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22호(2011 04/26)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104201647301
도곡동땅·다스 ‘네버엔딩 MB스토리’
ㆍ처남댁 다스지분 5% 청계재단 이전 ‘MB 큰형 최대주주 등극’
‘예정된 논란’이라면 틀린 말일까. 4월 중순, 언론들은 일제히 ‘다스 지분 5% 청계재단으로 이전’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안을 보도했다. 청계재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만든 장학재단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재단 측에 문의하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계재단 측은 “고인(김재정씨)의 뜻으로 안다”며 논란의 재점화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언뜻 보면 일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 같지만 관련 인사들의 면면과 3년 전 일을 생각하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자리잡은 청계재단 사무실. 현재 이 사무실에는 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4월 13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무부에 대한 국회 질의에서 “시중에선 아주버니와 처남댁의 재산 소유권 문제로 말썽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버니는 이명박 대통령이고, 처남댁은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재단이사 대부분 MB 측근·친분인사
이번 사안을 ‘예정된 논란’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2007년 대선 때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는 이명박 후보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공동 소유주였다. 주식회사 다스는 김경준이 설립한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는데, 그 투자금이 바로 도곡동 땅을 판 돈이었다. 다스는 미국 법정에서 김경준·에리카 김 남매를 상대로 이와 관련한 소송을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왜 다스는 BBK에 투자했을까.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이다. 의혹을 제기했던 당시 친박·야당 진영의 공격이 특히 집중된 부분이 김재정씨의 재산과 관련된 것이다. 직원들의 집까지 담보잡아 빚을 갚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김씨가 전국에 산재한 땅이나 다스 및 도곡동 지분의 소유주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씨가 2010년 2월 지병으로 작고하자 그의 재산이 누구에게 상속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차명 재산이라면 온전하게 김씨 일가에게 상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화된 것이다.
‘청계재단으로 5% 이전’을 처음 알린 이는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다. 4월 10일, 안씨는 지난 4월 8일 금감원에 제출된 주식회사 다스의 감사보고서와 2010년 4월 9일자 보고서를 비교해 김재정 소유 주식 14만6000주 중 13만1100주가 미망인 권영미씨에게 상속되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나머지 1만4900주는 재단법인 청계로 이전됐다. 5%의 지분이다. 안씨에 따르면 주식 변동의 ‘의미’는 크다. 2010년 48.99%로 주식회사 다스의 최대주주였던 김재정씨 몫이 43.99%와 5%로 쪼개지면서 46.85%를 소유한 이상은씨가 최대주주가 되었다. 재단법인 청계가 소유한 5%의 ‘의미’와 관련해 안씨는 “이상은씨가 주요 사항 의결권 행사에서 재단법인 청계의 지분 5%를 더한다면 51.85%로 과반을 확보하는 반면, 김재정씨 일가는 재단법인 청계지분 5%가 더해지더라도 48.99%에 불과해 과반에 못 미치므로 사실상 MB의 형 이상은씨가 다스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청계재단 측은 ‘캐스팅보트 역할론’을 부인했다. 4월 13일 청계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감사이기도 한 김창대씨가 다스 주식의 4.16%(1만2400주)를 갖고 있는데, 만약 김재정씨 주식의 실소유주가 MB라면 이미 이전부터 캐스팅보트는 김창대씨가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창대씨(세일이엔시 대표)는 이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동기생으로 MB 후원회 ‘명사랑’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청계재단을) 매형(이 대통령)이 설립했으니까 5% 정도는 거기다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김재정씨의) 유언 아닌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4월 8일 다트 공시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미 지난 1월 10일에 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청계재단에 대해 허가를 내줬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추진된 일”이라고 밝혔다.
