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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지역통화 -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녹색평론40호)

by 마리산인1324 2010. 1. 6.

<녹색평론> 제40호 1998년 5-6월호    

http://www.greenreview.co.kr/

 

 

지역통화 -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

 

자나 포티어

 

 사람들이 지역신문에 자기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팔 수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게재하고 그것을 지역통화로써 교환하는 작은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잠시 상상해보자. 사람들은 서로서로 알고, 돕고, 배우며 지낸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지역의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탓으로 자연환경속에 있어서의 자신들의 위치를 늘 의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의 이웃들에게, 지역농민, 재단사, 전문직업인, 그리고 일반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하여 여기서 삶은 양이 아닌 질, 자만심이 아닌 자부심의 공유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유토피아적인 얘기처럼 들리는가?

 

  그러나 이러한 이상화된 형태의 공동체가 지금 뉴욕주 이사카에서 이곳의 지역통화시스템의 창시자 폴 글로버라는 사람 덕분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버가 창안한 시스템은 다른 곳으로도 전염되어, 예컨대 위스콘신주 메디슨 같은 도시들도 지금 지역통화의 열매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지역통화시스템은 ‘낮은’ 금융시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가입한 회원들은 지역통화신문에 목록을 게재함으로써 자기들이 어떤 물건을 갖고 있고,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를 알린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지역에서 인쇄된 화폐를 사용하여 서로서로 서비스를 사고 판다. 사람들은 여기서 ‘동물 돌보기’에서 ‘지퍼 수선’에 이르기까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서비스나 물건을 광고할 수 있다. 기업들도 전통적인 광고지면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광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참여하고 있는 ‘메디슨 아워’ 프로그램은 ‘메디슨 아워 참가자 목록’이라고 하는 월간 신문을 갖고 있다. ‘메디슨 아워’라고 불리는 지역통화는 미화 10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회원들은 처음 등록할 때 40달러어치의 ‘메디슨 아워’를 제공받는다. 예를 들어, 나는 ‘약초차(藥草茶)’와 ‘수제품 비누’를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품목으로 광고를 함으로써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액면가가 ‘1 아워’ ‘1/2 아워’ 및 ‘1/4 아워’라고 표시된 한움큼의 지역화폐를 얻게 되었다. ‘1/2 아워’짜리는 미화 5달러에 상당하는 것이다.

 

  ‘메디슨 아워’라는 지역통화시스템은 대략 100명의 개인과 20개의 사업체가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록에 올림으로써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겨우 석달이 지나는 동안 그것은 400명 이상의 개인과 35개 이상의 사업체를 포함할 정도로 성장해왔다. 뉴욕주 이사카에서는 대략 1,500명의 개인과 수십개의 사업체가 등록을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성장해감에 따라 보다 많은 서비스가 주어지고, 보다 많은 지역통화가 순환하게 된다. 이미 캔사스시티, 산 안토니오, 투손, 산타페, 하와이주 나알레루, 오리건주 유진, 캘리포니아주 카버빌, 플로리다주 서머필드 그리고 그밖의 많은 지역에서 지역통화시스템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 시스템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이 거래망에 참여하기 위하여 단지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목록을 제출하고, 소액의 수수료를 지불함으로써 얼마간의 지역통화를 받기만 하면 된다. ‘아워’ 프로그램은 새로운 회원에게 신문을 보내고, 미화 40달러어치의 ‘아워’ 화폐를 보냄으로써 지역통화시스템에의 참가가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참가자들은 돈을 쓰고 버는 일에 착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돈버는 일과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거래행위는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

 

  주목할 것은, 지역통화 ‘아워’가 순환되는 것과 더불어 공동체의 우정관계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목록을 제출했을 때, 나는 비누만들기와 약초차라는 내 취미생활을 등록한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회원들의 모임에 갔고, 거기서 지역통화시스템에 깊은 신뢰를 갖고 참여하고 있는 25명의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각자가 싸가지고 간 먹을 것으로 피크닉을 즐겼고, 각자의 일에 관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한 사람이 나한테서 비누를 샀고, 나는 2개의 ‘아워’를 벌었다. 그리고 나는 검안사(檢眼士)에게로 가서 안경을 사고, 그에게 3개의 ‘아워’와 얼마간의 연방화폐를 주었다. 그 검안사는 내게 말하기를, 그도 최근에 사보리 타임즈라고 하는 채식전문 식당에서 3개의 ‘아워’를 주고 식사를 하였다고 하였다. 그 식당은 ― 사보리 타임즈 ― 또 ‘아워’를 사용하여 지역농민시장과 식품조합에서 농산물을 샀다. 그리고, 그 식품조합과 농장에 고용된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지역통화 ‘아워’ 프로젝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따라서 그들은 그들이 받는 임금의 일부로 기꺼이 ‘아워’를 받는다.

