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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164호] 2010.11.09  10:43:07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749

 

 

“G20은 세련된 도박판 벌이는 잔치”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G20 서울 정상회의로 정부와 언론이 떠들썩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위기는 잔잔하다. G20이라는 국제 행사와 서민 생활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G20의 핵심 쟁점인 금융 부문이 암호 같은 수식과 데이터, 낯선 용어로 가득 차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만만치 않다. 가급적 쉽고 체계적으로, G20 회의라는 행사가 시민들에게 왜 중요한지 밝히려 노력한 책들을 소개한다.

10월 말 나온 <G20을 넘어 새로운 금융을 상상하다>(금융경제연구소 지음, 밈 펴냄)는 ‘진보’의 시각에서 G20을 분석했다. 국제회의 하나로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3%나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는 용감한 각종 경제연구소와 ‘국격 높이기’에 노심초사하는 정부 당국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G20은 세련된 도박판 차리는 잔치”

이 책은 ‘글로벌 거버넌스’(지구 차원의 지배구조)라는 낯선 개념에서 출발해 G20 정상회의의 주제인 각종 금융제도로 구체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런데 결론이 이색적이다. 금융이 그 본연의 기능인 ‘자금중개’로 돌아가 실물경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AP Photo
2010년 6월 4차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

그래서인지 <G20을 넘어 새로운 금융을 상상하다>는 현재 G20 회의 석상에서 논의 중인 금융개혁을 결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G20 금융개혁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자기자본규제(BIS)의 강화’ ‘헤지펀드나 장외 파생상품 규제’ 등은 이미 실패한 기존 규제 방안의 범위와 강도를 조금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심지어 기존 ‘금융 도박판’을 좀 더 투명하고 세련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 G20 아니냐고 혹평한다. ‘자금의 효율적 중개’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에서 너무 동떨어진 금융상품들(특히 파생금융상품)은 차라리 금지하거나 엄청난 자본이득세를 부과해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는 이야기는 ‘금융’이지만 정작 강조하는 것은 ‘실물경제’라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튼튼한 실물경제가 존재해야 금융의 안정성도 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금융위기를 통해 확증된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더 나아가 실물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고용·의료·주택·교육 등의 부문에서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강한 제조업, 강한 복지’라는 슬로건으로 압축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2010년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본격화된 ‘재정 건전성’ 논의에 큰 우려를 표시한다. 이 논의가 복지 삭감으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면서라도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재정 긴축이 세계적 차원에서 수요를 급격히 줄이면서 2차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금융자본 세력이 도리어 공공복지 축소를 정부에 압박하는 배은망덕에 분노하기도 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재정 건전성 문제의 대안은 재정지출 축소가 아니라 재정수입 확대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복지지출을 확대하고,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게는 금융 불로소득 등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서 국가 재정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금융에 대한 진단을 주요하게 다루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온갖 금융개혁을 시도해왔다. 그런데도 이번 위기가 발생하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하게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그 이유로 한국이 그동안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 할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무분별하게 추종해왔다는 점을 들며, 종전과는 다른 철학에 근거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 재정, 복지, 환율, 한국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치밀하고 통일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전체적인 통찰력을 갖도록 유도한다. 특히 수출 주도적 경제와 환율 전쟁의 탈출구로 복지와 공공 영역의 확대를 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G20의 전개 과정 일목요연하게 설명

10월 초에 발간된 <G20의 탄생과 세계경제>(강동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는 G20 회의의 탄생과 전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거진 2008년 금융위기에서 G20의 탄생 및 제도화 과정을 친절하게 짚어나간다.


   
G20을 쉽게 설명해주는 대중 교양서는 많지 않다. 다행히 최근 들어 쉽게 쓰인 개요서 3권이 나왔다.

1부는 전개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1차 정상회의(2008년 11월)가 정책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확대 등 경기부양 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상 초유의 대재앙을 신속하게 응급 처리했다면, 2차 런던 정상회의(2009년 4월)에서는 IMF 재원 확충, 보호무역 저지 시스템 구축, 5조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등 구체적 방안이 합의되는 과정을 알기 쉽게 그린다. 이는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후 국제협력이 가장 조화롭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루어진 사례인 것이 사실이다.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2009년 9월)에서는 G20 회의가 일정하게 제도화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그동안 사실상 최고위급 세계정책 논의 테이블이었던 G7을 G20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식 천명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G20의 위상을 확립한 조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4차 토론토 정상회의(2010년 6월)를 “주목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아 서울회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짙었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는 토론토 회의의 성격을 약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회의에서 본격화된 ‘재정 건전화’ 논의는 이후 국제 및 국내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활화산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을 넘어 새로운 금융을 상상하다>와 달리 이 책은 서울 정상회의가 4차까지 다룬 의제들을 총망라해서 핵심적 결과물을 창출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금융규제와 IMF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 그동안 논의되어온 핵심 이슈들에 대한 결론이 나오리라는 낙관적 예측이다.

지난 4월 출간된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과 G20 정상회의>(부글북스 펴냄)는 김기석 교수(강원대) 등 관련 전문가들과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등이 공저한 책이다. 이 책은 G20 회의를, 기존 중심 국가들이 신흥 경제 강국들과 타협과 공존을 모색함으로써 국제 경제의 안정과 자유주의적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시스템’의 지속을 추구하는 자리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위기 극복 노력, G20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는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의 활동상 등을 담고 있는 것이 다른 책들과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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