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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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 고찰 | ||||
김은종 /원광대학교 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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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선(禪)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시대가 변하고 생활방식이 변한 현대라는 삶의 현장에서 선은 어떤 방법과 형태로 수행될 수 있으며, 그 수행 참여와 지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품어왔다. 왜냐하면 농경사회라는 비교적 단순한 생활환경을 기반으로 소수의 출가 수행자가 중심이 되어 발달되어 온 동양적인 수행 전통의 하나인 선(禪)이 산업사회를 거쳐 디지털정보사회라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급변하는 생활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과 사랑, 가사와 육아, 사회활동과 자기개발 등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 수행을 해야 하는 다수의 일반인에게 선은 어떤 형태로 다가서야 할까?
사실 선(禪)이란 그 본질이 수행을 위한 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수행을 통한 고통의 극복, 즉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해 개발된 수행 방법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선에서는 이러한 고통이 자신의 그릇된 견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선은 그릇된 견해를 벗어나 바른 안목을 얻고, 그 안목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행위함으로써 불필요한 고통을 제거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의도한다. 그것은 곧 전인적 인격의 성숙과 그로 인해 자신과 세계가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선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야하고 ‘삶을 이루는 요소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개발되어야 한다. 선수행이 이루어지는 터전도 우리가 직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문제투성이의 삶의 현장이며, 선수행의 효용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을 통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선은 현대인이 처한 다양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속에서 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수행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선도 생명을 가진 존재와 마찬가지로 늘 새롭게 탄생하고, 재해석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의 대중화와 시대적 적용에 성공적인 선수행 공동체가 있다. 바로 베트남 승려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이 이끄는 프랑스 플럼빌리지(Plum Village)가 그 곳인데, 그는 불교의 삼학수행을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집약하여 다양한 과정과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마인드풀니스’를 개발하고 지속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마인드풀니스’는 일반적으로 ‘정념(正念)’, ‘마음지킴’, ‘마음챙김’, ‘깨어있음’, ‘수동적 주의집중’, ‘알아차림’ 등으로 안목이나 혜(慧)의 측면이 강조되어 번역되고 있다. 그러나, 틱낫한의 경우는 이 ‘마인드풀니스’를 삼학 중의 계(戒)에 해당시키고 전 수행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삼학수행을 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집약해서 선수행의 핵심으로 하고, 대중적인 선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에 성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틱낫한의 ‘마인드풀니스’는 선의 대중화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틱낫한은 선의 핵심(zen key)으로 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제시하고 그의 선수행 공동체인 플럼빌리지에서 이루어지는 선수행의 모든 과정을 이 ‘마인드풀니스’를 개발하고 지속하는 훈련(training)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선수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챙기는 마음’ ‘까닭있는 마음’으로의 환원과 지속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런데 그는 재가 수행자들이 이 마인드풀니스를 익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운영함으로써 현대 불교 선수행에 있어서 대중적인 방법과 선 프로그램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선수행의 방법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플럼빌리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중심으로 하는 선수행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플럼빌리지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수행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상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행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실제에 대해서는 몇 몇 연구자들에 의해 소개가 되었지만, 주로 체험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상세한 내용은 소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2) 그러므로 본 고에서는 플럼빌리지 공식홈페이지3)에서 제공되는 자료와 그의 저서에 나타난 내용을 중심으로 플럼빌리지의 선수행의 사상과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틱낫한의 플럼 빌리지 성립 및 전개
1. 틱낫한과 접현종
틱낫한은 최근 수십년간 서구 사회에서 불교가 팽창하는 것을 직시하고, 새 시대에 맞는 불교에 대해서 늘 주장해왔다. 그리하여 ‘불교는 살아 숨쉬는 실체이다. 나무처럼 죽은 가지가 있으면 새로운 가지가 자라날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새로운 가지란 우리 시대와 문화에 적절한 가르침을 의미한다.’4)며 1982년에는 선종인 임제종의 분파인 접현종(接現宗)을 창설하고, ‘새로운 가지’를 뻗어 불교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5) 현대사회에서 불교와 불교수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에는 시대와 생활에 맞는 개정판 승규(Revised Pratimoksha)를 발표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불교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첨단 과학문명과 매스미디어, 빠른 흐름 등이 승가 공동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세속화를 초래하고, 비불교계 공동체들의 삶의 방식에도 타락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와 문화에 맞으면서도 승가의 구성원에게 적절하고 실용적인 승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개정된 승규에는 예를 들면 자동차, 컴퓨터, TV, 핸드폰, 전자 게임, 이메일과 인터넷의 사용에 관한 계율이 등이 포함되었다.6)
이처럼 틱낫한은 불법의 현대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그 또 다른 측면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 참여불교의 실현에 관한 것이다. 접현종은 바로 그 참여불교 즉, 불법의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보이는데 그 주축을 이루는 교리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불교는 이미 참여하고 있는 불교이다. 아무런 관련 없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이미 불교가 아니다.
