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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9일 마리선녀 씀 -

여성농업인교관반 04-3회차 연구과제 <연구보고서>

이 글은 <농림수산식품부 여성농업인광장>에도 실려있습니다

http://woman.mifaff.go.kr/USR/BORD0201/m_488/LST.jsp?id=M6040500&cate=&key=subject&search=&search_regdate_s=&search_regdate_e=&order=&desc=asc&srch_prc_stts=&pg=1&mode=view&idx=17201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지배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여자와 남자가 아주 똑같고 기계적으로 평등한 세상이 아니라, 상호 배려의 비전을 갖고 있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우리 모두가 그냥 우리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 평화와 가능성의 세계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페미니즘(feminism /여성이라는 뜻의 라틴어 'femin(a)'과 'ism'(이념)이 결합된 용어로서, '남녀는 평등하며 본질적으로 가치가 동등하다'는 이념) 혁명만으로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인종주의, 학벌주의, 제국주의 역시도 종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하게 자기를 실현하는 여자와 남자가 된다면, 사랑이 충만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불어 살면서 자유와 정의의 꿈, 그리고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진리를 현실에서 성취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더 가까이 오라. 페미니즘이 당신의 삶과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지켜보라. 더 가까이 오라. 와서 페미니즘 운동이 진정으로 어떤 것인지 직접 살펴보라. 더 가까이 오라. 그러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임을…

-벨 훅스, 「행복한 페미니즘」 서문에서

1. 시작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각각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명확하게 구분되는 두 집단이 바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집단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항상 같이 어울려 살면서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 또한 역사를 축적해 왔다. 문제는 이들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성은 능동적이고 호전적이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데 비해, 여성은 수동적이며 평화적이고 감성적이며 비논리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비교되어 왔으며, 이 때의 기준은 언제나 남성이었다. 즉 여성은 자신의 독자적 성 영역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남성보다 열등하고 불완전하여 남성에 부속되는 존재로 규정되어 왔다. 오늘날 사회를 보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남성 중심으로 구성?고착되어 있으며, 재화(財貨) 역시 대다수의 남성 위주로 편중되어 있다.

요즘 들어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사회적으로 여성의 타자화(他者化)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게다가 권력과 과학 분야 그리고 농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차별을 지극히 자연적인 것인 양 인정하거나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성(性) 정체성(正體性)에 대해서 자각하기 시작했으며, 역사의 외곽으로 밀려난 자신들의 발자취와 그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차별의 극복, 여성과 문화 읽기, 여성의 몸과 정체성, 성과 권력, 여성주의 시각에서 본 결혼과 가족, 여성의 일 등 다양한 각도에서 여성 담론(談論)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 시각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 성문화(性文化)와 가부장제

사회 속에는 인간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세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집단, 즉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그 심각성에 비해 극히 미비한 수준에 있다는 게 여성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는 남성 중심의 사회적 구조에서 여성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수(數)가 남성보다 적은 현실에서 여성문제는 뒤로 보류되거나 아예 사라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여성의 생물학적 성(sex)을 내세워 가사노동이나 육아문제 등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문제는 단순히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성 개인은 물론 공적(사회) 영역에서도 깊은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나아가 가족 및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성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존중하여 성 평등을 증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 전체를 보다 성숙되고 완성된 것으로 이끄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여성문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왜곡되고 오늘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의 '나' 자신을 생각해본다.

1) 일그러진 여성성

여성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의하여 사회적으로 혹은 성적으로 착취와 학대, 배제 및 통제의 대상이 되어 왔고, 그러한 편견으로 말미암아 역사적으로 그 모습이 왜곡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묘사는 여성의 열등함에 대한 강조나 그에 대한 일종의 저주를 동반하여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가부장적 사유가 반영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화와 철학에서 여성들은 남성화된 존재나 그렇지 않으면 그 보조자 등 일종의 불구화(Handicapping)된 남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독교적 해석으로도 여성은 통제되지 않는 본능과 죄의 화신으로 상징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은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해 자신의 존재적 특성과 사뭇 다른 해석을 부여받게 되고, 스스로도 그러한 것을 인정하며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숙명 또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여성문제가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영역에서만의 문제로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경험되는 이유는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남성중심적?가부장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여성을 인간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정하고, 인류 종속 번식의 도구와 남성의 씨받이 역할 또는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주로 여성만이 경험하는 억압의 문제로서 일상에서 다양한 상황으로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현상은 착취, 주변화, 무력화, 문화적 식민화, 폭력이 동시에 또는 부분적으로 여성에게 억압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현상에 대해 대다수의 여성들은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것은 우리 일상이 가부장제라는 거대 구조에 싸여 있기 때문이며, 그 테두리 내의여성이 경험하는 불평등과 억압 그리고 차별의 문제는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하나의 자연적인 현상과 질서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오는 부당함에 대해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라는 여성 자신의 자조적인 말로 자기 합리화하거나 위안으로 삼으며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을 보는 일반적 시각에 있어서도 남성 중심적인 담론들로서 주로 생물학적인 성(sex)에 입각해 해석했다. 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이가 차별로 발전되었고, 그 차별을 여성에게는 열등함으로, 남성에게는 우월함으로 인식시켰다. 이렇게 잘못된 근원적 개념 해석은 여성들에게 성적 불평등을 자신도 모르게 인정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기회까지 박탈했으며, 자기 정체성은 물론 생활 속에서도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게 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었던 여성은 언제나 주체적이지 못하였으며 보조자로 대상화되었고, 특히 항상 폭력에 노출되어 왔다.

