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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일본 스즈까 공동체 /이호

by 마리산인1324 2011. 3. 26.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2010/11/16 13:48

http://blog.grasslog.net/archive/795

 

 

 

대안적인 도시에서의 개방적 공동체 모델을 보다

- 일본 스즈까 공동체 -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스즈까 공동체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

 

공동체는 우리 사회의 대안 중 하나로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동체 그 자체는 어느 시대에서나 대안적 사회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그러나 정작 ‘공동체’라는 용어는 공동체적 분위기가 강한 사회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공동체라는 용어가 지금과 같이 널리 확산된 데에는 사회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내쳐 달리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 크게 작용했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활성화된 시기는 중세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시하는 새로운 이념이 서구사회를 지배하던 19세기라 할 수 있다. 당시, 사회의 최적 조건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그 인간들 간의 자유계약에 의해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이념은 결국 빈부의 격차, 소외된 다수 대중의 태동 등 불평등의 문제를 낳았고, 이로 인해 사회는 점차 불안하게 변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자본주의의 태동과 그에 따른 산업화의 진전으로 인해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에 이러한 이념에 대한 반작용이 태동하였는데, 그러한 반작용의 중심에 공동체라는 용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향수가 강한 편이고, 그래서 정치구호로도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다 대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의미로 사회운동에서도 점차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생명운동이 점차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해 가면서, 그러한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실천으로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체에 대한 강조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안으로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이러한 생명공동체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뭔가 공동체의 ‘내공’이 깊은 ‘자기들만의 리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즉, 일반 시민대중들의 일상과는 유리된 형태로 공동체 시도가 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공동체가 이들의 일상과는 유리된 이상적 지향으로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일반인들에게는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는 공동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이러한 대안으로 지금껏 필자가 강조해 온 것은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개방적 공동체가 새롭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는 사람들이 공동체에 소속되거나 형성한다고 하는 것이 자신의 일상 삶에 대한 커다란 변화를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결의에 찬 실존론적 결단을 필요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대중들이 공동체를 보다 가깝고 현실적인 것으로 느끼고, 공동체가 좋다는 ‘맛’을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자연스럽게 결성하고 소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규범이나 형태가 매우 유연하게 정해질 필요가 있고, 어떠한 정도의 규범과 형태를 취할 것이냐 하는 데에 있어서, 그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율적 결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공동체는 공동생산-공동소비와 같이 삶의 대부분을 공동체 속에서 녹여내야 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어떤 공동체는 단지 일정한 기간 동안 모여서 자신들의 생활과 삶을 공유하는 정도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의 공동체적 관계를 깊게 하는 데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공동체에 대해 개방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가 자신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쏟는 노력과 관심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그 공동체가 속해 있는 사회와의 관계 형성에도 힘써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 사회운동적 관점에서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즉, 공동체운동은 우리 사회를 공동체가 갖는 대안적인 모습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보다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대안적 모습을 어떻게 사회 속으로 전파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풀뿌리운동은 바로 이러한 공동체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필자는 풀뿌리운동을 간단하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것은 “풀뿌리운동은 단절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공동체적으로 연결하고, 이러한 관계를 사회적으로 더욱 확대하고, 그렇게 맺어진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풀뿌리운동이나 공동체운동은 결국, ‘관계를 보다 넓게 그리고 깊게’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운동이 도시에서 실험되고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기인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농촌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들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이 그리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살기 힘들어 도시로 온 이들에게 단지 대안적 삶에 대한 비전만으로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기에는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농촌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도시에서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한 몇 가지 예로 도시에서의 노동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 같은 것들, 사회적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이 갖는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이 있어 그리 만족할 만한 실험들이라 여기지 못하고 있던 차에 스즈까 공동체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스즈까 공동체는 야마기시 공동체의 ‘연찬’ 이라는 영성에 바탕을 두고 있고 도시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울타리로 둘러싸인 곳 내부에서 공동체 식구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것과 달리 지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이 10년 정도의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구성원들 스스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외부와의 교류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호기심을 끌만했다.

