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09-29 오후 07:15:04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79335.html
재정적자 5년 예측치 110조 빗나가 | |
강만수 전 장관 “감세해도 재정에 문제없다” 발언 1년만에 “31조7천억” 재정적자 전망, 142조로 불어 “부자감세 밀어붙이려 세수추계 왜곡” 지적 | |
정남구 기자 |
“대규모 감세를 해도 재정건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월 ‘2008~201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장담했다. 5년간 88조원(기획재정부 추계)에 이르는 감세를 해도 새 정부 임기 5년간 재정적자 누적치는 31조7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세정책으로 투자가 활성화돼 경제성장률은 2012년 7%에 이르고, 세수도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 28일, 윤증현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새로 내놓은 ‘2009~201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은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2012년 7% 성장 전망은 5%로 수정됐다. 2008~2012년 사이 재정적자 예상치는 무려 142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나마도 2012년에는 세수가 전년 대비 9.7%나 늘어난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전제로 추계한 것이다.
예상 재정적자 규모가 1년 만에 무려 110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은 왜일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한몫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원인일 뿐이다. 경기후퇴로 5년간 세수가 한 해 평균 22조1000억원씩이나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올해 초 추가경정예산에서 세수 결손 보전을 위해 발행한 국채 규모도 1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무리한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려고 정부가 세수 추계를 왜곡했거나 과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전망 때 대규모 감세를 해도 2010년 국세수입이 18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내년 세수 전망은 168조6000억원이다. 이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년 세수를 7조7000억원 늘리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보고 추계한 것이므로, 이번에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내년 세수는 160조9000억원이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전망했던 것과 무려 27조1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감세로 내년에 줄어드는 세수 22조6000억원(2007년 대비)마저 초과하는 것이다. 실제론 감세할 여력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지난해 감세정책을 강행할 때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를 애써 무시했다. 예산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필요없다고 미루다 연말에야 부랴부랴 수정예산안을 냈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본격적인 대응책을 짠 것도 올해 들어 재정부 장관이 바뀌고 난 뒤의 일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인정할 경우, 감세를 밀어붙일 명분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재정적자 110조5000억원 가운데 88조원은 감세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법인세 감세는 수익 상위 0.1% 기업에 90%가, 소득세 감세는 소득 상위 20% 계층에 80%가, 종합부동산세는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전액이 돌아간다. 새로 생기는 재정적자는 앞으로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서 메워야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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