둘째, 나는 연결된 존재라는 지혜, 즉 나는 개별적인 나가 아니라 개별적 나가 공(空)하다는 지혜와 무상함은 참여불교의 수행과 평화창조의 근본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불교 수행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수행과 사회봉사, 불의를 줄이고 멈추기 위한 비당파적인 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넷째, 참여불교는 우리가 삶을 사는 법이다. 평화란 단지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평화란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행(行)에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가르침과 수행은 시대와 지역에 합당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는 쉬지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운다는 것이다.7) 이처럼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은 불법의 현대화와 참여불교적 성격에 기초하여 다양한 수행방법을 개발하고 실현해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그는 저술활동도 활발하게 하여 40여권의 영어판 저서들을 포함하는 100여권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그의 사상과 수행에 대해서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도 《화》를 비롯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힘》, 등 20여 권이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04년도 아마존닷컴의 판매순위에 의하면 가장 잘 팔리는 불교서적 10위 안에 그의 저서는 3권이나 포함되어 있어 다작과 대중성의 확보를 나타내주고 있다.8)
2.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성립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틱낫한은 16세에 출가한 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이공에 사회봉사를 위한 청년학교(School of Youth for Social Services; SYSS)를 세우고 불교의 비폭력과 자비에 근거한 봉사활동과 평화운동을 주도하였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후 1963년 귀국했으나, 베트남 전쟁 발발 당시 파리에서 평화회의를 주도하다가 1967년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1969년에 통일불교교회(Unified Buddhist Church)를 설립하고, 1975년 파리 근교에 고구마 공동체(Sweet Potatoes Community)를 세워 서구 엘리트계층으로부터 열렬한 관심과 지지를 받기 시작한다. 고구마 공동체에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1982년에는 보르도의 버려진 농장을 개간하여 제2의 보금자리인 자두 마을(Plum Village)을 만들게 된다. 이어서 법운사(Dharma Cloud Temple, 1995), 법즙사(Dharma Nectar Temple, 1988), 언덕의 발(Foot of the Hill, 2003) 등의 공동체를 차례로 설립하고 세계 각처에서 방문한 출가·재가 수행자들이 함께 수행을 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인과 서양인이 중심인 방문객이 한 해에 수천명씩 다녀갔고, 이러한 공동체들은 계속 성장해서 1998년에는 5개의 건물과 상주 인구가 100명 이상인 단체로 성장했다.
90년대에는 미국에도 버몬트 단풍숲 승원(Maple Forest Monastery, 1995)과 푸른산 수행센터(Green Mountain Dharma Center, 1998), 마인드풀니스 수행 센터(Mindfulness Practice Center)등을 차례로 세우고, 1998년에는 미국에도 통일불교교회(Unified Buddhist Church, UBC)라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였다. 그 후 2000년에는 켈리포니아주에 사슴 공원 수도원(Deer Park Monastery)을 설립하고 미국에서도 똑 같이 수행공동체를 설립하여 출가와 재가를 위한 교육과 수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 현재 플럼빌리지에 속하는 선원 또는 선 모임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각처에 400여개가 있다.9)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방법
플럼빌리지에서의 수행은 크게 두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반인을 위한 선훈련과 출가를 위한 선훈련10)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플럼빌리지의 세계화를 이끈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일상생활하는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불교와 선수행을 익힐 수 있도록 4가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사항을 중심으로 구성된 30가지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단련한다. 그러므로 본 장에서는 출가수행은 논외로 하고, 플럼빌리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선 수행 프로그램을 고찰하고자 한다.
1. 14가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훈련 사항11)
1) 개방성(Openness)
2) 견해에 집착하지 않음(Non-attachment to Views)
3) 사고의 자유(Freedom of Thought)
4) 고통을 알아차림(Awareness of Suffering)
5) 단순하고 건강한 삶(Simple, Healthy Living)
6) 화 다루기(Dealing with Anger)
7) 이 순간에 행복하게 살아가기(Dwelling Happily in the Present Moment)
8) 공동체와 의사소통(Commnnity and Communication)
9) 진실되고 사랑 가득한 말하기(Truthful and Loving Speech)
10) 승원 공동체의 보호(Protecting the Sangha)
11) 바른 생계 활동(Right Livelihood)
12) 생명에 대한 경외(Reverence for Life)
13) 관용(Generosity)
14) 바른 행위 - 재가 신자를 위해(Right Conduct)
2. 일반인을 위한 승원에서의 마인드풀니스 수행
일반인들이 참석할 수 있는 훈련은 정기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차례의 훈련이 있다. 이 중에서 여름에 실시되는 훈련은 청소년들과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고, 실제 청소년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다. 봄, 가을, 겨울에 약 3개월씩 실시되는 훈련에는 최소 1주일 참석부터 허용된다. 그 외에도 약 1주일씩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훈련,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훈련 등이 있다.12) 내용은 다음의 여러 가지 형태13) 로 마인드풀니스를 단련하는 수행을 한다.
