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의 인간이해
정 영수 (인하대, 교육학)
1. 인지학의 성립
슈타이너에 의해 창안된 사상으로 "인간의 지혜"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신지학(神智學, Theosophie)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일종의 인간중심의 사고에 터한 인간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과 세계의 정신적인 본질을 직관하도록 인간의 인식능력을 발달시키는 이론이다. 인간의 본질 속에 내재해 있는 정신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우주에 내재해 있는 정신현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능력은 인간의 높은 자아에 의해 발달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인지학의 인간상은 독일 관념주의의 발달이념에 있는 내용과 괴테의 세계관을 통일한 것이다. 즉 스스로 파악하는 객관정신의 행위 속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을 세계의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는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이해도 무시되지 않는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이원법적으로 구별하려고 하지 않고 이들을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인간의 인식능력은 결코 그 기본 성격에 고정된 특성이 결코 아니라, 의식 교육이 가능한 발달능력이 있는 힘이다. "인간의 자유"는 바로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교사에게는 인간학적인 관점을 가능한 한 끊임없이 확대시켜 나가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고 본다. 교사는 이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자적 자세를 가져야 하며, 정신적으로 생산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예수의 몸을 통해 인간으로 되었다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신앙고백에 따라 인지학에서는 인간성이 발전하여 그리스도로 되어 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사상이 발전하여 그가 처음에 관여하였던 신지학회{Helena P. Blavatsky에 의해 창립되고 후에 점차 인도사상(특히 Krishnamurti)에 영향을 받았던 학회}를 탈퇴하고 1913년 인지학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2. 육체-영혼-정신
육체, 영혼, 정신(body, soul, spirit)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슈타이너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인간은 육체를 통하여 감각적으로 인지되고 있는 사물과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자신의 밖에 존재하는 물질은 인간의 감각을 통하여 그 존재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인간의 영혼을 탐지해낼 수 없다. 감각을 통하여 여러 가지 감정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영혼의 존재는 인지할 수 없다. 영혼은 자신만의 세계 속에 존재하며, 정신을 통하여 이것의 신비를 벗겨낼 수 있다. ... 인간은 세 영역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육체의 감각적 인식을 통해 형성된 세계, 영혼을 통해 구축한 자기 자신만의 세계, 정신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세계를 넘어서서 자신에게 나타나는 고귀한 세계의 세 영역에 인간은 살고 있다.
슈타이너는 육체, 영혼, 정신의 삼중구조(Trichotomie/trichotomy)로 되어있는 인간존재에 대한 체계적 탐구의 결과 인간은 신경감각체계(nerve/senses system), 리듬체계(rhythmic system), 신진대사 수족체계(metabolic/limb system)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보았다. 육체로 특징지워지는 신경감각체계는 주로 머리에서 인간의 사고과정(thinking process)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며, 영혼으로 특징되는 리듬체계는 주로 심장과 폐를 통하여 인간의 감정과정(feeling process)을 가능하게 해주고, 정신으로 특징지워지는 신진대사 수족체계는 주로 소화기관과 손발을 통하여 인간의 의지과정(willing process)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이와같이 슈타이너가 인간을 삼중적으로 관찰하고 이에 따른 인간의 영적 표현으로 제시한 thinking, feeling, willing은 현대심리학의 인지적(知), 정의적(情), 행 동적(意) 특성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은 의식에 관한 것으로써, 깨닫고, 꿈꾸고, 잠자는 의식에 관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육체적 표현 |
영혼적 표현 |
정신적 표현 |
육체 |
신경, 감각체계 |
사고 |
깨닫는 의식 |
영혼 |
심장, 폐체계 |
느낌(동정/반감) |
꿈꾸는 의식 |
정신 |
신진대사, 수족체계 |
의지 |
잠자는 의식 |
슈타이너에 의하면 인간의 전반적 특성은 육체와 영혼과 정신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교육의 실제에서 어린이의 관상, 습관적 행동, 걸음걸이 등과 같은 것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영혼적 정신적 특성에 관한 지식이 없이 신체적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참다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과학적 엄밀성과 함께 예술가적 안목을 갖추어 야 한다. 슈타이너는 인간 이해를 위한 예술적 접근이 결코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학자로서의 슈타이너는 물론 과학적 객관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과학적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3. 인간존재의 네 가지 특성
슈타이너는 인간존재의 네 가지 특성을 물질적 육체(physical body), 에테르체(etheric body), 아스트랄체(astral body), 자아(ego) 등으로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다.
