, 내 영혼을 살찌게 하는 고독, 무서운 톱니바퀴인 시간…… 나와 함께 사는 것들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 한 그루, 작은 돌 하나도 하찮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빚을 지고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며,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음을 알았기에 그 무엇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땅에 사는 생물들이 다칠까봐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할 만큼.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인간의 능력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오만함으로, 인간만 풍요롭게 살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 삶이 편해지고 당장 내게 이익이 된다면 어떠한 파괴도 서슴지 않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재앙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돈'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를 잃어가면서 스스로는 물론 아이들의 삶까지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며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옛날의 그 햇살이 아니고, 그 공기가 아니고, 그 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그리움이 아니고 그 정(情)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바빠, 미처 신경을 못 쓴 사이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사이에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변했던 것이지요.

 

이제 그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자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정리했습니다. 사소하게 생각하지만, 생각도 않고 살지만,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면 그들도 다시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아주 작은 것들, 보잘것없는 것들, 별 볼일 없는 것들이라고 멀리했던 존재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고, 소박하게 살면서 모든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보자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가지려 하지 않고, 많이 먹지 않고, 많이 버리지 않고, 나를 찾으며 삶의 균형을 지키며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나의 독특한 능력을 다른 생명체에게도 보이는 것입니다.

 

작은 것이 주는 기쁨, 곁에 있어 소중한 것들은

 

밥, 집, 옷과 같이 우리가 생존해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비롯해서,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자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와 농사일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곁에서 힘이 되고 위로가 돼주는 사람들, 사랑·기쁨·도전·그리움과 같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 배움·여가처럼 인간의 의식을 확장시키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작은 것이 주는 기쁨과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을 때 삶이 진정으로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책에 실려 있는 90편의 글들은 바쁜 일상에 지치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다면 더 이상의 소원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항상 우리의 한 뼘 곁 친구로 붙어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몸 구석구석을 더욱 깨끗이 하고 그들을 온몸으로 감사히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함께하는 것을 고마워하면 되지요. 따뜻한 눈빛들을 나누면 그들도, 우리도 매일 웃을 수 있겠지요. 그럼 세상은 또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당신이 나의 행복이고 우리의 희망입니다.

 

현실은 힘겨운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고 타박하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현실이 장막이 되어 소중한 것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즐겁고 유쾌하고 일시적인 것에 중독된 현대인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지요. 삶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소중한 것에 눈길을 주면 아름다운 눈길들이 모여, 아름다운 생각들이 모여 웃음꽃이 피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자연에서 온 우리는 자연에서 힘을 얻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매일 녹색세상을 그리며, 맛보며 살면 이보다 더 온기있는 세상은 없겠지요.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스쳐 지나는 바람결에도 이 바람이 있어 시원하구나 느끼면 되는 것이지요. 그저 생각 없이 바람결을 맞는 것보다는요. 그런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샘물이 되어 세상의 청량제로 기여하는 한 생애, 살아봄직 하지 않은가요. 광장에 모여 "누가 뚜껑을 여는가"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 유기농사짓는 세명의 농부 세 가족이 농사공동체로 유기농사짓고 있습니다. 도시의 식탁을 건강하게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굵은 땀을 흘리고 있지요. 현실은 늘 힘들지만 언제까지나 천천히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갔으면 합니다. 감자 밭에서 풀을 뽑다가 잠시 바람을 맞습니다.
ⓒ 한경비즈니스 김기남
유기농사

그럼 소중하지 않은 것을 잊어버리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잊어버릴 것들, 소중하지 않은 것들을 또 정리할 필요가 있지요. 알면 버리면 되니까요. 불의, 타협, 범죄, 훼손, 오염...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또 어찌해야 할까요.

 

우선 내 한뼘 곁에 있는 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지 저마다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저마다 생각을 모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내 온기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충북 괴산에서 감자, 옥수수, 고추, 잡곡, 채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며칠 전 유기인증 받은 감자를 직거래 소비자들과 한가족이 되어 도시로 도시로 모두 실어날랐습니다. 농사철에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정신없이 밭을 갈고 수확을 합니다. 소농이지만 농사지으며 농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농사공동체를 만들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농부의 삶이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농부의 삶만큼 소중하고 우리 생명을 지탱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바로 이렇듯 조금만 생각해보면 소중한 존재들, 가치들, 사람들이 바로 제 한뼘 곁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바라보자는 생각, 그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소중한 것들, 내 한뼘 곁에 있어 나 자신을 존재케 하는 것들, 온전히 자신을 유지시켜 주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요? 아주 작은 것에도 작은 의미를 보태고, 웃음을 보내면 세상은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이제 철없는 아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또 책 하나 내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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