 

 

스즈까 공동체 식구들과의 만남

 

스즈까 공동체는 일본 나고야에서 육로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나고야 역에서 배를 타고 츠시(津市)로 가서 스즈까 공동체에서 마중 나온 분의 차를 타고 약 20분 정도 간 후 스즈까 공동체에서 마련한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에 도착했였다. 스즈까시는 일본의 유명한 세계적 기업 혼다(HONDA)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다. 게스트 하우스로 향하면서 도로 양쪽에 썰렁하게 불이 꺼진 혼다 노동자들의 숙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경제 침체로 혼다에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란다. 이는 당연히 스즈까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우리를 마중나왔던 오노 마사시씨와 그의 아내인 오누 마우끼씨,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를 담당하고 계신 이오다 요시아끼씨와 그의 아내인 세스꼬씨, 그리고 사이언스 스쿨에서 합숙생활지원 역할을 하는 하기와라 히데꼬씨와 첫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은 이 분들이 스즈끼 공동체에서 맡은 역할들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이지만, 이 분들이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만은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처음 만나는 사이인 만큼 간단히 서로의 소개를 했는데, 한국에서 방문한 우리를 소개할 때마다 이들이 보인 반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반응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분들의 반응은 그러한 사전 지식을 감안해도 다소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 사전에 우리가 보내준 방문자들의 단체에 대한 소개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 등을 간단하게는 알고 있었음에도, 방문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우리 말로 “와 대단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처음에는 너무 과장된 감탄사에 약간은 무안했는데, 이후 이틀을 더 지내면서, 이들로서는 그만큼 우리를 환영한다는 마음을 그리 표현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로부터 공통된 인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들 모두 얼굴이 매우 밝았다는 것이다. 물론, 손님을 받는 기본적 예의를 지키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2박3일 머무는 동안 한결 같은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방문자들이 일본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밝은 표정은 3일 내내 이어졌고, 그 속에서 가식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여러 현장을 방문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간담회를 위해 저녁시간을 내어 우리 숙소를 방문한 이들 모두 처음에는 다소 수줍은 표정을 보였으나, 곧 정겨운 미소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밝은 표정의 얼굴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스즈까 공동체에 오려 했던 이유를 충족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의 표정이 왜 밝고 행복해 보였는지 그 이유를 찾고 싶다는 욕구가 보다 강해졌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방문한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 스즈까 공동체에 대한 탐구는 처음부터 우리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즈까 공동체가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공동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혼란에 휩싸였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들을 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우리의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그 이유는 이들과의 대화가 진전되면서 자연스럽게 밝혀졌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스즈까 공동체

 

스즈까 공동체를 처음으로 접한 계기는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밀린 보고서를 급하게 마감하도록 하기 위해 주최 측에서 강화도의 한 펜션을 임대해 그 곳에서 밤샘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2009년 11월 경의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가 묶었던 펜션의 주인(유상용씨)이 한국의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살다 그 곳을 떠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배도 비슷하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짧게 나누다보니, 이 분이 야마기시 공동체를 나와 강화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유가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블로그에 자세히 소개하였으므로,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일본의 스즈까 지역을 방문하여 그 공동체 식구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유상용씨를 통해 피상적으로 알았던 내용이 완전한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유상용씨가 왜곡된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공동체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스즈까 공동체 이야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나온 이들을 주축으로 새롭게 도시에서 실험되고 있는 스즈까 공동체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형태와는 전혀 다른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평소 도시에서 새로운 개념의 개방적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던 필자로서도 공동체에 대해 고정된 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스즈까 공동체는 통렬히 일깨워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즈까 공동체는 그 범주를 규정할 수 없는 완전한 개방적 공동체 형태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의 수도 명확치 않고 공동체의 규범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당연히 일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를 공동체라 규정하는 기준은 ‘사람의 변화’ ‘사람 관계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관계를 성찰하고, 사회를 성찰하는 과정에 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즉, 이들은 스스로 성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공동체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전히 개방된 공동체이고, 공동체의 정신을 통해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이러한 공동체가 어떻게 작동되고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보다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물론, 이틀간의 조사 정도로 스즈까 공동체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일단 조사자들이 그 정도의 조사로 이 공동체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자들은 그 정도의 조사내용을 통해 이해된 것 자체도 매우 새롭고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스즈까를 방문한 조사자 모두는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이고,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그러한 선상에서의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조사자들의 관심이 전통적 개념의 공동체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고, 사회의 변화라는 차원에서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차원에서도 스즈까 공동체는, 비록 얼핏 살펴본 것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많은 이들과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즈까 공동체의 형성과 전개