물질적 육체(physical body)는 무기질의 광물계에 속하며, 중력의 법칙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무기질과 자연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죽어서는 분해되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에테르체(etheric body)는 생명체라고도 일컬어질 수 있는 것으로써 유기체로서의 식물에서도 발견되어지는 것이다. 에테르체의 출현을 통하여 무기질과 유기질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식물은 광 물적인 부분을 지니면서 중력의 법칙에 역행해서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생성 번식 유전의 생명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힘을 지배하는 것이 에테르체이다. 인간의 육체는 에테르의 힘(etheric force)이 소멸할 때 시체가 된다. 에테르체는 삶의 모든 순간이 소멸될 때까지 물질적 육체를 보존하는 것이다. (0-7세 : 이 갈이 시기, 영구 치아의 출현)
아스트랄체(astral body)는 감정체 또는 성기체라고도 일컬어지며, 이는 욕망이나 감정을 표출시키는 요소로, 식물과 같은 생명체에는 결여되어 있으나 동물에게는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체가 단순히 외적 자극에 의하여 반응하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극에 대하여 감정을 가지고 내면적 과정을 거쳐 반응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신경체계를 갖고 있는 생물체는 아스트랄체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세계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동물적 특성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7-14세)
자아(ego)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개성을 표현하는 본체라고 할 수 있다. 자아는 물질적 육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를 통제하고 지시함으로써 좀더 높은 수준의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자아는 아스트랄체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의 소망과 욕망, 그리고 에테르체에 의하여 생겨나는 습관과 기질 뿐만 아니라 물질적 육체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인간의 모든 외적 모습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들을 순수하고 고귀하게 만드는 특수한 역할을 한다. (14-21세)
위와 같은 인간존재의 네 가지 특성을 슈타이너는 우주적 기질(cosmic temperaments ; 하늘/천상)과 지구적 기질(earthly temperaments ; 땅/지상)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유전(heredity)의 지구적 특성은 물질적 육체와 에테르체로, 영혼과 정신의 우주적 특성은 아스트랄체와 자아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우주적 본성은 지구적 본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슈타이너는 아이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면 대체로 이 아이가 우주적 기질의 아이인지 지구적 기질의 아이인지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특별히 둥근 머리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팔다리를 통제하는데 어떤 결함을 보이는 아이는 우주형(cosmic type)의 아이이며, 반면에 작고 좁은 머리와 민첩한 팔다리를 갖고 있는 아이는 소위 지구형 (earthly type)에 속한다.
4. 인간의 발달단계
슈타이너는 인간의 발달단계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였다. 7년 단위로 삶을 구분하여 0-7세, 7-14세, 14-21세의 단계에 따른 특성을 서술하고 이에 따른 교육을 주장하였다.
출생으로부터 7살에 이르는 제1단계에서 아이들은 주로 모방을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즉 지각하는 것과 신체적 표현 사이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단계이다. 슈타이너는 이 단계의 아이들은 전적으로 감각적 존재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아동교육은 야단치거나 경고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오직 모방할만한 가치가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교사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가 무엇을 행하고 어떠한 존재인가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7살에서 14살에 이르는 제2단계는 아이들에게 신체발달의 힘이 생기고, 새로운 이성의 힘과 기억력이 생기는 시기이다. 아이들은 이제 모방 대신에 체험과 느낌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파악하려는 충동이 생겨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교사-학생의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며, 이에는 교사의 권위가 요구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권위는 관료적 권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교사의 교육적 권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발도르프 학교에 입학하여 8년 동안을 한 선생님이 담임하면서 주요과목을 가르치는 동안 이러한 관계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제 성(性)의 성숙과 함께 제3단계의 교육이 시작된다. 이 기간 중에 학교교육은 끝이 난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는 각성된 이성(理性)의 판단력과 감수성이 발달하며, 새로운 힘들이 솟구치게 된 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명확한 형태로 제시해주는 판단력 훈련의 교육이 중요하다. 한편 사춘기의 위기가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교사는 이와 같은 아동 발달단계의 세부적인 면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은 연령의 단계에 따라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제시된 것이라야 한다. 따라서 모든 교육적 요청이 발도르프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한꺼번에 시행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집합론과 같이 아이들의 충분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내용은 상급반에 가서야 가르쳐진다.
