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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 고찰 /김은종

by 마리산인1324 2010. 10. 14.

<불교평론>

http://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 고찰

 

김은종 /원광대학교 강사

[25호] 2005년 12월 10일 (토) 김은종 원광대학교 강사

오랫동안 선(禪)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시대가 변하고 생활방식이 변한 현대라는 삶의 현장에서 선은 어떤 방법과 형태로 수행될 수 있으며, 그 수행 참여와 지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품어왔다. 왜냐하면 농경사회라는 비교적 단순한 생활환경을 기반으로 소수의 출가 수행자가 중심이 되어 발달되어 온 동양적인 수행 전통의 하나인 선(禪)이 산업사회를 거쳐 디지털정보사회라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급변하는 생활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과 사랑, 가사와 육아, 사회활동과 자기개발 등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 수행을 해야 하는 다수의 일반인에게 선은 어떤 형태로 다가서야 할까?

 

사실 선(禪)이란 그 본질이 수행을 위한 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수행을 통한 고통의 극복, 즉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해 개발된 수행 방법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선에서는 이러한 고통이 자신의 그릇된 견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선은 그릇된 견해를 벗어나 바른 안목을 얻고, 그 안목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행위함으로써 불필요한 고통을 제거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의도한다. 그것은 곧 전인적 인격의 성숙과 그로 인해 자신과 세계가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선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야하고 ‘삶을 이루는 요소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개발되어야 한다. 선수행이 이루어지는 터전도 우리가 직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문제투성이의 삶의 현장이며, 선수행의 효용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을 통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선은 현대인이 처한 다양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속에서 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수행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선도 생명을 가진 존재와 마찬가지로 늘 새롭게 탄생하고, 재해석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의 대중화와 시대적 적용에 성공적인 선수행 공동체가 있다. 바로 베트남 승려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이 이끄는 프랑스 플럼빌리지(Plum Village)가 그 곳인데, 그는 불교의 삼학수행을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집약하여 다양한 과정과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마인드풀니스’를 개발하고 지속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마인드풀니스’는 일반적으로 ‘정념(正念)’, ‘마음지킴’, ‘마음챙김’, ‘깨어있음’, ‘수동적 주의집중’, ‘알아차림’ 등으로 안목이나 혜(慧)의 측면이 강조되어 번역되고 있다. 그러나, 틱낫한의 경우는 이 ‘마인드풀니스’를 삼학 중의 계(戒)에 해당시키고 전 수행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삼학수행을 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집약해서 선수행의 핵심으로 하고, 대중적인 선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에 성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틱낫한의 ‘마인드풀니스’는 선의 대중화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틱낫한은 선의 핵심(zen key)으로 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제시하고 그의 선수행 공동체인 플럼빌리지에서 이루어지는 선수행의 모든 과정을 이 ‘마인드풀니스’를 개발하고 지속하는 훈련(training)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선수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챙기는 마음’ ‘까닭있는 마음’으로의 환원과 지속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런데 그는 재가 수행자들이 이 마인드풀니스를 익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운영함으로써 현대 불교 선수행에 있어서 대중적인 방법과 선 프로그램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선수행의 방법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플럼빌리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중심으로 하는 선수행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플럼빌리지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수행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상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행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실제에 대해서는 몇 몇 연구자들에 의해 소개가 되었지만, 주로 체험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상세한 내용은 소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2) 그러므로 본 고에서는 플럼빌리지 공식홈페이지3)에서 제공되는 자료와 그의 저서에 나타난 내용을 중심으로 플럼빌리지의 선수행의 사상과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틱낫한의 플럼 빌리지 성립 및 전개

 

1. 틱낫한과 접현종

 

틱낫한은 최근 수십년간 서구 사회에서 불교가 팽창하는 것을 직시하고, 새 시대에 맞는 불교에 대해서 늘 주장해왔다. 그리하여 ‘불교는 살아 숨쉬는 실체이다. 나무처럼 죽은 가지가 있으면 새로운 가지가 자라날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새로운 가지란 우리 시대와 문화에 적절한 가르침을 의미한다.’4)며 1982년에는 선종인 임제종의 분파인 접현종(接現宗)을 창설하고, ‘새로운 가지’를 뻗어 불교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5) 현대사회에서 불교와 불교수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에는 시대와 생활에 맞는 개정판 승규(Revised Pratimoksha)를 발표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불교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첨단 과학문명과 매스미디어, 빠른 흐름 등이 승가 공동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세속화를 초래하고, 비불교계 공동체들의 삶의 방식에도 타락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와 문화에 맞으면서도 승가의 구성원에게 적절하고 실용적인 승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개정된 승규에는 예를 들면 자동차, 컴퓨터, TV, 핸드폰, 전자 게임, 이메일과 인터넷의 사용에 관한 계율이 등이 포함되었다.6)

 

이처럼 틱낫한은 불법의 현대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그 또 다른 측면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 참여불교의 실현에 관한 것이다. 접현종은 바로 그 참여불교 즉, 불법의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보이는데 그 주축을 이루는 교리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불교는 이미 참여하고 있는 불교이다. 아무런 관련 없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이미 불교가 아니다.

