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블로그 Que Sera Sera> 2010/11/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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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태와 관련된 법적 쟁점
앞으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간 연평도 사태가 언론 등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법적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법적 개념들은 때로는 정당한 필요에 의해 쓰일 수도 있지만 특정 주장에 부당한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나는 법적 개념들이 남용되는 경우를 구별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1. 북한의 국제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국제법에서 주로 드는 국가의 요건은 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에서 제시된 4가지 요건이다. 여기에는 항구적 인구 집단, 확정된 영토,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북한은 이 4가지 요건을 일단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제연합헌장에 보면 UN회원국의 요건으로 그것이 국가일 것(국제연합헌장 제4조 제2항)을 들고 있기 때문에 UN회원국인 북한은 국가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남한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국가 승인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남한 국내법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이자 대화의 상대방이다. 이 글에서는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남한과 북한을 별개의 독립된 국가로 간주하겠다.
2.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표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측(북한) 영해에 포사격을 가”한 것을 연평도 공격의 이유로 제시했다. 남한이 실시한 훈련이 ‘2010 호국훈련’이든, 통상적인 훈련이든 상관없이 남한이 “우리측(북한) 영해에 포사격을 가”한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측을 향해 포를 사격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되는 사항이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경계선과 남한이 상정하는 경계선은 그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계선은 훨씬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그들이 1999년 9월 2일에 일방적으로 공포한 ‘인민군 해상 군사통제수역’을 기준으로 해양경계선을 결정하고 있는 반면 남한은 UN군 사령관 클라크(M. Clark)가 1953년 8월 30일에 일방적으로 결정한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해양경계선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해양경계선 모두 영해의 경계선과는 관련이 없다.
3. 영해의 경계선과 해양경계선은 어떻게 다른가?
영해의 경계선은 한 국가의 주권이 해양에서 미치는 범위를 결정하는 경계를 의미한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제3조를 보면 영해의 폭은 기선(주로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약 24km)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백령도와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는 각각 12해리 이내의 영해를 가질 수 있으며, 북한 역시 자국의 기선을 기점으로 12해리 이내의 영해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말하는 “영해의 침해”란 등산곶 부근으로부터 12해리 이내의 지점에서 남한 측의 사격이 닿은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양국이 인접해 있는 경우,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제15조는 양국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 중간선 내지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영해의 경계를 정할 것,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한다. 여태까지 남북한 간에 서해 영해에 관한 국제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합의는 없었으므로 중간선 내지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나, 여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이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즉 여기에는 사실상 법의 공백 상태가 존재한다.
반면 해양경계선은 여러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영해의 경계선을 지칭할 수도 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선을 지칭할 수도 있으며, 행정구역 간의 경계선을 지칭할 때도 있다. 이 경우 남북한 간의 해양경계선은 해상군사분계선을 뜻한다. 상대국이 해상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경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상대국이 군사활동을 할 수 없는 해역이 곧바로 다른 일방의 영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북방한계선이 백령도와 연평도보다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방한계선 남쪽에 있는 해역 전부가 남한의 영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북방한계선이 남한의 영토선이라는 주장을 기각시키는 것이다.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는 경우, 그것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영해 침해’가 아닌 ‘북방한계선 침범’이 된다.
4. 남한의 북방한계선과 북한의 서해해상경계선 중 무엇이 타당한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 서로간의 해상군사분계선에 대해 합의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근접한 것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 제10조이다.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에 대한 남한과 북한의 해석이 달라지는 바람이 제10조 제2문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남북기본합의서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법적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큰 효력이 없다.
그렇다면 다시 남한의 북방한계선과 북한의 해양경계선을 놓고 양자대결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양쪽 경계선 모두 일방적으로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인 구속력을 지니기 어렵다. 이에 대해 남한 측이 북방한계선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는 응고이론과 국제법상 시효의 원칙이다. 북방한계선이 오랫동안 어떤 측으로부터의 항변도 없이 유지되어 왔으므로, 비록 그것이 일방적으로 설정된 것이더라도 그 사실적 상태가 그 자체로 관습적인 규범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북한 측이 서해해상경계선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는 국제해양법상 인접국 간의 경계를 확정지을 때 적용되는 등거리원칙이다. 아울러 북한은 당국이 지속적인 항의를 해왔기 때문에 북방한계선에 응고이론과 국제법상 시효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이 북방한계선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은 1999년 6월이 처음[이용중,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남북한 주장의 국제법적 비교 분석,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논고>> 제32집, 553p.]이다. 약 50년간 북방한계선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것인데 50년이라는 기간이 국제법상 시효의 원칙이 적용되기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반면 북한이 공포한 서해해상경계선이 타당한 국제법적 원칙에 근거하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경계선이 국제법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5. 연평도의 국제법적 지위는 어떠한가?
서해의 해상군사분계선이 정해지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는 국제법적으로 남한의 영토이며 이에는 북한도 동의한다.
6.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국제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북한의 주장대로 남한군의 사격이 북한의 “영해”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한과 북한 간의 영해의 경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근 수역은 국제법적으로 법적 공백이 있는 상태, 즉 공해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상군사분계선 침범의 문제가 남아있을 수 있으나 살펴본 바와 같이, 북방한계선의 법적 타당성과는 무관하게 서해해상경계선은 국제법적인 효력을 지니지는 않는다. 이 경우 북방한계선이 유일하게 합법적인 해상군사분계선이 되거나, 양쪽 경계선 모두 유효하지 않은 해상군사분계선이 될 뿐이다.
최대한 북한에 호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양쪽 경계선 모두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북한 국내법상 남한군의 사격행위가 금지된 무력사용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국제법상 북한을 향한 무력사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한군의 사격행위가 북한을 향한 무력사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반면 북한이 이에 대응해서 연평도를 공격한 것은 명백히 남한을 향한 무력사용이며 국제법상의 자위권의 행사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무력사용은 국제연합헌장 제2조 제4항이 금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만약 북한의 무력사용이 자위권의 행사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자위권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타국의 공격에 비례하는 정도의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무차별 공격을 한 북한의 무력사용은 이러한 비례에 어긋나는 정도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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