여성의 몸 역시 여성의 것이 아니었다. 남성과 제도에 의해서, 또는 사회의 상업적 조작으로 말미암아 여성은 비하되고 착취당했으며, 심지어 여성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된 낯선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즉 여성들의 사적 영역 안에서 조차 사회구조의 폭력적 관계가 용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은 여성의 부도덕이나 부주의에서 비롯된 당연한 현상으로 간주되어 왔고, 혹은 그 단죄의 수단으로 정당화되기까지 했다.

그 단적인 예로 성폭력 범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20세기 페미니즘이 성폭력을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살해'로 규정한 다음에야 그 범죄성이 전 세계에서 인정될 수 있었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비롯하는 가족간의 갈등과 남편의 성적 학대는 여성으로 하여금 다양한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도록 했으며, 나아가 인간으로서 여성 스스로의 가치를 상실하게 했다. 예를 들어, 결혼생활에 있어 남성 쪽으로 많은 부분 따라야 하는 문화적 분위기와 가부장적 호주제는 오늘날에도 사회적 문제로 많은 갈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여성 스스로 주체적 인식을 가져야 하며, 자신이 몸의 주인이 될 수 있을 때에야 신화와 문화적 편견을 타파하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굳건히 하면서 여성들은 여성인 자신에 대하여 그리고 남성들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성에 대하여 이해의 폭을 넓혀서 서로 존중할 때만이 정신과 정서적인 면에서 안정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2) 의무에 눌린 남성성

근래에 들어 간간히 남성들의 볼 맨 소리가 매스컴을 통해 들린다. '매 맞는 남성'이라든가 '남성의 전화', '고개 숙인 남편' 등 다양한 형태로 남성의 불만을 사회적으로 부각시키고자 한다. 남성도 일종의 가부장제의 희생물이라는 항변의 표시인 것이다. 가부장제에서 오는 특권적 기득권과 우월한 권위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회적 책임과 가족의 평생 부양이라는 의무감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무게감을 느끼고 만 것이다.

생물학적 성을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받는 문제는 남성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많은 경우의 여성문제는 그 이면에 남성문제를 함께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남성이 단지 생물학적인 이유로 경험하는 불평등의 뿌리는 결국 여성문제의 그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문제나 남성문제는 드러나는 내용이 다를 뿐 근본 원인은 가부장제가 가지고 있는 지배적, 이분법적, 획일적, 수직적 속성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문제와 남성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렇듯 현 사회에서 남성문제가 분명히 있지만, 유독 여성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 사회구조가 가부장제적 특성을 가짐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성의 문제 안에 남성의 문제도 함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오래도록 지배해온 가부장제는 이렇게 가정에서나 사회에서의 철저한 성적 역할분담을 요구해 왔으며, 남성을 하늘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고 여성으로 하여금 그 권위를 떠받들도록 요구하였으며, 자녀들은 물론 부부관계에서조차 하늘과 땅으로 차별하며 평등한 관계, 즉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를 구축하여 스스로 상대적 고립과 고독의 길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3. 성문화(性文化)와 여성주의

오늘날 여성학에서의 성 개념은 보다 사회화되고 학습된 성의 개념(gender)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이 개념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다를 수도 있지만 같을 수도 있으며, 또한 그 공통점과 차이점이 천편일률적이거나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다르며, 각자의 개성까지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 개념은 과거와 현재의 여성에 관한 제반 문제들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양성 평등한 미래를 위해 보다 바람직한 전망도 가능케 한다.

1) 일상에서의 성 차별 인식

현실에서 여성문제를 제기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여성문제는 언제나 있어왔기 때문이고,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이며, 또한 그러한 문제를 새삼스레 끄집어내는 과정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던 일이어서 평소의 눈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을 뿐더러, 간혹 인식하더라도 '문제'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기까지는 현실적으로 많은 대가를 감수해야하는, 확고한 자기 확신이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선구자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오랜 전통과 사회적 구조는 여성에게는 두텁고 높은 장벽을 뛰어넘는 일이며, 이를 개선해나간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많은 부분 여성문제는 가까운 주변이나 일상에서부터 일어나는 인간관계여서 피해 당사자인 여성 스스로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 한다면, 일시 해결은 어렵더라도 시간이 흘러 점차 나아지리라는 절대적 희망이지 않을까.