 

둘째, 나는 연결된 존재라는 지혜, 즉 나는 개별적인 나가 아니라 개별적 나가 공(空)하다는 지혜와 무상함은 참여불교의 수행과 평화창조의 근본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불교 수행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수행과 사회봉사, 불의를 줄이고 멈추기 위한 비당파적인 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넷째, 참여불교는 우리가 삶을 사는 법이다. 평화란 단지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평화란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행(行)에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가르침과 수행은 시대와 지역에 합당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는 쉬지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운다는 것이다.7) 이처럼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은 불법의 현대화와 참여불교적 성격에 기초하여 다양한 수행방법을 개발하고 실현해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그는 저술활동도 활발하게 하여 40여권의 영어판 저서들을 포함하는 100여권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그의 사상과 수행에 대해서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도 《화》를 비롯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힘》, 등 20여 권이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04년도 아마존닷컴의 판매순위에 의하면 가장 잘 팔리는 불교서적 10위 안에 그의 저서는 3권이나 포함되어 있어 다작과 대중성의 확보를 나타내주고 있다.8)

 

2.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성립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틱낫한은 16세에 출가한 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이공에 사회봉사를 위한 청년학교(School of Youth for Social Services; SYSS)를 세우고 불교의 비폭력과 자비에 근거한 봉사활동과 평화운동을 주도하였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후 1963년 귀국했으나, 베트남 전쟁 발발 당시 파리에서 평화회의를 주도하다가 1967년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1969년에 통일불교교회(Unified Buddhist Church)를 설립하고, 1975년 파리 근교에 고구마 공동체(Sweet Potatoes Community)를 세워 서구 엘리트계층으로부터 열렬한 관심과 지지를 받기 시작한다. 고구마 공동체에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1982년에는 보르도의 버려진 농장을 개간하여 제2의 보금자리인 자두 마을(Plum Village)을 만들게 된다. 이어서 법운사(Dharma Cloud Temple, 1995), 법즙사(Dharma Nectar Temple, 1988), 언덕의 발(Foot of the Hill, 2003) 등의 공동체를 차례로 설립하고 세계 각처에서 방문한 출가·재가 수행자들이 함께 수행을 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인과 서양인이 중심인 방문객이 한 해에 수천명씩 다녀갔고, 이러한 공동체들은 계속 성장해서 1998년에는 5개의 건물과 상주 인구가 100명 이상인 단체로 성장했다.

 

90년대에는 미국에도 버몬트 단풍숲 승원(Maple Forest Monastery, 1995)과 푸른산 수행센터(Green Mountain Dharma Center, 1998), 마인드풀니스 수행 센터(Mindfulness Practice Center)등을 차례로 세우고, 1998년에는 미국에도 통일불교교회(Unified Buddhist Church, UBC)라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였다. 그 후 2000년에는 켈리포니아주에 사슴 공원 수도원(Deer Park Monastery)을 설립하고 미국에서도 똑 같이 수행공동체를 설립하여 출가와 재가를 위한 교육과 수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 현재 플럼빌리지에 속하는 선원 또는 선 모임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각처에 400여개가 있다.9)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방법

 

플럼빌리지에서의 수행은 크게 두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반인을 위한 선훈련과 출가를 위한 선훈련10)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플럼빌리지의 세계화를 이끈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일상생활하는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불교와 선수행을 익힐 수 있도록 4가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사항을 중심으로 구성된 30가지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단련한다. 그러므로 본 장에서는 출가수행은 논외로 하고, 플럼빌리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선 수행 프로그램을 고찰하고자 한다.

 

1. 14가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훈련 사항11)


불교의 다양한 교리를 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선수행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틱낫한은 다음의 14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14 Mindfulness Trainings)으로 요약하여 수행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즉, 수행을 시작할 때의 서원 또는 다짐과 같은 것으로 마인드풀니스 수행의 근간을 이루는 수행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14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개방성(Openness)
광신이나 종교적 편견으로 초래되는 고통을 알아서, 어떠한 교의나 이론, 이념, 심지어 불교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맹신하거나 국한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2) 견해에 집착하지 않음(Non-attachment to Views)
어떠한 견해나 잘못된 인식에 집착함으로써 빚어지는 고통을 알아서, 좁은 소견이나 지금 알고 있는 어떠한 견해에 얽매이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뿐만 아니라 매 순간 나와 나의 주변 삶을 관찰할 것이며, 나의 삶을 통하여 진리를 배워나간다.

