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발표한 '2010 통일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신뢰한다(6.4%)'와 '신뢰하는 편(26.1%)'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2.5%였다.
반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10.7%)', '신뢰하지 않는 편(25%)'이라고 답한 사람은 35.7%로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반은 믿고 반은 믿지 못하겠다는 답변은 31.7%로 나타났다.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비율은 저연령, 고학력, 정치적으로 진보성향 일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지난 7월 전국 16개 시·도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통해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2.8%, 신뢰수준은 95%이다.
천암함 정부 조사, 국민은 의구심 못 버렸다
|
▲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를 취재진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 |
통일평화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와 중·고교생 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한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에서 성인의 75.4%, 청소년의 75.1%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응답한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상신 박사는 "세 집단이 고르게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반은 믿고 반은 믿지 못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들도 정부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회귀분석 기법으로 신뢰도가 달라지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수록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소통의 문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해 천안함 조사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그는 또 "천안함 사고 시각에 대한 정부의 말 바꾸기와 북한 어뢰설을 부정하는 등 야당과 일부 민간 전문가들의 계속된 의문제기, 뒤늦게 발견한 사고 동영상, 북한을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침몰 원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천안함 사건 해결 방법, 33.1%가 남북간 대화
이번 설문조사 항목 중 '천안함 사건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원인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란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4.6%의 응답자들은 '매우 혹은 다소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면 '별로 혹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7.3%에 그쳤다. '반반'이라는 답은 28%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해 이 박사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 침몰시켰다고 믿는 국민들 역시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단순히 북한의 적화야욕이나 김정일 정권의 호전성에 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천안함 사건은 지난 2년 반 동안 급속히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응답자들은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중에서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북한(55.5%)을 꼽았다. 이는 연구소가 지난해 벌인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7%가 북한을 꼽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이 박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민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에 이어 한반도 평화에 위협적인 나라로 응답자들은 중국(24.5%), 일본(10.2%), 미국(8.2%), 러시아(1.2) 순으로 꼽았다.
천안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4%는 '국제공조를 통한 경제적 제재'를 택했고, 33.1%는 '대화와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11.8%)와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응징(10.5%)을 선택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