1) 호흡(Breathing)
2) 종소리를 통한 마인드풀니스 환기(Bells of Mindfulness)
3) 합장하는 마음(To bow or not to bow)
4) 염송(Gathas)
5)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
6) 아침에 깨어나기(Waking up in the Morning)
7) 좌선(Sitting Meditation)
8) 함께 먹기(Eating Together)
9) 부엌(The Kitchen)
10) 승원 본체(Sangha Body)
11) 귀의(Taking Refuge)
12) 다섯 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the Five Mindfulness Trainings)
13) 고귀한 침묵(Noble Silence)
14) 함께 살기(Living Together)
15) 새롭게 시작하기(Beginning Anew)
16) 화 살피기(Taking Care of our Anger)
17) 제 2의 몸 수행(Second Body Practice)
18) 수행으로서의 몸(The Body as Practice)
19) 휴식(Resting)
20) 승가 작업(Working with the Sangha)
21) 법문 듣기(Listening to a Dharma Talk)
21) 진리 토론 (Dharma Discussion)
23) 차 명상(Tea Meditation)
24) 대지와 접하기(Touching the Earth)
25) 고독(Solitude)
26) 게으름의 날(Lazy Day)
27) 여행(Travelling)
28) 승원 구축(Sangha Building)
29) 껴안기 명상(Hugging Meditation)
30) 집으로 돌아가기(Going Home)
이상에서 살펴본 승원에서의 수행은 생활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일상생활 속 수행(Practice in Everyday Life)’라고 하며,14)
표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 및 과제
틱낫한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에게 적합해야 하고, 삶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으로부터 해탈하게 하는데 효과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불교 정신과 불법의 혁신과 시대화 대중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적인 수행을 위한 출가자를 위한 승원은 논외로 하고, 일상생활하는 재가자를 위한 선수행의 프로그램과 과정을 중심으로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과 과제를 살펴보자.
1.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특징
1) 선수행의 현대화와 대중화 틱낫한은 부처님의 근본적인 교리와 사상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와 토양을 따라 적합한 수행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간 전통적인 불교 국가에서 출가 승려에게 편중되어 왔던 수행을 재가에게도 개방하여,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의 4부 대중과 재가 수행인이 조화롭게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뿐만아니라 재가자의 생활과 그들이 쉽게 수행에 친숙해 질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적으로 연간 수천명의 참여자가 플럼빌리지를 방문하게 하는 점은 평가를 할 만할 일이다.
그는 “훌륭한 수련자라고 해서 화나 고통의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수련자는 단지 그 감정들이 고개를 들면 이내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일 뿐이다.”15) 라며 수행에 대한 높은 이상보다는 노력하는 자세를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큰 제약 사항 없이 수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선수행의 문턱을 낮춰준 점이 그가 보급하고 있는 선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집중과 선택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핵심은 마인드풀니스에 있다. 여기서 마인드풀니스는 모든 것들과 모든 행동이 빛나게 하고, 집중력을 키우며, 깊은 통찰력과 각성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이것은 모든 불교 수행의 가장 기초가 된다. 이러한 세 가지의 과정, 즉 모든 것에 빛나게 하고, 집중력을 개발하고, 깊은 통찰과 알아차림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불교에서는 ‘삼학수행’이라고 하고, 그 각각을 계(sila, precept), 정(samadhi, concentration), 혜(praja, insight)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일상생활 속 수행(Practice in Everyday Life)’이라고 한다.16)
이처럼 틱낫한은 불교의 삼학을 마인드풀니스 수행으로 집중을 시키고, 좌선이나 경행을 할 때 뿐 아니라 정원에서 일을 할 때에나 마당을 청소할 때, 세탁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에도 그와 같은 마인드풀니스를 유지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운다. 많은 선의 거장들은 그들의 일상생활 중에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선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순간순간을 깨어있는 마음인 마인드풀니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는 일상생활을 벗어난 곳에서는 깨달음도 없기 때문17)이라며 마인드풀니스를 수행의 핵심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마인드풀니스를 가르칠 때에는 또한 14가지의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의 마인드풀니스 훈련과정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그 14가지 사항을 중심한 30가지의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연습시킨다.