 

3) 사고의 자유(Freedom of Thought)
나의 견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때 초래되는 고통을 알아서, 타인에게 권위나, 위협, 돈이나 선전 또는 세뇌 등으로 나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나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4) 고통을 알아차림(Awareness of Suffering)
고통의 본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자비심을 증진시키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임을 알아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고통을 자비와 평화와 기쁨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길을 찾아낼 것을 다짐한다.

 

5) 단순하고 건강한 삶(Simple, Healthy Living)
진정한 행복은 평화와 건실함, 자유와 자비에 뿌리 두고 있지 부나 명예에 있지 않음을 알아서, 명성이나 이익, 부나 감각적인 쾌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며,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고 있고 죽어가고 있는 동안 부를 축적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6) 화 다루기(Dealing with Anger)
화는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고통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아서, 화가 일어났을 때의 그 에너지를 잘 살피고 내 의식 깊은 곳에서 자리잡은 화의 씨앗을 알아보고 바꿀 것을 다짐한다. 일단 화가 나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보다는 주의깊은 호흡이나 행선을 통하여 화를 깊이 들여다보고 인식하고 화해하는 수행을 한다.

 

7) 이 순간에 행복하게 살아가기(Dwelling Happily in the Present Moment)
삶이란 지금 이 순간에만 유효하며,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함을 알아서, 일상생활의 매 순간에 깊이 살아가도록 스스로를 훈련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현재의 갈망이나 화, 질투심 등으로 정신을 뺏기거나 산란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주의깊은 호흡을 할 것이다. 나와 내 주위에 있는 멋지고, 생기발랄하고, 치유적인 요소들과 접촉함으로써, 그리고 내 안의 기쁨과 평화와 사랑과 이해의 씨앗을 가꿈으로써 의식의 변화와 치유를 촉진하는 주의깊은 삶의 기술을 배울 것을 다짐한다.

 

8) 공동체와 의사소통(Commnnity and Communication)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초래되는 고통을 알아서 자비심과 사랑 가득한 의사소통을 훈련할 것이다. 경청과 사랑담긴 말하기 습관으로 열린 의사소통을 하도록 하며, 공동체를 분열시키거나 해체시킬 수 있는 말들을 자제하는 법을 배울 것을 다짐한다.

 

9) 진실되고 사랑 가득한 말하기(Truthful and Loving Speech)
말은 고통을 불러올 수도 행복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아서, 희망과 신뢰를 갖게 하는 진실되고 건설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을 다짐한다.

 

10) 승원 공동체의 보호(Protecting the Sangha)
승원의 목적과 본질이 이해와 자비의 수행이라는 점을 알아서, 불교 공동체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기구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11) 바른 생계 활동(Right Livelihood)
환경과 사회에 가해지는 심각한 폭력과 침해를 알아서, 인간과 자연에 해를 끼치는 생계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최선을 다해 이해와 자비에 대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택할 것을 다짐한다.

 

12) 생명에 대한 경외(Reverence for Life)
전쟁과 불화에서 빚어진 고통이 비일비재함을 알아서, 일상생활 속에서 비폭력과 이해와 자비를 기르고, 가족과 공동체와 국가와 세계에서 평화교육과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수행과 화해를 증진시키도록 노력한다. 살생을 하지도, 교사하지도 않을 것이며, 생명을 보호하고 전쟁을 막는 더 나은 길을 발견하기 위해 승가와 함께 깊은 통찰의 수행을 열심히 할 것이다.

 

13) 관용(Generosity)
과도한 개발과 사회적인 불의, 훔치고 착취하는 일 등에 의해 초래되는 고통을 알아서, 자비와 사랑을 기르고, 사람과 동물과 식물, 광물의 평안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법을 배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게 속한 시간과 에너지와 물질적인 수용품을 필요한 사람과 나눠가짐으로써 관용을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14) 바른 행위 - 재가 신자를 위해(Right Conduct)
열망에 의한 성관계는 외로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더 많은 고통과 욕구 불만과 고독감을 일으킴을 알아서, 진정한 상호 이해와 사랑과 서약 없이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책임있는 성관계를 가질 것이며, 사랑의 권리와 서약을 존중할 것이다. 성적인 남용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잘못된 성적인 행위로 연인과 가정이 상처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나는 내 몸을 존중하고, 진정한 보살도를 실현하기 위해 나의 활력을 다 쏟을 것을 다짐한다.