 

스즈까 공동체가 아무리 공동체의 범주나 울타리가 없다하더라도 중심적 사상과 영성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이를 계속해서 형성・발전시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처음에 이 공동체를 형성한 핵심적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 과정이 존재할 것이다. 스즈까 공동체를 처음 결성하고 지금도 핵심적으로 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인근의 야마기시 농장(공동체)에 있던 이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생활해 왔다.

 

야마기시 공동체의 목표는 자연친화적 삶을 통해 모두를 위한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생활하면서, 그 삶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야마기시 선생의 저작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양계를 중심으로 한 야마기시 공동체는 실현지(實現地)가 아닌 실험지(實驗地)였을 뿐이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일부의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에 대한 연구를 위해 2000년부터 모임을 따로 시작했다. 그러나 야마기시 공동체는 그러한 모임을 야마기시 공동체 내에서 못하도록 했다. 이에 2001년부터 몇 사람들이 야마기시 공동체 인근의 스즈까시로 이주하였고, 스즈까에서 사람과 사회에 관해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스즈까에서 어떻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고, 지금의 스즈까 공동체는 그러한 고민들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이들은 사이엔즈 연구소를 만들고 전혀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등으로 새로운 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새로운 젊은 사람들이 스즈까로 모여들어 현재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스즈까 공동체가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것의 핵심은 사이엔즈 스쿨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이엔즈 스쿨은, 사람의 마음이나 인격적 성장 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활동을 한다고 해도 사람 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이는 권위나 규칙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즉, 이 스쿨을 통해 사람들의 자율적 관계 형성과 이를 넘어 사회와의 자율적이고 긴밀한 관계 형성을 지향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공동체 영성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 사이엔즈 스쿨이 있음으로서 AS onE 이라는 회사들이 전혀 새로운 공동체적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었고 정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사이엔즈 연구소와 사이엔즈 스쿨, 그리고 AS onE 으로 대표되는 회사들은 각각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예를 스즈까 문화 staton을 설립하는 과정을 통해 살펴보자.

 

스즈까 공동체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방식은 누군가 스즈까 공동체 핵심 멤버들의 기획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즉, 조직이 결정하면 조직원들이 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타 공동체 식구들은 지원과 응원을 해준다. 따라서 스즈까 공동체에서는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inner circle이 존재하지 않는다.

 

카주끼 씨는 야마기시 공동체를 나와 스즈까에 정착한 후 사이엔즈 스쿨을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순수한 뭔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도 동시에 얻었다. 이 때 옆에 신뢰하고 그래서 함께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이 둘은 만나 서로 자신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조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사업 구상은 두 사람만으로 진행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사이엔즈 연구소의 오노 씨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했다. 그러자 오노 씨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들의 구상에 함께 하고 응원해 주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데 있어서 이 둘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이 재정지원을 하게 되었고, 결국 새로운 센터인 스즈까 문화 station을 만들게 되었다.

 

이들은 스즈까 공동체의 구성원이 몇 명인지를 묻는 질문에 상당한 당혹감을 나타냈다. 자신들도 그 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공동체 구성원이라 여기는데, 그러한 구성원의 수가 몇 명인지 자신들도 정확히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스즈까 공동체의 영성과 철학에 동의하는 이들이 상당 정도 확대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에 공동체 식구들의 규모가 대충이라도 어느 정도 되는지 다시 한 번 질문하였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상의를 하더니, 성인들만 150명 정도가 스스로 스즈까 공동체 식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이들은 지금의 스즈까 공동체가 자신들의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되지 않는 생각과 공동체 등이 계속해서 변화・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지난 10년의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가 드러났고, 이를 외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공동체의 속성 자체가 지향적 성격을 지니고 있듯이, 스즈까 공동체도 앞으로 계속해서 진화・발전해 갈 것이다.