 

  나에게서 검안사에게로, 또 식당으로, 조합과 농장으로, 그리고 거기에 고용된 사람들에게로 이렇듯 지역통화의 순환이 확대되면서, 우리가 사는 공동체내에서 그것은 사람들의 진짜 일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통화로 행해지는 개개의 거래는 통상적인 달러에 비하면 잔돈처럼 보이겠지만,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메디슨 아워’의 경우, 이 지역통화는 겨우 석달 사이에 천개의 ‘아워’(십만달러에 해당하는)를 공동체에 풀어놓았다. 이 돈은 은행이나 거대기업의 계정속으로 새나가지 않고 우리 공동체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 기업이나 경제 엘리트들의 이익에 이바지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그들쪽으로 새나가지 않는 법이다.

 

  지역교환시스템이나 대공황기 동안의 임시지폐, 그리고 그밖의 형태의 통화는 미국에서 과거에 사용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현대적인 지역통화시스템은 1980년대 초에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이 창시한 레츠(LETS =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였다. 영국에서는 1992년 말 기준으로 40개의 레츠가 운영중에 있었는데, 2년 뒤에는 275개로 늘어나더니 1995년 중반에 350개가 되었다. 1994년 기준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는 164개의 레츠가 있었고, 뉴질랜드에는 54개의 지역통화시스템이 운영중이다.

 

  그밖의 다른 복잡한 자본주의 사회들, 예컨대 아르헨티나,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같은 곳의 공동체들에서도 지역통화시스템들이 발전을 거듭해왔다. 북아메리카는 지금까지 35개의 지역통화시스템이 있을 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이러한 뒤떨어짐은 북아메리카의 실업률 또는 저고용상태가 아직도 다른 복지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중서부 북부지방은 1990년대 동안 공식적인 실업률에 있어서 꾸준한 하강세를 보여왔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미 더 열심히 일해도 점점더 돈을 벌기 어려워지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홀리 스클라에 따르면, 임금상승률은 생산성 상승률에 비하여 계속 떨어져왔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과 주식소유자들이 전보다 많은 소득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국민경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지역통화시스템은 대안적인 길 ―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고르게 나누어진 성공에 토대를 둔 생태적으로 건전한 경제를 창조한다.

 

  어째서 우리는 지역통화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가?

  1996년 2월 어느 상쾌한 날, 나는 ‘이사카 아워’의 창시자인 폴 글로버(Paul Glover)를 만나 지역통화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근본 이유에 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나는 자전거 하나를 빌려 큰 언덕을 페달을 밟아 올라갔다. 폴의 집주인인 친절한 부인이 나무로 지은 큰 집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폴이 주는 ‘이사카 아워’를 집세로 받고 있다.

 

이사카에서는 많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통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의도한 바인가요? 내 생각에는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적 프로젝트에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 필요없이 주어진 한계내에서, 즉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우리가 가진 지식의 한계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거래관계를 변화시켜서, 그것이 좀더 평등하고, 좀더 환영할 만하고, 좀더 공정한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문을 열고, 다리를 세우고, 좀더 공정한 토대 위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며, 그러면서 사람들이 즐겁게 행한 일에 대해서 보상이 주어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환경문제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이지만, 이것은 현재 주류의 경제적 이해관계에서는 보통 무시되고 있습니다.

 

기초생필품 값을 지불하는 문제는 어떻습니까? 집세라든가 식품값 말입니다. 그러한 기초적 생필품을 위해서 지역통화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집주인이라든지 전기회사나 식품공급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건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식품상들의 참여는 엄청납니다. 우리는 ‘이사카 아워’를 받아들이는 농민시장의 상인들을 마흔명이나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방금 이 지역에서 소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는 요구르트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사카 아워’를 액면가 그대로 받기 시작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사카 아워’를 가지고 식품을 살 수 있는 장소의 이름은 꽤 긴 목록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도 나는 우리 동네의 빵가게로 가서 100퍼센트 ‘이사카 아워’를 가지고 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나는 조금 전에 생일파티를 위해 케이크에 장식을 하는 어떤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거래나 물품구입에 ‘이사카 아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세의 일부도 ‘이사카 아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세의 일부로 ‘이사카 아워’를 받고 있는 집주인들도 꽤 많습니다. 우리는 아직 전기회사와 교섭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곧 해볼 작정입니다. 전기회사는 뉴욕주 전체의 절반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업체라고 볼 수 없고, 그 때문에 지역통화시스템에의 참여가 어렵습니다.