 

2. 일반인을 위한 승원에서의 마인드풀니스 수행

 

일반인들이 참석할 수 있는 훈련은 정기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차례의 훈련이 있다. 이 중에서 여름에 실시되는 훈련은 청소년들과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고, 실제 청소년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다. 봄, 가을, 겨울에 약 3개월씩 실시되는 훈련에는 최소 1주일 참석부터 허용된다. 그 외에도 약 1주일씩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훈련,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훈련 등이 있다.12) 내용은 다음의 여러 가지 형태13) 로 마인드풀니스를 단련하는 수행을 한다.

 

1) 호흡(Breathing)
호흡은 흥분되거나 들뜬 기분을 느끼거나, 마음이 가라앉거나 걱정이나 계획 등으로 마음이 산만할 때 실행하게 되면 우리의 본성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준다. 호흡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들이쉬고 내쉬면서 공기의 흐름을 인식하고 느낄 따름이다. 이러한 자각적인 호흡은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고, 마인드풀니스의 에너지를 삶의 각 순간으로 불러온다.

 

2) 종소리를 통한 마인드풀니스 환기(Bells of Mindfulness)
종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알아차린다. 단 몇 번의 자각적인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멋지고 분명한 존재로 돌아오게 해준다. 전화벨, 엠뷸런스, 시계소리 어떤 것도 이 마인드풀니스를 환기시키는 벨소리로 활용할 수 있다

 

3) 합장하는 마음(To bow or not to bow)
누군가를 만나면 합장하며 인사를 한다. 합장을 하든 안하든 중요한 것은 마인드풀니스를 갖고 내 앞에 있는 존재와 우리의 내부의 불성이 만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성심으로 인사를 함으로써 지금 마주하고 있는 존재를 진정으로 알아차리고, 이렇게 알아차림으로써 어떤 존재와도 깊은 연계성을 가진 스스로의 현존을 자각하게 된다.

 

4) 염송(Gathas)
염송은 일상 행위 가운데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돕는 간단한 방법이다. 염송에 마음을 집중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고 모든 행동에 깨어있게 된다. 염송은 마음을 모아 간단하게 어떠한 말을 읊조리는 것으로, 물을 틀 때, 이를 닦을 때, 차 시동을 걸기 전에 잠시 염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염송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하고, 고요하고 분명한 마음으로 모든 행위에 깨어있게 해준다.

 

5)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
걸을 때 마다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을 때는 단지 걸을 뿐이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걸음걸음에 온전히 존재하고, 대화가 필요하면 멈춰 서서 서로에게 온통 집중한다. 걸을 때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고,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 방법은 걷는 동안 합장을 할 수도 있고, 한 번 들이쉬고 내 쉬면서 두 세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6) 아침에 깨어나기(Waking up in the Morning)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아침 깨어나면서 미소 짓는다. 새로운 24시간이 내 앞에 펼쳐졌음을 인식하면서.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을 맹세한다. 자비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시작한다.’라고 염송을 해본다.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음을 알아차리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세 번의 깊은 호흡으로 마인드풀니스를 환기한다. 깨어나는데 지체하지 않도록 하며, 몸을 가볍게 풀어주거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서두르지 말고, 아침이 우리 존재를 가득 채우게 하고 몸과 마음이 새로운 하루의 기쁨을 알아차리게 한다.

 

7) 좌선(Sitting Meditation)
좌선은 우리에게 완전히 집중하게 하고 우리를 살펴주는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다. 똑바로 앉아서 호흡으로 돌아오라. 우리 내부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집중을 한다. 좌선을 하고 앉아서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 즉 고통, 화, 불평 또는 기쁨, 사랑, 평화 등의 어떤 것과도 함께 한다. 그것들에 의해서 흔들림 없이 그저 함께 하는 것이다. 단지 오고, 머물고, 가게 내버려 둔다.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처럼 가장할 필요도, 억지로 참을 필요도, 몰아낼 필요도 없다. 단지 수용적이고 사랑 가득한 눈으로 마음 속에 일어나는 생각과 모습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8) 함께 먹기(Eating Together)
함께 먹는 것도 명상 수행이다. 함께 먹으면서 음식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끼고, 절제된 마음으로 적당한 양만큼 먹으며, 이해와 사랑의 길을 깨닫기 위해 음식을 수용할 것 등이다. 매 한 입마다 먹고 있는 음식을 충분히 음미하고, 동시에 주위 모든 도반들의 현존을 음미함으로써 자신을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도록 한다. 먹는 동안에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 묵식을 하며, 식사를 끝 낼 때에도 잠시 동안 식사가 끝났고, 그릇은 비었으며, 배고픔은 가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러한 공양에 감사함을 알아차린다.