이와 같이 불교의 방대한 수행을 그렇게 선택적으로 단순화해서 일반인들이 잊지 않고 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 장치로 개발했다는 것도 특징적이라 볼 수 있다. 일상생활과 유사한 상황에서의 30가지 수행은 훈련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적용이 가능하도록 고안하여 혼자하는 수행에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인드풀니스 수행으로의 집중, 14가지와 30가지로의 선택, 이것이 플럼빌리지의 또 하나의 특징이 된다.
3) 마인드풀니스 환기를 위한 벨소리의 활용 틱낫한은 모든 선수행의 핵심인 마인드풀니스를 환기시키기 위해 종명상이나 각종 벨 명상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수행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틱낫한이 벨소리와 마인드풀니스의 환기를 결합한 점은 가히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플럼빌리지에서 종소리나 벨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하면서 마인드풀니스를 지속하고 본래심을 찾는 수행이 몸에 베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을 시킨다. 그렇게 해서 공동체 생활을 마치고 생활 속으로 돌아와서도 마인드풀니스의 지속이 가능하도록 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벨이나 종소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벨 소리나 종소리는 언제나 접할 수 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공부심을 챙기고 마인드풀니스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수행의 힘이 쌓일 것만은 분명하다. 벨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의심을 챙길 수 있느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벨소리를 방법적으로 활용한 점은 아주 훌륭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4) 삶과 평화와 조화의 중시 플럼빌리지에서는 삶 자체를 수행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훈련시키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견해나 선입견 등의 가림을 벗어나 주의깊게 ‘사물의 본성 그대로를 볼 수 있도록(Seeing into one’s own nature)’18)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다. 가령 아침에 일어날 때, 차를 운전하기 전, 수도꼭지를 틀 때와 같은 삶의 요소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시키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 돌아와서도 플럼빌리지에서 익힌 수행을 접목시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한 수행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개인적인 수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데, 타인과 모든 살아있는 생명과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함으로써 타인과 모든 생명과 조화를 추구하고 자비심을 발하는 대승적인 수행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2. 플럼빌리지 선수행의 과제
플럼빌리지는 지금 막 성장하는 선수행 공동체 중의 하나이다. 해마다 수천명이 다녀가며 선수행을 체험하고 있고, 돌아가서는 각 지역마다 형성된 커뮤니티나 선원을 중심으로 수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틱낫한의 세계적인 명성과 저술활동과 선훈련 활동을 통하여 세계 각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수행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나 대중적이고 단순화된 수행이기 때문에 진정한 선수행이라기 보다는 선을 소개하는 수준정도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19) 그래서 철저하고 투철한 깨달음이나 수행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수행과 활동이 올해로 70대 후반에 이르고 있는 틱낫한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무엇보다 주변사람들의 염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이다. 언제까지 그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후계자에 의해 그의 정신과 활동이 맥을 이어 잘 이어질 수 있을지가 플럼빌리지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이상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틱낫한이 이끄는 플럼빌리지의 성립과 선수행의 방법과 특징 및 과제를 살펴보았다. 틱낫한은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은 고수하면서도 방법과 형식은 현대화를 주장하였다. 그래서 시대와 사회와 대중에 맞는 불교와 수행을 주장하고 플럼빌리지를 중심으로 일반생활하는 재가자를 위한 선수행을 이끌고 있다.
그의 수행의 핵심은 삼학을 마인드풀니스 방법으로 집중시키고, 다시 14가지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 공동체의 수행 방법을 마련하여 생활 속에서 마인드풀니스를 단련할 수 있는 선수행을 보급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14가지 마인드풀니스 사항과 30가지 마인드풀니스 훈련 프로그램은 일상생활 속에서 직면하거나 일상생활을 이루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단련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수행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수행이 지속성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간 출가자 중심이 된 선을 재가에게 개방하고 그들의 생활에 맞게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 할 수 있고, 그러한 ‘주의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벨소리나 종소리를 활용한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의 한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행이 너무 대중적인 나머지 철두철미한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어떤 측면이 부족하고, 모든 수행과 활동이 틱낫한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점도 미래를 위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수행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대인을 위한 선수행 공동체의 프로그램과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김은종 원광대학교 강사.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현재 UBC(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 대학) 교환연구원, 주요논문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조동선 연구 - 마운틴 레인 젠 커뮤니티의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나옹의 공부십절목 연구>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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