우선 여성주의적 시각을 키워야 하며 그러한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되면 여러 가지의 문제가 새롭게 보이게 된다.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문화적 성(gender)과의 분리성, 성별분업, 가사노동의 가치평가, 일부일처제와 부계부권주의,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제 문제 등 그 동안 당연시하거나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겨졌던 많은 일상의 문제들이 가시화된다.

여성문제는 이렇듯 가까운 일상 곳곳에 놓여있으며,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나 정도의 차이가 달라지고, 인정되고 수용됨도 다양한 결론으로 드러난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남성중심의 사회구조에 대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은 보조자적 입장이 아닌 삶의 주체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즉 여성주의는 오랜 전통과 관습, 제도로 인해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는 일이며, 따라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일에도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사고의 전환은 곧 여성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높이며 지켜나가는 중요한 일이다.

2) 가정에서의 성 차별 인식


특히 가정은 혈연으로 결합된 자연 공동체로서 순수한 애정이 구현되는 장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학자 및 여권론자들은 성 불평등과 여성 억압이 나타나는 가장 일차적인 장소가 바로 가정임을 지적하고 있다. 남편의 일방적 억압과 아내의 사회 참여나 노동 참여를 통제하고 있으며, 가사 및 육아의 담당을 전적으로 여성 책임으로 규정한다.

또한 가족 내에서 여성인 어머니 자신이 성 차별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로서 후대의 전파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이중적이며 모순적인 여성들의 행태는 곧바로 세습화로 이어져 여성문제의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에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의 사실과 함께 강조되는 것은, 가정은 남녀간의 평등한 관계와 여성의 자아실현을 위해 교육하고 실습하는 기초적인 장소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폭력 역시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제적 성 차별주의의 간접적인 결과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성 차별주의가 종식되지 않는 한 가정 폭력 또한 그리 쉽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에 여성은 존재의 지속을 위하여 결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경제적 지원과 출산에 있어서도 굳이 남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나아가 가족이 해체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문제로 의식하고 여성의 눈으로 가정 및 가족을 재규정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모색과 함께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 및 지위의 재설정이라는 과제가 사회 전반에서 조용히,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

3) 사회적 성 차별 인식

가정과 동시에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매춘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춘의 폐지 및 규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정책이 시도되어 왔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매매춘에 대한 사회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이고 적대적인 태도가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매춘 여성들로 하여금 더욱 더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는 매춘을 노동의 한 분야로 인정하고 매춘 여성들에 대한 인간 및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하는 흐름도 있다.

여성이 노동을 하고 돈을 번다고 해서 해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경제적 자기 충족은 여성해방의 필수 요건이지만 현실에 있어 여성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며 많은 장애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직업분류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너무나 뚜렷하다.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라든가 아동을 돌보는 직업이라든가 서비스업의 종사자 등 여성의 직업은 지극히 남성들의 보조자격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을 비롯한 여성의 제반 권리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가정 및 사회생활에서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사회학적 성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려해 줄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법과 함께 성 차별, 여성의 용모 제한, 간통, 성희롱, 강간, 낙태에 관계되는 법, 여성의 신체적, 생리적 특성에 근거한 특별보호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4. 성문화(性文化)와 정치참여

여성의 지위 신장을 위해 오늘날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여성의 정치 참여의 확대이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현실 정치권에 진출하여 여성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대변하여 여성의 전체적인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농업 분야를 비롯하여 여성 정치인의 수가 그 어느 때보다 늘었다는 것은 남성 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를 좀 더 빠르게 약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실 세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여성들의 자아실현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고, 많은 여성들에게 사회진출의 물꼬를 트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평소에 국가를 비롯하여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하고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 노력해야하며, 사안의 결정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여성들은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여성들의 목소리라는 사회 운영의 일원으로써 중요한 이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참여를 자신의 지적, 정서적, 인격적 성숙을 위한 훈련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5. 마치며

지금껏 불균형적이었던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올바로 확립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실현하고 보다 성숙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조화로운 공존'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 내부의 공고한 연대의식 역시 중요하다. 모든 여성은 같은 성(sex)에 입각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 이해관계, 인종 등에 따라 다시 여러 집단으로 나눠지게 된다. 특히 계급적 관계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소수의 소외된 여성들의 예민한 반응에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한다. 간혹 기회주의적으로 현실에 접근하는 일부 여성들의 여권주의 정강을 이용해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누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이는 곧 크게 보면 여성주의를 훼손시키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가부장 체제를 공고화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여성운동은 자신의 내면화된 성 차별주의를 여권주의적 사고로 전환하는 의식화 단계이며, 양성 모두를 위한 자유로, 사랑이 없는 자리에서 사랑이 풍부한 자리로 데려가는 평화운동이다. 따라서 여성들을 억압하고 배제하여 스스로도 왜곡되어 있었던 남성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각각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독립과 협조'를 공존시켜 나갈 때 '아름다운 사회', '조화로운 삶'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 시몬느 드 보봐르, 「제2의 성」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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