그러나 인간의 발달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이들의 3단계 발달과정에 있어서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하여 발도르프 학교는 다음과 같은 방침을 가지고 교육시키고 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제1단계 (0-7세)의 교육에서는 모방이 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제2단계 (7-14세)의 교육에서 권위가 필요한데, 이는 자연스러운 삶의 현상에서 비롯된다. 자유는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야 할 최종의 목표이며, 이는 성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제3단계 (14-21세)의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만일 너무 일찍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용하면 아이들이 올바른 판단에 의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임의대로 행동하게되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아직 판단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자유"로 인도하는 교육은 제3단계의 교육에서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보았다. 성인이 되어서 올바른 자유를 향유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린 시절의 충분한 모방이 있어야 한다.
5. 기질론
슈타이너의 인간관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기질론이다. 그는 인간의 본성은 무한히 복잡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에 따라 몇 가지 분류와 정형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하여 필요하다. 교육이라는 예술(Erziehungskunst)은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기질을 4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각 기질에 따른 교육적 처방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슈타이너의 기질론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전하여져 온 인간 기질의 분류 방법을 적용한 것이며, 슈타이너는 이와 같은 기질론을 그의 인간론의 기초 위에서 해석하고 이를 교육의 중요한 기초로 삼고 있다. 따라서 그는 학생들의 기질을 제 때에 파악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 한 역할과 임무라고 생각한다. 각 기질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행동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담즙질(choleric temperament)의 인간은 보통 모험을 좋아한다. 기분이 강하고, 뜨겁고, 격하기 쉽다. 확고한 목표를 향하여 의지적으로 활동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즉석에서 결단하고 반응할 수 있으며, 확신에 차 있다. 따라서 담즙질의 인간은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하고 낙천적이며, 사고와 개념화를 잘하고 자아가 강하다. 담즙질의 단점으로는 타인에 대한 상냥함과 인정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광란적으로 열광하는 위험이 있다. 남에게 불평이나 변명을 하지 않고 온갖 역경에도 당황하지 않는 지구력과 남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인내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자기 나름의 정의감을 남에게 강요하여 횡포해진다. 공격이나 복수를 기도하는 일도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는 이와 같은 담즙질적 역동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담즙질의 사람은 대체로 땅딸막한 체격과, 넓고 딱 벌어진 어깨, 그리고 머리가 목으로 들어가는 짧은 목을 가지고 있다.
점액질(phlegmatic temperament)의 인간은 내적 조화와 안정감이 강하며, 조용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수동적이고 다소 게으른 인상을 준다. 이들은 보통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에도 모든 것을 침착하게 받아들인다. 기분에 의해 좌우됨이 적고, 침착하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결점으로는 남에게 우호적이기는 해도 특별히 남을 친절하게 돌보아주는 것은 아니다. 동작이 느리고 우둔한 사람이 되기 쉬운 면이 있다. 타인의 희노애락에 별로 공명하지 않고 극도로 무관심하여 때로는 그것을 방관적으로 냉소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점액질적 명상에 젖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적으로는 퉁퉁하며, 앞으로 구부러지고, 어깨가 튀어나온 사람들에게서 이와 같은 기질이 많이 나타난다.
우울질(melancholic temperament)의 인간은 감상적이고 자아중심적이어서 자신의 운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비극적인 일에 동화됨으로써 종종 자신의 해방을 경험하기도 한다. 낙천적이라기보다는 조 그만 일에도 마음을 쓰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걱정과 불안이 심하고, 대개는 조용하고 진지하며, 깊이 생각하는 편이다. 의지가 강하고 이상이나 진실을 따르려하기 때문에 완전주의에 치우치기 쉬우며, 때로는 사소한 일로 시간을 허비해 버리고 즐거움이나 여유를 잃음으로써 자신의 주변까지 어두운 기분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상되는 어려움이나 부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성인들에게서 이와 같은 우울질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몸이 말랐으며, 걸음걸이가 일정하고 허리가 꼿꼿한 것이 특징이다.
다혈질(sanguine temperament)의 인간은 우유부단하고,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하며, 표현력이 강하다. 이들은 대부분 인생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언제나 현재의 인상에 따라 기분이 크게 변화하는 유형이다. 낙천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편견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다혈질의 단점으로는 변덕이 심하거나 약속을 잘 잊어버리고, 성격이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또한 자신의 내부에서 충분히 반성하거나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이 침착하지 못하고, 지속적이지 못한 약점도 있다. 대부분의 건강한 어린이는 다혈질적 기질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체로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를 지녔다.
이상에서 살펴본 기질론은 인간이해의 기초로서 교사가 알아야 할 필수적인 지식이며, 교사는 아동 개개인의 기질을 파악하고 적절한 교육적 대응을 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4가지 기질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어느 한 기질만으로 특징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4가지 기질이 균등하게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우세한 기질이 있기 마련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기질을 잘 파악하고 인식하여야 하며, 이것은 발도르프 학교 교사의 필수 조건이다.
