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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위기인가 /평화만들기100121

by 마리산인1324 2011. 5. 8.

<평화만들기>

http://www.peacemaking.co.kr/news/news/view.php?papercode=PEACE&newsno=4093&pubno=

397호

 

* 출처; {새세상연구소} 웹진 제10호 <진보국제리뷰> 6호(2010년 1월호)에서 옮김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위기인가

관리자 (기사입력: 2010/01/21 00:24)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과 정치적 담론

차베스에 의한 볼리바리안 혁명은, 반차베스 쿠데타와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2002년 사건 이래 세계화 대안 운동 내지 대안 헤게모니 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러한 반혁명의 다양한 돌풍(2002년 4월의 쿠데타 시도/ 기득권 세력의 사보타지 저항)을 맞은 후, 이를 2003년 초 극복하자마자, 2003년 중반부터 차베스 정부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인 사회공공성 강화의 ‘미션’ 사업을 시작한다.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05년 5월 1일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부터였다. 이는 그 전해인 2004년 8월 반 차베스 세력의 공세였던 국민소환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뒤였던 것이다.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은 19세기 초 남미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선구자 시몬 볼리바르의 뜻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맥락에서 도출 가능한 중남미의 비전을 생각하며 다시 볼리바르의 이상 해석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볼리바르는 이미 고전적인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에 더해 ‘시민 권력’을 강조했던 독창적인 정치 사상가이기도 하였다. 즉, 볼리바르는 고전적 세 가지 공권력에 ‘윤리적 권력’이라고 불리는 조직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던 선구자였다. 그의 이러한 제안은 베네수엘라 신헌법 제273조에 규정된 ‘시민권력’으로 현재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의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신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 나라들의 헌법 중에서 인권보장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헌법이라고 한다. 사유화보다는 공공성을 강조하며 재화의 획득 못지않게 열린 문화정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도 문화를 즐기게 하고 있는 것이 베네수엘라의 현실이다.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성을 가지는 그 혁명 정치의 내용은 “참여 민주주의 제도화, 공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중심적 역할에 대한 헌법적 권리인정, 21세기 사회주의의 제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2006년 12월 대선에서 63%의 지지로 삼선한 차베스 대통령은 더 나아가 “오늘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한다. 베네수엘라는 빨갛다, 매우 빨갛다”라고 지지자에게 소리치면서 ‘21세기 사회주의’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차베스는 여태까지의 엘리트 담론에서 배제되어왔던 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많고 비형식적인 문화적 코드와 상징적, 비유적 화법을 사용하고 특히 기득권층이 지녀왔던 주류적 가치에 도전하는 과단성 있는 스타일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과 어떤 종류의 야성과 순수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그가 한국의 지도자였다면 조중동처럼 신자유주의를 내면에 신념화한 언론 매체들은 그의 저러한 정치이념과 대안적 정책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볼리바리안 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급진적 사회 변화가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이에 베네수엘라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들이 이루어낸 대안적 성과를 두고 ‘아름다운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차베스가 권력을 시장도 아니고 야당과의 연정도 아니고 직접 대중, 민중에게 주어 참여시키는 전략을 구사했을 때 기존의 보수적 언론매체들이 어찌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의 지향점

첫째로 대표적인 움직임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연합(UNASUR)과 ALBA, Mercosur, Banco del Sur, TeleSur 등을 들 수 있다. UNASUR는 MERCOSUR 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2008년 5월 12개국으로 창설되어 추진되고 있다. UNASUR는 ALBA와 연계하여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주민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ALBA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을 위한 볼리바리안 협정-민중 무역협정’의 약자로 2004년 12월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협정으로 시작되었으며 2006년 4월 볼리비아의 가입으로 본격화되었다. ALBA는 2009년 10월, 역내 무역 결제를 위한 온라인 화폐로 달러 대신 Sucre를 2010년부터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베네수엘라는 급진적 참여 민주주의의 실험을 통해 자본주의/비자본주의의 two-track을 거쳐 새로운 성격의 사회주의에 도달하려는 역사상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다.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주의/사회주의/맑스주의의 기존의 프레임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역사상 처음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사회과학담론도 이를 쉽게 해석할 수 없다.

2009년은 차베스정권에게는 즉,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사회적 변혁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2004년부터 차베스 정권의 변혁정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고 특히 중요한 공공성 사업인 ‘미션’ 프로젝트가 실천되고 있었는데 2004년에서 2008년까지 석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충분한 외환수입이 확보되어 이를 가지고 미션 프로젝트의 추진이 쉬웠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가의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축소되어 변혁정책 추진의 동력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맥락에서도 2007년 12월 차베스 집권이후 처음으로 차베스의 무기한 재선을 위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2009년 2월 다시 통과는 되었지만 부르주아 계급이외에 중간계급에서도 차베스 정권에 대한 비판이 커지며 정치적 지지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인가 - 모순과 딜레마

최근 미국 언론들은 반미를 외치며 신자유주의에 맞서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을 주창한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의 실패를 예고하는 기사들을 내쏟고 있다. 특히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10년 10대 전망’의 하나로 차베스가 내년에 또다시 쿠데타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위크>는 “글로벌 경제 호황기에 고유가를 무기로 돌풍을 일으켰던 차베스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아 힘을 잃었으며 라틴아메리카를 ‘21세기 사회주의’로 전환시키겠다는 야심을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 는 “5년 내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확률이 50%가 넘었다”면서 “세계 10대 디폴트 위기 국가 중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차베스를 ‘남미의 후세인’으로 지목해 CIA 등을 통해 끊임없이 ‘차베스 제거작전’을 획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이 나온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국제적인 석유가의 상승과 관련하여 베네수엘라의 부유한 계층과 국가, 그리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빈곤층 모두를 그럭저럭 만족시켜 왔지만 오일 달러의 과도한 유입은 또한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도 악화시켰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가격 통제를 부과하려했으나, 정부가 주도하는 부문을 포함한 식료품 가공업체들은 이런 통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차베스는 인플레이션에 대항해 인플레이션 진정과 실업 감소, 생산 증가 및 수입 분배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차베스와 정부 고위 관리들은 중-소규모 기업가들뿐 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핵심 기득권층과도 동맹을 추구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6월 11일, 차베스와 정부 고위관리들은 카라카스 호텔에서 베네수엘라의 가장 막강한 기업가들 500여명과 만났다.

결국 차베스의 이러한 구상은 베네수엘라 노동조합 연합 지도자 스탈린 페레즈 보르헤즈가 지난 2008년 8월에 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차베스 대통령은 기업가들이 그동안 요구해왔던 특권들을 제공해주면, 그들이 더 이상 불안정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다”라는 비판까지 하기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차베스가 추진하는 ‘21세기 사회주의’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주의를 위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국익’이라는 큰 범주 하에 포퓰리스트적 정부와 대중적인 기층운동, 그리고 기업가들 사이의 전략적 동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차베스의 사회개혁운동은 노동자들의 계획적인 생산을 위하여 자본을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익의 일부를 재분배하여 제한된 사회개혁 프로그램에 돌리려는 시도에 국한된 것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자본에 대해 과거 자신들을 착취하고 탄압한 주체이며 그에 맞서 싸워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베스가 추진하려는 기업가들과 동맹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우선회’가 베네수엘라 기득권층에게 감동을 준 것도 아닌 듯하다.

작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으며, 이러한 경제 위기가 지속되어 석유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린다면, 베네수엘라의 사회 개혁을 위한 재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 사회 내에 긴장을 불가피하게 낳을 것이고, 이러한 긴장은 그동안 잠복해있던 계급-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딜레마를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진로의 모색점이자 고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