 

 

스즈까 공동체를 떠받치는 세 개의 중심 기둥

 

스즈까 공동체는 크게 세 개의 요소들을 통해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지역사회 내에서 실현하고 있다. 그 세 개의 요소라 함은 사이엔즈 연구소(SCIENZ Institute)와 사이엔즈 스쿨(SCIENZ school), 그리고 AS onE 커뮤니티이다. 여기서 사이엔즈라 함은 Scientific Investigation of Essential Nature(과학적 본질의 탐구)의 약자이고, 여기서 Zero 즉 영, 무(無), 공(空)의 뜻을 연결한 것이다. 여기서 과학적 탐구라 함은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사물 모두를 고정되어 있어나 정체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그러한 변화의 배경에 있는 본질과 원리를 알아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사이엔즈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사이엔즈는 인간의 지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함으로써, 과학적인 본질을 탐구하고 실현하기 위한 방향을 고려하기 위한 표현인 것이다. 이 세 가지 구성요소들은 PIESS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네트워크는 사이엔즈에 기반한 사회활동을 위한 것이다.

 

① 사이엔즈 연구소

사이엔즈 연구소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인간에 대해 알고, 이를 통해 행복의 조건을 발견함으로써 물질적으로나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는 최근의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인간사회라는 차원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문제인식에 기초한다. 따라서 인간사회의 문제에 대한 대처 및 시정 방안을 발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주요한 활동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것은 문제의 근본 원인과 사람의 본질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이엔즈 연구소는 인간성과 사회조직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인간의 본질에 기초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과 그 방법을 고안하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 분노와 경쟁, 차별과 빈곤 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지성과 정을 살리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실현하고 연구하며 실험하는 곳이다.

 

사이엔즈 연구소가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사이엔즈 스쿨에서 연수를 받는 사람들이나 AS onE 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문제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사이엔즈 스쿨에 참여한 어떤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 원인이 열등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당사자와 함께 찾는 과정을 밟는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AS onE 기업에도 적용하여,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내적 관계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조사・분석과 컨설팅을 수행하기도 한다.

 

② 사이엔즈 스쿨

사이엔즈 스쿨은 스즈까 공동체가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 요소이자 도구이다. 이 스쿨은 사람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서포터(supporter) 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자기 성찰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스쿨이 스즈까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인 것은, 스즈까 공동체의 정신이 사람의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 스쿨이 그러한 역할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의 인격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어떤 활동을 한다고 해도 사람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질 수 없고, 그에 따라 권위와 규칙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위와 규칙에 의지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의 자율성과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며, 스즈까 공동체가 야마기시 공동체로부터 독립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이엔즈 스쿨은 자기를 알고 인생을 알며, 지성과 마음의 합일을 육성하고 부자유와 구속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며,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최적의 삶의 방식과 방향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로, 스즈까 공동체 식구로 일본어 통역이 힘들 때 영어로 통역을 해주신 히로꼬 가또야마씨의 경우, 지금까지 자기의 생각은 자신의 본질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부모, 지금까지의 교육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남자 동료가 큰 소리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면 이에 소극적으로 반응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자신의 순수한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자신이 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 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스쿨에서는 다양한 연수를 상시적으로 운영한다.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4개 인데, 마이 라이프(My Life) 세미나, 내관(內觀) 과정,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과정,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한 과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기본 과정은 단순히 네 개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일상화 레슨과 연수생 과정 등으로 구분하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그 외에 보다 진전된 심화 과정으로, 인생을 알기 위한 과정과 사회를 알기 위한 과정이 있다. 사이엔즈 스쿨의 일정표를 살펴보니 일 년 내내 각 과정의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코스를 통해 스즈까 공동체 식구들은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인생과 사회를 이해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참여 자격은 스즈까 공동체가 특정한 구성원을 구분하지 않듯이, 원하는 사람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특정 코스에 한 번 참여하면 그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코스에 언제든지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모두 수료해야 공동체 식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계속 반복하듯이, 스즈까 공동체는 공동체의 울타리를 쳐놓고 공동체 식구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코스는 다만 새로운 사람과 사람관계,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스즈카 공동체 정체성과 영성을 심화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들을 모두 수료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스즈까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긴밀한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길 원치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이 사이엔즈 스쿨의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즈까 공동체 식구로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즈까 공동체 공통의 정체성과 영성이 이 사이엔즈 스쿨을 통해 각자에게 깨달음을 전달해 줄 뿐이다.