 

9) 부엌(The Kitchen)
부엌 역시 명상 수행을 위한 공간이다. 요리를 할 때에나 주방을 청소를 할 때 주의심을 갖고 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호흡을 따르면서,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편안하고 고요하게 한다. 말은 되도록 삼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한다.

 

10) 승원 본체(Sangha Body)
수행을 위해 여기 온 모든 사람은 승원의 구성원이 된다. 함께 수행하고, 방을 같이 쓰고,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고, 같이 청소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수행 동료와 함께 참여함으로써 사랑과 수용의 분명한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

 

11) 귀의(Taking Refuge)
다섯 가지 마인드풀니스 수행이나 경전을 암송할 때 삼보 전에 귀의 수행을 한다. 불법승 삼보 전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귀의란 가장 아름답고, 진실되며, 좋은 것으로 향하도록 인식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우리 모두가 이해와 사랑의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기쁨과 어려움을 승원에서 공유함으로써 수행이 더욱 쉽고, 더욱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2) 다섯 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the Five Mindfulness Trainings)
승원의 전 구성원과 방문객들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준수할 것이 요구되는 사항으로서 부처님 당시에 승가와 일반 재가 신도들을 포함하는 수행 공동체의 토대로 개발된 것이다. 살생과 착취, 흡연이나 음주, 성적인 방종, 부주의한 말과 무배려, 부주의한 소비 등이 초래하는 고통을 알아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이는 일상생활의 지침으로써 개인과 연인과 가족과 사회의 행복에 기초가 된다.

 

13) 고귀한 침묵(Noble Silence)
저녁 늦은 시간부터 아침 식사시간까지 고요한 침묵과 정적이 우리의 살과 뼈에 스며들도록 내버려 둔다. 승원의 기운과 마인드풀니스가 몸과 마음에 스며들도록 놔두는 것이다. 깊은 호흡과 함께 고요 속의 침묵을 즐긴다. 이러한 고귀한 침묵 수행은 보름달 축하 행사(Full Moon Celebration) 같은 축제나, 게으름의 저녁(Lazy Night)과 같은 날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마다 하는 수행이다.

 

14) 함께 살기(Living Together)
함께함도 일종의 수행이다.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른 사람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료 수행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마인드풀니스의 수행이다. 우리의 미소와 의식있는 호흡은 우리 내부에 있는 평화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동시에 공동체 내에서의 평화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15) 새롭게 시작하기(Beginning Anew)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과 과거의 행위와 말과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보는 것이며, 우리 자신 내부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창조하는 것이다. 2주에 한 번 또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동료 수행자 간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분개나 상처받은 느낌을 갖게 되면, ‘새롭게 시작하기’를 해야 할 시점임을 알아야 한다. 꽃에 물주기-감사나누기(flower watering), 후회 나누기(sharing regrets), 상처 표현하기(expressing a hurt), 오래된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기(sharing a long-term difficult & asking for support) 등의 4단계 과정을 통해서 수행상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어려움을 해소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조성한다.

 

16) 화 살피기(Taking Care of our Anger)
화는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랑과 경청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일부이다. 울며 보채던 아이가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면 금방 울음을 그치듯이, 화도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편안하게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할 수 있으면 그것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화가 났음이 느껴질 때는 말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화의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물러나는 것도 좋다. 이 때에는 그냥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시간으로 해야 한다. 의식적인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새롭게 하기 위해 밖에 나가서 걷기 명상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17) 제 2의 몸 수행(Second Body Practice)
첫 번째 몸인 자신을 보살피는 일 외에 다른 사람을 ‘두 번째 몸’으로 보살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를 자신의 두 번째 몸으로 고르고, 그 사람을 마치 자기 몸인 것처럼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서 보살핀다. 이렇게 둘째 몸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가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구체적인 수행이다. 승원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두 번째 몸을 가지고, 그 두 번째 몸이 보살피는 사람은 세 번째 몸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두 번째 몸을 보살피는 일이 승원의 모든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 된다.

