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미의 산림이야기> 2009.10.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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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사례(4)
글·사진 / 유리화(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영과)
일본 최대 도시인 도쿄 도에 위치한 ‘도쿄 도 히노하라 도민의 숲’ 내 ‘삼림세라피 로드’ 사례를 통해 일본 ‘삼림세라피’ 인증제도 중 ‘삼림세라피 로드’ 인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지역은 이미 ‘도민(都民)의 숲’으로 조성·운영되고 있는 곳으로서 ‘도민의 숲’ 내 폭포에 이르는 약 1km 내외의 숲길을 ‘삼림세라피 로드’로 신청하여 인증을 받은 곳이다. 이 곳 ‘삼림세라피 로드’는 노면에 편백나무 칩을 약 15cm 두께로 깔아놓은 점이 특이했는데, 편백나무 칩을 사용한 것은 ‘삼림세라피 로드’로 인증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민의 숲’ 설계 당시부터 구상된 사항이었다고 한다.
‘도민의 숲’에서는 ‘삼림세라피 로드’를 걷기 전후 혈압, 맥박 등을 측정하고 심리상태에 대한 간단한 설문(표 1. 참조)을 작성함으로써 산림의 건강증진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삼림세라피 로드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산림치유를 목표로 진행된다기보다는 기존 ‘도민의 숲’ 프로그램 운영을 위하여 ‘삼림세라피 로드’를 활용한다는 측면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의 ‘삼림세라피 로드’의 인증 평가기준으로 알려진 바는 첫째, 숲길이 주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감각적 요소에 대한 평가이다. 즉 산림 내 경관, 시냇물, 조류, 곤충 등의 소리, 밟는 느낌이나 걷기 편함의 정도, 숲의 향기 등과 같은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는가를 평가한다. 둘째로 주변 숲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으로 온도, 습도, 조도(照度), 음이온, 피톤치드 발생량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 특유한 종(種)을 포함한 수목, 초목, 곤충, 조류 등 자연의 풍요로움을 평가하고 넷째, 숲길의 폭, 경사, 노면 상태, 숲길의 거리, 휴식시설의 유무, 통신 및 낙석, 절벽, 배수성 등으로 검토하는 숲길의 안정성 등 전반적인 숲길의 특성을 인증 평가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 이전에 ‘삼림세라피 로드’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도시환경과의 비교 실험을 통해 인체 생리적 측면에서 그 효과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상에서 선진국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사례로서 일본의 ‘삼림세라피’ 인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물론, 일본에서의 산림치유에 대한 활용사례가 ‘삼림세라피’ 인증제도만으로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구마모토 현(熊本縣)이나 기후 현(岐阜縣) 등의 산림을 활용한 독립된 형태의 건강증진시설 조성 사례들이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또 ‘삼림세라피 실행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인증과는 별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산림치유 효과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련 공간 및 시설을 조성하는 곳도 있다. 다만 1980년대 초 ‘산림욕’이란 용어로 시작된, 산림이 지닌 인간 건강증진 효과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최근에는 ‘삼림세라피’란 용어를 통해 발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렇듯 ‘삼림세라피’ 인증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사례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에서의 ‘삼림세라피’의 대상은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 또는 중증의 질병을 가진 자가 아닌, 현대화된 도시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일반적인 도시인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둘째, 산림치유의 공간은 ‘조성’의 개념보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확대·발전시킨 ‘활용’의 측면이 강하다. 즉 산림의 건강증진 및 질병치유 효과 발휘를 위해 새롭게 공간을 조성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조성·운영하고 있는 숲길, 숙박시설, 휴양시설 등을 ‘삼림세라피’라는 개념으로 탈바꿈시켜 활용하고 있다.
셋째, 산림자원뿐만 아니라 산림치유와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숲길을 중심으로 하는 산림자원 외에도 명상이나 운동, 온천욕, 먹거리, 주변 문화자원 및 관광자원 등 건강증진을 추구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하여 소위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넷째, 이러한 다양한 컨텐츠 확보를 위해 주변 산촌마을과의 연계성이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 산림의 건강증진 및 질병치유 효과는 궁극적으로 산림 환경으로부터 비롯된다. 다만 산림을 찾은 도시민들이 보다 오랫동안 산림 내에 머무르면서 산림치유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깨끗한 숙박시설, 청정한 먹거리, 특색 있는 볼거리, 친절한 서비스 등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산림 외 자원을 산림을 둘러싸고 있는 산촌마을을 통해 확보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다섯째, ‘삼림세라피’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산촌마을 진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호의 ‘삼림세라피 기지’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일형 이용행태를 숙박형으로 전환한다든지, 산림자원을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한 특색 있는 컨텐츠로 부각시켜 프로그램으로 개발·운영함으로써 ‘기지’ 내 숙박시설, 휴양시설 및 편의시설 등의 이용률을 높여 궁극적으로 지역주민의 소득제고에 기여하도록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삼림세라피 기지’ 추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기지’ 및 ‘로드’의 인증은 지자체의 신청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나 지원이 없다면 결코 추진되기 어려운 사업으로, 성공적인 ‘삼림세라피’ 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그동안 4회에 걸쳐 짧게나마 선진국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사례를 검토하였다. 선진국의 활용사례를 처음 서술할 때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의 유형이 우리나라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례 검토가 국민 건강증진 및 산촌 활성화에 기여하는 보다 발전적인 ‘우리만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 모델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삼림세라피 로드
히노하라 도민의 숲
삼림세라피 로드에서 바라본 폭포
삼림세라피 로드 안내판
삼림세라피 로드의 효과 설명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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