 

그리고 사이엔즈 스쿨의 과정은 특정하게 정리된 사상이나 철학, 믿음 등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야마기시 공동체를 나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 것은 그러한 고정되고 고착화된 사상이나 믿음 등으로부터 자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③ AS onE 커뮤니티

AS onE 은 존 레넌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의 후반부에 나오는 가사이다.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이 노래 가사는 “국가라는 구분도 종교도 없는 세상, 그래서 서로 죽이지도 않고 죽을 일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아마 나를 몽상가라 말할지 몰라요. 하지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같은 생각을 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즈까 공동체가 바라는 세상도 바로 이 노래 가사에서 꿈꾸는 세상임을 보여준다.

 

AS onE 커뮤니티는 스즈까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 기업들은 회사를 위한 회사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회사경영, 회사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회사운영, 직원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직장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선언만으로는 그리 새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사 운영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AS onE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 모두가 공동체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임원들은 모두 공동체 멤버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 멤버들이 회사를 창업하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단순한 방식도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고 싶으면 사이엔즈 연구소 등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을 소개받고 함께 창업을 준비한다. 따라서 새로운 사람들이 스즈까 공동체에 결합하면서 그 사람의 기술 등을 살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회사로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단지 생산해내고자 하는 상품이 같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목표나 운영방식 등에 있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은 스즈까 공동체 멤버(물론, 멤버라는 규정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 중에서도 누구나 원하면 사이엔즈 스쿨에 들어가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AS onE 기업에 있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고 특이한 점은 회사의 운영방식이다. 임금이나 출퇴근 규정 등 회사운영과 관련된 내용들은 직원들과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출퇴근 시간을 예로 들면, 그 특이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 이들 회사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직원 누구라도 자기가 출근하고 싶은 때 출근해서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해도 되고, 7일 동안 출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필요한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가능한 적은 시간 일하고 싶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와 이러한 이상적 협동경제공동체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것에 대해 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규칙만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개인의 의지로 메워가려 하고 있었다. 이런 운영방식을 채택할 수 있었던고 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것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이엔즈 스쿨과 사이엔즈 연구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경기불황 속에서도 성공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성공한 회사라 할 수 있는 ‘엄마손 도시락’ 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이 점심시간에 판매할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오전 10시 경까지 필요한 도시락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은 이 시간까지 필요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자율적으로 출근해서 도시락을 만든다. 그렇게 해서 보통 하루에 1,000개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당연히 조금만 일하고 월급은 많이 일한 사람만큼 달라고 요구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임원들과 해당 직원들이 충분히 상의하고 합의해서 임금을 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힘은 바로 이들의 공동체 영성에서 나온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공동체 영성은 바로 사이엔즈 스쿨에서의 연수를 통해 형성되고 발전되며, 사이엔즈 연구소를 통해 현실에 적용된다. 이렇게 사이엔즈 연구소와 사이엔즈 스쿨, 그리고 AS onE 기업들은 상호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스즈까 공동체를, 비록 그 범주를 정할 수 없지만,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야마기시즘과의 관계

 

