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011.07.08 13: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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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딴지’, 정말 ‘딴지걸기’에 불과할까?
“국가적 경사에 웬 찬물” 비판 많아…경제성·환경 문제 고민 필요
고동우 기자 | kdwoo@mediatoday.co.kr
돌이켜보면 이른바 ‘국가적 경사’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에 대한 진보-보수 언론의 시각차와 이에 따른 독자·네티즌들의 반응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겨레·경향을 비롯한 진보언론들이 환경·경제성 등의 관점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자, 적지 않은 네티즌이 댓글·트위터를 통해 “국가적 경사에 꼭 그렇게 초를 쳐야겠냐?” “대다수 국민이 열광하는데 또 찬물을 끼얹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1월 소말리아 해적들을 상대로 전개된 ‘아덴만의 여명’ 구출작전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 미디어오늘 등은 “결과적으론 성공했지만 자칫하면 선원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가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거의 ‘융단폭격’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사실은 과연 ‘찬사’만 하는 게 옳았는가 의문을 품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몸에서 발견된 총탄 일부가 우리 군의 것으로 드러났고, 또 청와대와 군이 ‘일부 희생’ 혹은 ‘더 비관적인 상황’까지 감안하고 작전을 펼쳤다(조선일보 1월 26일자)는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군에서 펼쳐진 ‘F1 코리아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대회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애초 대회조직위원회 측과 다수 언론은 첫해 70억원 흑자, 수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홍보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현재 이 대회는 1900억원대의 막대한 PF 부채로 대회를 과연 지속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그렇다면 많은 국민이 기뻐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떨까?
7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매우 중요한 ‘증언’을 했다. 최 지사는 평창 유치의 ‘경제 효과’를 묻는 질문에 “당장 큰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1조 4000억 정도를 투자를 해서 지금 전혀 회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허황되고 부풀린 수치를 갖고 일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솔직한 현실을 전했다.
물론 최 지사는 “(투자 회수를 하지 못해)이미 큰 문제가 돼 있으나 올림픽이 유치되어서 조금 조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지만, 올림픽을 주관할 강원도의 지사가 이 정도 발언을 했다면 그저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야기 아닐까?
평창동계올림픽의 '막대한' 경제효과를 설명한 조선일보 7월 7일자 6면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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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부소장은 먼저 “우리는 이미 월드컵도 개최하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부산과 인천 아시안게임도, F1그랑프리 대회도 유치했다. 모두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진 것처럼 포장됐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서민들 삶이 좋아졌나?”라고 되물으면서 “우리보다 겨울 스포츠 저변이 넓고 관광지로 훨씬 더 각광받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가 최대 3조원 정도로 집계됐다. 그런데 20조~60조원(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이라니?”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경제효과가 20조~60조라고 하는 것에는 세금 투입 효과가 상당 부분”이라며 “동계올림픽 개최를 명분으로 경기장과 인천공항부터 인근 몇만~몇십만 규모의 도시까지 고속철을 까는 등 막대한 건설투자”를 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건설투자는 꼭 동계올림픽이 아니어도 똑같은 효과 발생”한다는 게 선 부소장의 생각이다.
선 부소장은 이어 “동계올림픽을 명분으로 10조원 가까운 건설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그런데 거기에 재정이 투입되는 동안 문화, 교육, 복지, 과학기술 투자 예산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건설 대기업과 평창에 투기한 부동산 부자들이야 좋을 것”이라며 수혜자와 피해자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올림픽” 약속한 평창의 딜레마>를 전한 한겨레의 7일자 보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강원도는 정선군 가리왕산의 중봉과 하봉 일대에 880억원을 들여 10면의 슬로프를 갖춘 알파인 경기장을 지을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곳은 남한에서 생태계가 가장 우수한 곳 중 하나다. 멸종위기종인 담비와 삵, 하늘다람쥐 등이 살고 분비나무와 주목이 자라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돼 있다”고 전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은 산림법에 따라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지만, 정부와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산림법을 피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또 이 일대 수목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계획인데, “무주 덕유산에서 이식된 수목도 고사하는 등 생존확률이 낮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측은 “평창의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로 생태계 활성화와 다양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으나, 한겨레는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한겨레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의 당시 칼럼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 소장은 이 글에서 “중앙정부의 후원으로 지방에서 토건사업을 벌이는 이 방식을 언제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가? 행사가 끝나면 남는 것은 시설 유지를 위한 지자체의 적자 재정밖에는 없다”며 “강원도에는 경기장의 텅 빈 시설물과 분양되지 않을 건물들만 남을 것 같다. 투기, 토건, 이런 걸로 지역 발전하는 시기가 이제 끝나간다”고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의심’과 ‘회의’를 촉구했다.
‘국가적 경사’에 온 국민이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과연 이런 목소리는 ‘초’나 ‘찬물’ 취급을 받아야 할 만큼 별 쓸모가 없는 것일까? 문득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가진 김재환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트루맛쇼>는 우리가 ‘리얼’하다고 믿는 세계가 정말 리얼할까, 합리적 의심을 해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창 동계올림픽도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과 김연아 선수의 ‘눈물’과 나승연씨의 ‘미모’와 온 국민의 ‘열망’으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 선대인 부소장은 “양극화 등 사회경제의 문제는 스포츠행사 한방, 개발 한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같은 개발신화, 한방신화 벗어나서 사회경제적 토대를 건전하게 하고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두뇌를 튼튼히 하는 데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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