 

18) 수행으로서의 몸(The Body as Practice)
몸을 살피는 일도 하나의 중요한 수행이다. 수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의 깊은 동작과 충분한 휴식은 건강과 행복을 지탱해주고 수행에도 유익하다. 플럼빌리지에서 제공되는 몸과 마음을 통합시켜주는 10가지 주의 깊은 운동을 함께 수행한다. 주의 깊은 운동(Mindful Movement)과 깊은 휴식의 수행은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며, 자신에 대한 이러한 자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신이 편안하게 움직이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 가볍고 이완됨을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19) 휴식(Resting)
언제 쉴 것인지를 아는 것도 깊은 수행의 일종이다. 때때로 수행에 너무 열심이어서 주의심 없이 너무 지나치게 몰아붙이다가 쉽게 지치게 된다. 마인드풀니스 수행은 소진이라기보다 충전이어야 한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하는 수행은 도움이 되지도 않고, 차라리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휴식의 기술을 익히고, 몸과 마음이 스스로 충전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해보자. 때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휴식과 치유의 수행이 된다.

 

20) 승가 작업(Working with the Sangha)
작업 수행에 동참하는 것도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플럼빌리지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작업 즉, 세차를 하거나 비료 포대를 옮기거나 나무를 자를 때에도 하고 있는 활동과 호흡에 주의할(be mindful) 수 있다. 꼭 필요할 때에만 말을 하고, 일을 할 때에는 경쾌하고 편안한 느낌을 유지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인드풀니스로서 한다면 모든 작업이 수행이 될 수 있다.

 

21) 법문 듣기(Listening to a Dharma Talk)
매주 한 번 또는 몇 차례, 법문을 듣는 기회를 갖는다. 법문은 비와 같아서 그것을 듣는 이의 의식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원래 거기에 있었던 지혜와 자비의 씨앗에 물을 대준다. 대지가 신선한 봄비를 받아들이듯이 단지 열린 마음으로 법문에 깊이 빠져들어야 한다.

 

21) 진리 토론 (Dharma Discussion)
각자의 통찰과 수행 경험에 바탕해서 이루어지는 진리 토론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기회가 된다. 우리의 경험과 기쁨, 어려움이나 주의 수행에 관련된 의문점들을 공유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함께 좌선하고, 귀 기울이고, 경험을 나누는 사이에, 우리가 서로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단, 진리 토론 시간에 주고받은 어떠한 내용도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23) 차 명상(Tea Meditation)
차 명상은 기분 좋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승원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단지 함께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차와 친구와 함께 진실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노래나 춤을 출 수도 있으며, 구성원들 내면의 이해와 사랑의 씨앗에 물을 대주는 기회가 된다.

 

24) 대지와 접하기(Touching the Earth)
대지 즉, 우리의 뿌리, 조상에게로 돌아가서 혼자가 아니라 전체적인 영적인 흐름과 친족들과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수행이다. 대지와 접하면서 겸손을 익히고, 숨을 들이쉴 때 대지의 안정감과 힘을 받아들이고, 내쉬면서 모든 증오와 결핍과 회탄을 내 뱉는다. 이렇게 몸을 낮춰 ‘대지와 접하기’를 하고 나면 이미 많은 고통과 고립감이 완화되고 우리의 조상들과 부모님, 아이들 또는 친구와 조화를 이루게 된다.

 

25) 고독(Solitude)
고독이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은거의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고독은 군중이나 과거에 대한 슬픔,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재에 대한 기대 같은 것들로부터 벗어난 안정된 마음에서 일어난다. 승원 공동체와 좌선하고, 걷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면서 함께 수행을 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섬 속에 살면서 평화롭게 미소 짓고 호흡하는 고독도 소중하다.

 

26) 게으름의 날(Lazy Day)
일주일에 1번 주어지는 이 날은 어떠한 과정활동도 없이 오직 그 날을 살기 위해서 사는 날이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지냄으로써 그 간의 수행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도 있고, 그동안 수행 해온 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너무 열심히 수행을 하다보면 스스로나 주위 사람들 사이에 부조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날은 그 동안의 부조화나 잘못된 점들을 돌아보고 균형을 맞추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좀 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든지, 좀 더 수행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든지 하는 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27) 여행(Travelling)
다른 마을로 여행을 가는 수행이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나무와 숲, 새들과 세계 곳곳에서 수행에 동참하기 위해 찾아온 도반들을 포함한 평화와 행복을 가꿔주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승원 구성원들에 의해 모아진 에너지이다. 시내에는 필요할 때만 나가도록 하고, 시내에 나갔을 때에는 자신이나 수행을 잃지 않도록 주의심을 갖고, 육근을 잘 관리하도록 한다.