이들이 야마가시 공동체를 나왔다고 해서 야마가시 선생의 사상과 결별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현재도 야마기시 선생의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야마기시 공동체가 야마기시 선생의 실험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면, 스즈까 공동체는 그 사상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야마기시 선생 스스로도 원리주의를 배척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구라는 것이 중요하고, 연구를 통한 변화・발전이 오히려 야마기시 선생의 사상에도 더욱 맞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야마기시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연찬’이다. 스즈까 공동체 역시 이 ‘연찬’을 가장 중요시 한다. 다만 이들에 의하면, 야마기시 공동체의 연찬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에 바탕을 둔 반면, 자신들의 연찬은 가장 밑에까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드는 새로운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사회와의 관계도 이러한 개인의 변화를 통해 긍정적이고 변화 지향적으로 맺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의 변화를 통한 세상의 변화는 느리지만, 근본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풀뿌리운동의 핵심적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이들은 맨 처음 스즈까에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과연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각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10년의 경험을 통해서 그러한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사이엔즈 스쿨이나 사이엔즈 연구소, AS onE 등의 체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체계들의 구체적인 작동 시스템과 효과 등은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직접 체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스즈까 공동체에서는 외국에서 이러한 새로운 공동체를 배우기 위한 사람들이 찾아와 사이엔즈 스쿨에서 일정 기간 동안 연수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게 생기고 있다.

 

이들도 연찬을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합동 연찬회와 같은 모임을 갖지 않는다. 그냥 각 단위의 활동체가 연구소 등과 협의해 연찬회와 같은 것을 한다. 따라서 그 연찬의 내용도 각 사업체에 따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그 핵심에는 사이엔즈 스쿨의 연수과정과 사이엔즈 연구소의 지원이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스즈까 공동체의 사회적 실현 기관들

 

스즈까 공동체의 철학과 영성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회사 및 기관들이 스즈까 내에서만 여럿 있다. 이들을 ‘스즈까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회사 및 기업’이라 표현하기에는 뭔가 스즈까 공동체의 모습을 왜곡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소제목을 ‘스즈까 공동체의 사회적 실현 기관들’이라 붙였다.

 

사이엔즈 연구소와 사이엔즈 스쿨의 경우에는 명확히 스즈까 공동체에 대한 영성과 철학, 그리고 이상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사람들이 그러한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실현기관이라 할 때는 가장 대표적으로 AS onE 커뮤니티를 들 수 있다.

 

영리 사업체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시락 가게이다. 이 회사는 사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둬, 현재 스즈까 지역에 3개의 지점을 냈다. 이 도시락은 큰 가게에서 파는 도시락에 비해 싼 편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락을 만들 때 전혀 기계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이고, 재로도 일부 유기농을 비롯해 좋은 것들만을 쓰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토는 ‘엄마가 만든 도시락’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에서도 질 좋은 도시락으로 소문이 났고, 주로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편이다. 보통 하루에 1,000개에서 1,100개 정도 팔린다.

 