 

기업체가 참여한다면 ‘이사카 아워’ 시스템은 자본주의와 꼭같은 것이 아닌가요?

이 시스템을 나는 ‘상호부조의 사업체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고 부르는 것보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는 최악의 경우에 로보트와 같이 기계적이고 관료주의적이고, 음울하며 반신학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사카 아워’가 어떻게 비자본주의적 시장시스템이 될까요?

‘이사카 아워’는 자본가의 달러와 뚜렷이 구분됩니다. 자본주의는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체제이지만, ‘이사카 아워’는 일을 함으로써만 벌 수 있는 돈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사카 아워’는 투자가 아니라 소비하도록 설계된 것이며, ‘이사카 아워’에는 어떠한 이자도 붙지 않습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비자본주의적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업체들은 이윤을 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들이 ‘이사카 아워’로부터 얻어내는 게 무엇일까요?

‘이사카 아워’는 최저임금을 두배로 올립니다. (1‘아워’는 미화 1달러에 상응한다.) 사람들은 주머니에 돈이 거의 없습니다. 이사카는 뉴욕주에서 가난한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풀타임으로 일하고도 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그저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고 지나가는 고객으로 꽉 찼습니다. 그러니까 사업체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물건을 사기를 원합니다. 그런 사업가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요. “이봐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봐요. 그들은 진짜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이 돈을 벌었고 그것도 보통 경우보다 더 나은 급료를 받은 거예요.”

 

우리는 아마도 조화에 토대를 둔 삶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사회 다윈주의적인 접근, 즉 부조화에 토대를 둔 은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가 명상을 하고, 고요히 앉아있을 수 있다면 우리는 조화의 교향곡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인가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하고, 날씨가 추워지기도 하고, 모기떼의 공격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일어서서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고 넘어집니다 … 그런데, 내 생각에 겁을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은 가장 탐욕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그런 사람을 탐욕스럽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모든 사람들 사이에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태경제학’이라는 운동이 커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사카 아워’는 그런 큰 운동의 부분입니다. 지난해에 나는 논문을 한편 썼습니다만, 거기서 나는 우리가 음식과 연료와 옷과 집과 교통수단, 그리고 그밖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자연을 치유하거나, 또는 적어도 자연을 덜 고갈시키고, 자만심이 아니라 공유된 자부심의 기초 위에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에 관해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사카 아워’를 유연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제공한 서비스 시간의 질에 따라 ‘아워’의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는 18명의 마사지 요법사, 6명의 침술사, 6명의 카이로프락틱 시술사, 그리고 대여섯명의 변호사들에게 얘기를 하였습니다. 이들은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시간당 ‘아워’의 가치를 높게 책정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는 문화적으로 평등성을 지향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꽤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요금비율을 낮추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진화하도록, 그리하여 마침내 ‘비폭력’의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평등거래라는 개념을 어떤 사람들은 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정면으로 자본주의와 충돌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지요?

나는 지역통화가 밑으로부터 체제를 변화시키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안을 창조하고 있는 거지요.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파괴적인 시스템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역통화는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만들어냄으로써 기성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와 새로운 시스템을 다시 짜는 과정인 것입니다. 바로 이 방에서 언젠가 CBS 방송기자와 대담한 적이 있지요.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은 오늘날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뒷받쳐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공동체의 나날의 삶에 필수적인 기술들을 갖고 있지만, 그러한 기술이 다국적기업들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 한 외면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기자가 말하더군요. “그래요. CBS에 근무하던 많은 내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그리고는 그들은 지금 햄버거를 요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의 발언은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텔레비젼에서 혁명이 시작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거지요. 대기업의 지배를 끝장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겁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의 말미에 그 기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사카 아워’는 실재의 사람들에 의해 뒷받침되어 있지만, 달러를 뒷받쳐주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소리를 전국 규모의 텔레비젼에서 하더군요.

 


  자나 포티어(Jana Fortier) ― 미국 미네소타주 마샬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주립대학의 인류학 교수. 여러해 동안 비자본주의적 경제 및 교환시스템에 관해 연구해온 이 여성 인류학자는 폴 글로버의 ‘이사카 아워(Ithaca Hour)’에 영감을 얻어 위스콘신주 메디슨에서 ‘메디슨 아워’라는 지역통화시스템을 창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여기 소개하는 것은 미국 잡지 Conscious Choice 1996년 9-10월호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