 

28) 승원 구축(Sangha Building)
센터에 머무를 때는 승원의 활동에 참여하는 우리의 에너지와 통찰로 매 순간에 승원을 구축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또 수행센터를 떠날 때 우리 자신의 고유한 수행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승원을 구축할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도반을 찾아서 수행이 쉬지 않도록 노력하고, 언제 어디에서든지 마인드풀니스 수행에 적극적이 됨으로써 처한 곳 그 곳이 승원이 되도록 한다. 자기 승원 구축이 가능해지면 좀 더 큰 승원, 말하자면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또는 수행 동료와 함께 이러한 조화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승원 구축이 잘 되어 가는지는 삶과 수행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것으로 그 완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29) 껴안기 명상(Hugging Meditation)
껴안을 때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더 이상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의 집중이 함께 하는 껴안음은 화해와 이해와 행복을 불러올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친구와 친구 등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화해를 이루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상대가 누구든 먼저 인사를 한 후, 서로를 껴안고, 껴안은 상태에서 세 번 정도의 깊고 자각적인 호흡을 한다. 호흡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 이 지구상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함께 함에 깊은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그런 다음 팔을 풀고 감사를 표하는 인사를 한다.

 

30) 집으로 돌아가기(Going Home)
훈련이 끝나고 가정과 친구와 사회로 돌아간 후에도 수행을 지속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배운 조화롭게 사는 법을 가정과 사회에 돌아가서도 지속하고, 수행하면서 느낀 동료들에 대한 이해와 감사하는 마음을 이웃에 대한 이해와 감사로 지속시킬 수 있다. 동료들에게 했던 것처럼 시내버스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도 사랑 담긴 말을 하는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승원에서의 수행은 생활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일상생활 속 수행(Practice in Everyday Life)’라고 하며,14)
이를 단련하는 프로그램의 일정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5 : 30 기상
6 : 00 좌선
7 : 30 아침
8 : 30 법문
11 : 30 실외 걷기 명상
13 : 00 점심
14 : 00 개인시간
15 : 00 일 명상
16 : 30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훈련안내 / 질의 및 응답 / 차 명상 / 대지와 접하기
18 : 15 저녁
20 : 00 오리엔테이션 / 수행 토론 / 축제의식 / 다시 새롭기
21 : 30 좌선
22 : 15 취침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 및 과제

 

틱낫한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에게 적합해야 하고, 삶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으로부터 해탈하게 하는데 효과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불교 정신과 불법의 혁신과 시대화 대중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적인 수행을 위한 출가자를 위한 승원은 논외로 하고, 일상생활하는 재가자를 위한 선수행의 프로그램과 과정을 중심으로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과 과제를 살펴보자.

 

1.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

 

1) 선수행의 현대화와 대중화

틱낫한은 부처님의 근본적인 교리와 사상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와 토양을 따라 적합한 수행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간 전통적인 불교 국가에서 출가 승려에게 편중되어 왔던 수행을 재가에게도 개방하여,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의 4부 대중과 재가 수행인이 조화롭게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뿐만아니라 재가자의 생활과 그들이 쉽게 수행에 친숙해 질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적으로 연간 수천명의 참여자가 플럼빌리지를 방문하게 하는 점은 평가를 할 만할 일이다.

 

그는 “훌륭한 수련자라고 해서 화나 고통의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수련자는 단지 그 감정들이 고개를 들면 이내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일 뿐이다.”15) 라며 수행에 대한 높은 이상보다는 노력하는 자세를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큰 제약 사항 없이 수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선수행의 문턱을 낮춰준 점이 그가 보급하고 있는 선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집중과 선택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핵심은 마인드풀니스에 있다. 여기서 마인드풀니스는 모든 것들과 모든 행동이 빛나게 하고, 집중력을 키우며, 깊은 통찰력과 각성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이것은 모든 불교 수행의 가장 기초가 된다. 이러한 세 가지의 과정, 즉 모든 것에 빛나게 하고, 집중력을 개발하고, 깊은 통찰과 알아차림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불교에서는 ‘삼학수행’이라고 하고, 그 각각을 계(sila, precept), 정(samadhi, concentration), 혜(praja, insight)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일상생활 속 수행(Practice in Everyday Life)’이라고 한다.16)

 

이처럼 틱낫한은 불교의 삼학을 마인드풀니스 수행으로 집중을 시키고, 좌선이나 경행을 할 때 뿐 아니라 정원에서 일을 할 때에나 마당을 청소할 때, 세탁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에도 그와 같은 마인드풀니스를 유지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운다. 많은 선의 거장들은 그들의 일상생활 중에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선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순간순간을 깨어있는 마음인 마인드풀니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는 일상생활을 벗어난 곳에서는 깨달음도 없기 때문17)이라며 마인드풀니스를 수행의 핵심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마인드풀니스를 가르칠 때에는 또한 14가지의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의 마인드풀니스 훈련과정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그 14가지 사항을 중심한 30가지의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연습시킨다.