슈타이너는 다른 기질의 아이들을 무작위로 섞어 놓는 것보다 같은 기질의 아동끼리 정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한 학급 전체를 같은 기질의 아동으로만 모아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학급에서 아이들의 자리를 정할 때 처음에는 같은 기질을 가진 아이들을 함께 앉힌다. 이 때 아이들이 이러한 좌석 배치의 원칙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경험에 의하면 같은 기질을 가진 아이들 상호간의 끊임없는 대결을 통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질의 일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같은 기질의 아이들끼리 짝을 하여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예컨대 다혈질의 그룹에서는 “여기는 말이 많이 하니까 싫다”든가, 점액질의 그룹에서는 "너무 심심해서 싫다"든가 하는 불평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때 아이들에게 어느 자리로 가고 싶은가를 물어 보고 자기와 다른 기질의 아이와 짝을 희망한다면 그 아이의 흉내를 내보게 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다른 기질 의 인간을 관찰할 수 있는 안목을 조금씩 길러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린이의 기질을 부정하여 그것을 없애거나 꺾어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주의깊게 조화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질 그 자체는 善도 惡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기질일지라도 성급하게 그 단점을 운운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린이의 생활에 안정감을 준다. 어린이가 자제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기질 의 표출을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익하다. 어떤 특정한 기질이 우세하도록 어린이를 인위적으로 지도해 나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6. 교사교육
발도르프 학교의 교사는 일반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발도르프 학교 교사양성기관]에서 별도의 연수를 받고 교사로 임명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일반학교의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발도르프 학교의 교사가 되기 위하여 일반학교의 교사 자격증이 전제조건은 아니다. 발도르프 학교 교사의 절반 가량은 발도르프 학교 출신이다. 발도르프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하여 연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에 교사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동구라파가 몰락하고 난 후에 동구라파 여러 나라에서 발도르프 학교 설립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 고 있는데,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도르프 학교가 하나 신설되려면 그 곳에는 최소한 1-2명의 숙련된 중견 발도르프 교사가 파견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교사를 신속히 배출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도르프 학교가 양적으로 확대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발도르프 학교는 결코 무작정 학교만 세우고 자격없는 교사들을 배치해서 학교를 양적으로 증대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교육에 있어 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발도르프 학교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7. 한국교육에의 시사점
오늘날 입시위주의 교육이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발도르프 학교의 통합교육, 특히 전인적 인간관에 기초한 슈타이너의 교육이론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인지학이라고 하는 슈타이너의 독특한 인간이해에 기초한 교육이론이기에 문화가 각기 다른 모든 나라의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에 발도르프 학교의 설립을 성급하게 추진하거나 주장하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발도르프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주의적 교육활동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교육의 발전과 개선에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이 지식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지교과, 예술교과, 실과(수공)활동교과 등으로 고르게 나뉘어져서 인간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수준은 마치 인문계 학교, 예술계 학교, 실업계 학교 이상으로 높다. 예컨대 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예술 수업을 관찰한 후 우리나라에도 예술 고등학교가 있고 이 정도의 실력은 된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평가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일면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예․체능 특기생들을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처럼 길러냄으로써 기형적인 교육을 일반화 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음악과 미술의 수업,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체육활동, 기술자가 되기 위한 수공활동이 아니라, 보다 조화로운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교육의 개별화를 실현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아동의 각 기질에 따른 교육적 대응을 하고, 오이리트미 수업에서도 아동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동작을 시킴으로써 아동의 성격을 조화롭게 형성시키고 있다. 또한 1학년부터 8학년까지 한 선생님이 담임을 함으로써 아동 개개인에 대한 파악을 철저하게 하여 개별지도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에는 교사의 자질과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교과내용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학습에 있어서 아동의 능동성을 유발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사물에 대한 인식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하여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아동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예컨대, 공작 활동의 경우, 나무 합판을 잘라서 국기함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설계하고, 톱으로 자르고, 모서리를 맞추어서 못을 박고, 마지막으로 사포질과 니스칠을 해서 모양을 내고 완성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모든 재료는 이미 거의 완성된 상태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 또한 물리, 화학 등과 같이 실험을 해야 하는 교과의 경우 실험실과 실험기구 부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입학 시험에서의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실험보다는 교과서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짐으로써 아동의 자발적 흥미를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틀에 박힌 교과서와 정형화된 교과 운영, 그리고 정답지향적 지식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약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http://ifp.or.kr/academy/human_edu/980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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