그리고 이 도시락 가게는 지역 내 자립적 경제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이나 도시락 가게들은 농장에서 재배한 야채를 바로 구입하지 않고 대기업에서 자동화 기계로 씻거나 껍질 벗긴 것을 구입해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 농장에서 야채를 구입하여 직접 씻고 썰고 해서 음식을 만든다. 이런 방식은 위생적으로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도시락 가게의 성공은 AS onE 농장이 운영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농장의 경우 도시락 가게라는 안정된 판매처가 있다는 점에서 시작에 유리한 점이 있었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유기농 채소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립적, 자급적 경제체제는 건설회사의 운영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AS onE 커뮤니티에는 건설회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4채의 공동주택을 건립하였다. 나중에 이 집들을 방문해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만났던 스즈까 공동체 식구들은 모두 이 곳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이 건설회사 역시 공동체 식구들의 필요에 조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 건축회사와 연관된 부동산 사무소, 실내 인테리어와 주택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가게(伊勢의 森工務店)도 이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그리고 스즈까 지역의 핵심 그룹인 혼다 공장에 인력을 파견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모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들은 하나의 그룹과 같이 연계되어 운영되는데, 금융기관에서는 AS onE 커뮤니티를 매우 건실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재 AS onE 회사들의 대표인 노지리 히로 씨는, 소규모이지만 다양한 사업들을 벌임으로써 위험부담이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예로 현재 경제위기 여파로 혼다가 어려워지면서 인력파견사업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그로 인한 어려움은 다른 회사들의 성장으로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회적 활동이 단지 영리 기업의 운영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그 외에도 인근 대형 유통매장주가 지주인 비어있는 땅을 무료로 임차하여 주민들의 주말농장과 같은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각종 유실수를 심는 등으로 또 하나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농장의 운영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주민들의 공간, 즉 공원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스즈까 문화 station이 포함되어 있는 코코로(cocor, 마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스즈까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스즈까 문화 station은 문화적인 면을 중시한 마을만들기를 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는 그 활동의 영역을 스즈까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조사보고서를 정리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스즈까 공동체는 도시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방성이 강한 공동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성과 철학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개인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사회에 대한 성찰까지로 이어지는 이들의 영성은 고정・불변의 형태를 거부하고 유연하게 항상 진화하는 것을 중시한다. 또한 자신들의 영성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로부터 이를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스즈까라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영성을 중심으로 하는 개방적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개방성은 인적 구성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AS onE 커뮤니티는 흡사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을 연상케 하고, 다양한 지역활동은 우리의 풀뿌리운동을 연상케 한다. 한 예로, AS onE 농장 옆에는 농산물 직판장을 두어 운영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그 곳에서 AS onE 농장 생산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곳에서 AS onE 농장 생산물은 단지 한 코너만 차지하고 있고, 그 지역 농민들의 생산물 판매 코너가 AS onE 농장 생산물 판매 코너와 같은 크기로 마련되어 있다. 각 코너에는 그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사진과 이름이 걸려 있어, 각 코너가 누구의 생산물을 판매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스즈까 문화 station은 풀뿌리운동을 지향하는 단체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 문화 station이 커뮤니티 station, 생태적 station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들은 2010년 9월부터 지역통화운동을 전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은 사이엔즈 연구소를 통해 구상되고 있는데, AS onE 회사들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공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동체 실험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도시에서의 개방적인 새로운 공동체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도 이러한, 그러나 이와 똑같지 않아도 좋은 다양한 공동체 실험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들이 상호 교류되기를 또한 바라고 있다. 이는 이들이 지향하는 개방적 세계관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 세계관은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발전시키고자 하는 사회운동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사보고서는 스즈까 공동체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형적 모습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스즈까 공동체의 핵심적 내용과 영성, 철학은 아무래도 이 곳에서 직접 체험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올 초에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바 있는, 이들과 같은 삶의 궤적 속에서 비슷한 고민과 그 고민을 사회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스즈까 공동체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스즈까 공동체에서 만난 사람들의 밝은 얼굴들 중에서도 인상에 남는 분들의 모습을 설명하고자 한다. AS onE 건설회사에서 일하시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분. 그 분은 암 수술을 몇 차례 받아 건강이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으나, AS onE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은 건강도 회복되었다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 덕에 이 분의 아내는 cocoro 센터에서 일본식 다도(茶道)를 가르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에게 그 다도를 직접 체험케 해 주었다.

 

공원을 조성하는 곳에서 만나 젊은이는 이 곳이 어린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을 상상하며 일을 한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출생해 나이가 들어 도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28세 된 고바야시 코치라는 젊은이는, 대도시에서 사람 중심이 아닌 일 중심,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순수한 생각을 교류할 사람조차 발견하지 못하자 그 곳에서 삶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곳을 떠나 다시 어머니가 살고 있는 스즈까로 내려와 AS onE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젊은이가 대도시의 화려한 삶을 뒤로 하고, 아내와의 헤어짐(이혼이 아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곳에 온 이유는 단순했다. 이 곳에서는 나의 순수한 생각과 이상을 공유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상 밝은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던 스즈까 공동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오다 요시아끼씨는 우리가 떠나는 날 아침에 우리와 처음으로 한 식탁에 앉았다. 그 전에는 주로 다른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이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떠나기 전에 이 분도 우리와의 만남에 반가움을 표하고 싶었던 듯하다. 우리 중 한 명이 이 분께, 야마기시 공동체를 떠날 때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가 물었다. 그에 대한 이오다씨의 대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는 야마기시 공동체에서도 항상 올바른 것을 탐구하고 추구해 왔다.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이자 성찰이었다.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나와 스즈까로 온 것도 그러한 탐구의 과정이었다. 그러니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두려움이 있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