 

이와 같이 불교의 방대한 수행을 그렇게 선택적으로 단순화해서 일반인들이 잊지 않고 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 장치로 개발했다는 것도 특징적이라 볼 수 있다. 일상생활과 유사한 상황에서의 30가지 수행은 훈련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적용이 가능하도록 고안하여 혼자하는 수행에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인드풀니스 수행으로의 집중, 14가지와 30가지로의 선택, 이것이 플럼빌리지의 또 하나의 특징이 된다.

 

3) 마인드풀니스 환기를 위한 벨소리의 활용

틱낫한은 모든 선수행의 핵심인 마인드풀니스를 환기시키기 위해 종명상이나 각종 벨 명상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수행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틱낫한이 벨소리와 마인드풀니스의 환기를 결합한 점은 가히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플럼빌리지에서 종소리나 벨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하면서 마인드풀니스를 지속하고 본래심을 찾는 수행이 몸에 베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을 시킨다. 그렇게 해서 공동체 생활을 마치고 생활 속으로 돌아와서도 마인드풀니스의 지속이 가능하도록 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벨이나 종소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벨 소리나 종소리는 언제나 접할 수 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공부심을 챙기고 마인드풀니스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수행의 힘이 쌓일 것만은 분명하다. 벨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의심을 챙길 수 있느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벨소리를 방법적으로 활용한 점은 아주 훌륭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4) 삶과 평화와 조화의 중시

플럼빌리지에서는 삶 자체를 수행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훈련시키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견해나 선입견 등의 가림을 벗어나 주의깊게 ‘사물의 본성 그대로를 볼 수 있도록(Seeing into one’s own nature)’18)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다. 가령 아침에 일어날 때, 차를 운전하기 전, 수도꼭지를 틀 때와 같은 삶의 요소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시키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 돌아와서도 플럼빌리지에서 익힌 수행을 접목시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한 수행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개인적인 수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데, 타인과 모든 살아있는 생명과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함으로써 타인과 모든 생명과 조화를 추구하고 자비심을 발하는 대승적인 수행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2.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과제

 

플럼빌리지는 지금 막 성장하는 선수행 공동체 중의 하나이다. 해마다 수천명이 다녀가며 선수행을 체험하고 있고, 돌아가서는 각 지역마다 형성된 커뮤니티나 선원을 중심으로 수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틱낫한의 세계적인 명성과 저술활동과 선훈련 활동을 통하여 세계 각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수행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나 대중적이고 단순화된 수행이기 때문에 진정한 선수행이라기 보다는 선을 소개하는 수준정도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19) 그래서 철저하고 투철한 깨달음이나 수행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수행과 활동이 올해로 70대 후반에 이르고 있는 틱낫한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무엇보다 주변사람들의 염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이다. 언제까지 그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후계자에 의해 그의 정신과 활동이 맥을 이어 잘 이어질 수 있을지가 플럼빌리지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이상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틱낫한이 이끄는 플럼빌리지의 성립과 선수행의 방법과 특징 및 과제를 살펴보았다. 틱낫한은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은 고수하면서도 방법과 형식은 현대화를 주장하였다. 그래서 시대와 사회와 대중에 맞는 불교와 수행을 주장하고 플럼빌리지를 중심으로 일반생활하는 재가자를 위한 선수행을 이끌고 있다.

 

그의 수행의 핵심은 삼학을 마인드풀니스 방법으로 집중시키고, 다시 14가지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 공동체의 수행 방법을 마련하여 생활 속에서 마인드풀니스를 단련할 수 있는 선수행을 보급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14가지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 프로그램은 일상생활 속에서 직면하거나 일상생활을 이루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단련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수행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수행이 지속성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간 출가자 중심이 된 선을 재가에게 개방하고 그들의 생활에 맞게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 할 수 있고, 그러한 ‘주의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벨소리나 종소리를 활용한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의 한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행이 너무 대중적인 나머지 철두철미한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어떤 측면이 부족하고, 모든 수행과 활동이 틱낫한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점도 미래를 위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수행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대인을 위한 선수행 공동체의 프로그램과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김은종
원광대학교 강사.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현재 UBC(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 대학) 교환연구원, 주요논문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조동선 연구 - 마운틴 레인 젠 커뮤니티의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나옹의 공부십절목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