청계재단은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지난 2009년 8월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그러나 설립 추진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다. ‘전 재산 사회환원’이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 이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소유 부동산 331억원을 청계재단에 출연하고도 이 대통령의 재산은 54억9659만원으로 집계되었다. 물론 재산의 대부분은 퇴임 후 돌아갈 사저(본인 명의의 건물 35억8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토지 13억7392만원)이지만 4억원가량의 예금과 골프회원권(3억1100만원) 등이 남아있다. ‘사회환원’ 또는 ‘헌납’이란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확히 말한다면 자신 소유 33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한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재단법인 청계의 홈페이지에 올라간 재단 소개엔 모두 재산을 ‘출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전 MB 개인회사 직원들이 재단실무
청계재단의 이사 구성도 구설에 올랐다. 고향 친구인 김창대 감사 말고도 청계재단 이사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 측근이거나 친분관계 등으로 맺어진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사장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후원회장이었다. 역시 고려대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이사 중 한 명이다.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는 대선후보 당시 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이왕재 서울 의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 이른바 ‘황제 테니스 모임’ 멤버였다. 측근그룹으로는 초대 대통령실장이었던 류우익 주중대사,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울산대 총장, 초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의 큰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재단으로 소유권을 이전한 양재동 건물 입구. 청계재단의 명패가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이 대통령이 청계재단에 출연한 재산은 서초동·양재동 일대의 부동산이다. 부동산 임대 등으로 나오는 수익은 한해 11억원 내외. 표방했던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을 운영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아 “차라리 기존의 장학재단 등에 기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은가”라는 지적도 설립 추진과정에서부터 나왔다.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청계재단 실무는 이 대통령의 개인회사였던 ‘대명’ 직원들이 맡고 있다. 대명의 건물경비, 기계실 직원 등 8~10명이 그대로 청계재단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룸살롱’ 논란을 빚었던 서울 양재동 건물에 경비 1명이 파견되어 관리하고 있다.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병모씨가 맡고 있다.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도곡동 땅 판매대금 심부름을 한 ‘대명’ 직원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바 있다. 청계재단은 서초동 영포빌딩 1층의 넓은 사무실을 쓰고 있지만 현재 상근자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씨와 여직원 1명뿐이다. ‘대명’은 이 대통령의 큰딸 주연씨와 아들 시형씨의 ‘위장취업’ 논란이 빚어진 회사다.
“다스 지분 100%가 MB 특수관계인”
장학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국가유공자 단체, 북한이탈주민 후원회 등 단체의 추천을 받아 450명의 전국 중·고등학생에게 각각 100만원, 300만원 단위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총액은 6억2000여만원.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장학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1·4분기분 1억5000만원을 집행한 상태. 재단 관계자는 “활동이 거의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장학금을 지급받은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 등을 보도자료를 내서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괜히 생색낸다’고 책 잡힐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가급적 조용히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홈페이지나 전화 등을 통해 도와달라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것까지 커버하지는 못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사들의 업무는 장학금 수혜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며, 이사를 맡고 있다고 따로 급여가 지급되거나 특별한 편익이 제공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사무국 예산이 빠듯해 이사들끼리 200만원씩 갹출해 통장을 만들어 운영비에 보태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부부의 재산을 출연해서 만든 재단이지만 아직까지 이 대통령 내외가 방문한 적은 없다. 재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09년 12월 현판식 때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사회나 사무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퇴임 후에도 어떤 개인 목적으로 재단을 활용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계재단의 다스 5% 지분 확보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사실상 다스는 특수관계인으로 주주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청계재단의 지분 확보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MB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만큼의 분쟁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이대통령의 사위 기업인 한국타이어를 거쳐 현재 다스의 경주 본사에서 해외영업 담당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원래 MB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용돈 같은 걸 잘 챙겨주지 않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며 “위장취업 논란 때도 좀 신경써서 100여만원 정도씩 해준 걸 갖고 말이 나왔고, 또 지금 다스에 다니는 것도 나중에 임원을 하든, 뭘 하든 말썽 안 나도록 큰아버지 회사에 가서 일하라고 했던 것인데, 특수한 위치다 보니까 이런 저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상 사람들이 이 관계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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