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참여연대> 2002/06/09 19:38

http://blog.peoplepower21.org/PSPD/6553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 출간기념 심포지엄 열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7일 오후 2시부터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 출간 기념 심포지엄을 가졌다.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기술 발전 및 환경정책결정 과정에 있어 시민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를 제도화시키기 위한 국내외의 다양한 방안들이 소개되었다. 이와 함께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과연 과학기술 및 환경정책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결론도출을 보장하는가?", "시민참여에서의 시민의 범주는 이해당사자를 포함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3자적인 일반인만을 의미하는가?"등 결코 명쾌한 해답을 얻기 힘든 물음이 제기됐다.

▲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출간을 기념하여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전문가주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이번 심포지엄은 김환석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의 사회로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동광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의 김두환 씨, 조현선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표자로 참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심포지엄의 발표자들은 과거 전문적 지식을 가진 집단들끼리 비공개로 이루어지던 과학기술이나 환경정책들에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고 그들의 의견이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교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영희 교수는 "그동안 과학기술정책에는 전문성있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주의'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지적한 후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시민참여문제는 당위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시점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 등 어느정도 조건만 갖추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외적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민참여의 모델들을 소개했다.

그는 국민투표, 공청회/청문회, 여론조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참여모델과 함께, 이해당사자 집단들을 대표하는 소수가 참여하여 협의하는 규제협상, 일반시민대중을 대표할 수 있는 패널이 참여하는 합의회의, 무작위로 선발한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배심원/시민패널 제도등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을 소개했다.

시민·대항전문가·대중운동 네트워크 필요

▲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미국의 '재조합 DNA 논쟁'을 소개하는 김동광 위원

김동광 위원은 광우병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영국 상원 특별위원회가 2000년 발간한 "과학과 사회" 보고서를 인용하여 "대중의 과학이해를 돕고, 불확실성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기위해 과학기술 발전의 초기 단계부터 과학과 대중 사이의 대화를 일상화 시켜야 한다"고 생명공학에 있어서의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생명공학 논쟁의 대중적 확산을 통해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미국의 '재조합 DNA 논쟁'을 소개했다. 197년에 스탠리 코헨과 허버트 보이어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재조합 DNA기술은 종의 경계를 뛰어넘은 유전자 이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한 기술이다. 처음에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시작된 이 기술에 대한 논쟁은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대중논쟁으로 번져 과학자와 시민으로 이루어진 '재조합 DNA 실험 심사위원회'회가 구성되었다.

위원회는 1977년 5개월간에 걸친 활동끝에 실험을 허가하기 전에 여러 가지 강력한 안전조치를 추가할 것을 권고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이후 케임브리지 조례에 포함되었다.

김동광 위원은 "''재조합 DNA 실험 심사위원회'의 성과는 이후 과학자들의 강력한 반발과 로비로 봉쇄수준이 점차 약화되어 실질적인 것보다는 상징적인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이 사례는 생명공학에 있어 시민참여가 정책적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해 여러 가지 함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의사결정에 시민들이 참여해서 레토릭이나 상징의 수준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시민-대항전문가-대중운동이라는 여러층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와 지역주민 의사소통 가져야

▲ 김두환 씨는 "갈등을 협력과 학습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석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환 씨는 환경정책과 시민참여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환경정책에 있어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공정하고 올바른 해결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새만금 사업, 비선호 시설의 입지선정 등 경제적 이해가 얽힌 지역주민들과, 일반시민 및 환경단체들과의 벌어지는 갈등을 지적하면서 참여하는 시민의 의미와 범주에 따라서 정책결정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환경정책 결정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을 분석함으로써, 갈등을 협력과 학습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석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지역 내에서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정책의 경우 사전에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긴밀한 의사소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현석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조현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이 산업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었음을 지적하며 "경쟁력 중심 기업 주도의 과학기술 정책을 지양하고, 과학기술의 보다 균형적인 발전의 위해서 새로운 정책이념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각성과 의식향상이 필요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참여 모델 확립 위한 논의의 시작

발표가 끝난 후 토론자로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회의록작성, 정보공개 실태의 부족을 지적하며, "시민참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및 환경정책결정 과정에 있어 정부가 일반시민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또한 "공익적인 주체가 이익집단의 성장을 따르지 못하고 있고, 언론이 이러한 문제들을 의제화 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에서 조직한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에 시민패널로 참여했던 심순영(군포시, 자영업) 씨는 합의회의에 참가했던 경험과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며 "최초 전혀 관련 지식이 없었던 일반인들이 제공되는 자료와 논의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공정한 결론을 도출 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며,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마련한 합의회의라서 정책결정에 반영되지 않았음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람과 물 연구소'의 정규호 소자은 환경문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신속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문제 해결과 갈등해소를 위해 언론, 대학,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은연중에 시민과 전문가를 구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신간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에는 시민참여를 확대하기위한 국내외의 다양한 모델들이 소개되어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신간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의 출간을 기념하여 마련된 만큼,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사들이 초청되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논쟁이 오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역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과도한 영향을 행사함으로써 지역이기주의를 관철시키는 등 시민참여의 의미가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영희 교수는 "시민참여와 지역이기주의 문제는 우리에게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으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발전적 시민참여를 모색하는 과정들이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에 소개되어 있는 만큼 이 책의 출간을 시작으로 바람직한 시민참여 모델을 확립시키기 위한 논의들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심포지엄을 마무리했다.

 
한태욱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