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사회

제주 강정마을과 ‘옥중단식’ 양윤모 면회 /정운현110515

by 마리산인1324 2011. 7. 20.

<보림재> 2011/05/15 01:07

http://blog.ohmynews.com/jeongwh59/279599

 

 

제주 강정마을과 ‘옥중단식’ 양윤모 면회

 

- 정운현 -


어제오늘 1박2일로 돌연 제주엘 다녀왔습니다.
요즘 같이 시간이 날 때 바람이나 쐬러 갔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근래 제주지역의 최대 이슈인 강정마을 현장을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보고
또 ‘옥중단식 39일째’(14일 현재)인 양윤모 선배 면회를 한 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답답하고 또 아픈 마음은 도무지 어찌 할 길이 없군요.

어제(13일), 낮 12시 비행기로 김포에서 제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강남 가는 거리에 불과한 걸, 그간 무심했다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탑승한지 채 한 시간이 안 돼 일행과 함께 제주공항에 내렸습니다.
최근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온 권형우 선배가 마중을 나왔더군요.
요즘 한창 집을 짓고 있는 권 선배는 오자마자 일복이 터졌습니다.
양 선배와의 인연으로 뜻하지 않게 요즘 ‘강정마을 지킴이’가 돼 있더군요.

제주공항 1번 출구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화운동가 김용목 씨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서 내려온 또다른 동지를 만났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길목인 공항 1번 출구 앞에서는
문화운동가 김용목 씨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중단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더군요.
그는 일주일 전에 제주로 내려와 줄곧 공항, 도청 등지에서 1인시위를 해 왔답니다.
권 선배도, 그도 모두 서울서 양윤모 선배와 이런저런 인연을 쌓아온 사이들입니다.

일행(4명)은 늦은 점심을 뜻밖에 원불교 제주교구청에서 하게 됐습니다.
동행한 지인이 이곳 김인경 교구장(교무)에게 안부전화를 한 것이 그리 됐습니다.
두 분은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때 같이 활동했던 사이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김 교구장님과 함께 모두 제주지방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 이곳 302호 법정에서 양윤모 선배 공판이 예정돼 있었거든요.

원불교 제주교구 대각전에서. 왼쪽부터 권형우 선배, 오유진씨, 김인경 교구장, 김용목 씨


4시 무렵 검사에 이어 ‘피고인’ 양윤모 선배가 형리들에 이끌려 입정했습니다.
얼굴이 야위고 기운이 없어 보여 첫 인상에도 단식 후유증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뒤 판사가 입정하며서 재판이 시작됐고, 30여 석 방청석도 만원이었습니다.
참고로, 현재 구속 중인 양 선배의 죄명은 폭력행위와 업무방해 등인데요,
이는 해군측의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강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먼저 검사가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 등 증인 2명에 대해 신문을 벌였습니다.
이들 증인들은 지난 4월 6일 공사현장에서 양 선배를 체포한 장본인들입니다.
이날 검사측과 변호인측의 공방 핵심은 ‘미란다원칙’ 고지 여부였습니다.
변호인은 경찰이 양 선배를 체포하면서 현장에서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증인들은 체포 당시 현장에서 이를 고지했다고 주장해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공사 차량 밑에 들어가 반대투쟁을 벌이다 경찰에 끌려나오는 양윤모 선배(사진-다음카페 진달래산천)


 

법정에서 만난 '공동피고인' 최성희 씨


전언에 따르면, 이날 양 선배와 공동피고인인 최성희(여·46·화가) 씨 등 두 사람은
공사 차량의 전진을 막기 위해 차량 밑으로 들어가 누워서 몸으로 막았다고 합니다.
현장에 투입된 20여 명의 경찰은 이날 두 사람을 차 밑에서 끌어내 체포하였는데,
이날 법정 공방으로 봐 경찰이 미란다원칙 고지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양 선배를 폭행해 이미 사건화 된 상태입니다.

재판이 끝날 무렵 판사는 양 선배에게 건강상태가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양 선배는 “재판은 받을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판사의 질문에 몇 마디 대답을 할 뿐 양 선배는 재판 내내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제가 “양 선배!”하고 방청석에서 불렀습니다.
순간 양 선배는 “어, 정 국장 왔네!”하며 그제서야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는 반가워하더군요.
형리들의 제지로 서로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전해졌을 것입니다.

한 시간여 재판 방청을 마친 후 일행은 곧바로 강정마을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중간산지대 도로를 1시간가량 달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강정마을의 첫 인상은 겉으론 평범한, 여느 시골동네와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대로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 양쪽엔 제주 특산 돌담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집마다 내걸린 ‘해군기지 결사반대’ 문구를 보면서 이곳이 강정마을임을 실감했습니다.

강정마을 집집마다 내걸린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들


 

강정마을 어귀에서 만난 '해군 출입금지' 팻말과 도로에 표시된 '올레길' 안내 표시


마을을 지나 바닷가로 향하는 삼거리에서 ‘해군 출입금지’ 팻말을 만났는데요,
그곳 길바닥에 그려진 ‘올레길’ 화살표를 보고서 이곳이 올레길 코스임을 알게 됐습니다.
감귤밭 사이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자 저만치서 마침내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수평선 저멀리까지 펼쳐진 바다를 보자 나도 몰래 ‘바다다!’ 작은 탄성이 터졌습니다.
수년째 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는 그저 일렁일 뿐이었습니다.

구럼비바위 앞에는 설치미술가 최병수 화백의 작품들이 여럿 줄지어 서 있었는데요,
제주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을사람들의 염원을 담아낸 것들이었습니다.
최 화백의 작품들 아래로 이른바 ‘구럼비바위’들이 백사장을 대신해 펼쳐져 있었습니다.
동서로 그 길이가 800미터에 이르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바위습지지대라고 했는데요,
살펴보니 바위에서 용천수가 솟아오르고 여러 종류의 어류와 식물들이 살고 있더군요.

설치미술가 최병수 화백의 작품들


 

세계적으로 희귀한 암반 자연습지 지대인 '구럼비바위'들로 이곳에선 용천수가 솓아나고 있다


 

용천수 주변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바로 이곳 구럼비바위 일대에 현재 해군에서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강동균(54) 강정마을회장에 따르면, 연초에 해군은 시공사(삼성)을 통해 굴착기를 동원해
이 일대를 파헤치기 시작했으며, 현재 공사는 9% 가량 진척된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측에 공유수면매립 및 절대보전지역 관련 소송을 낸 상태인데,
이 와중에도 해군은 공사를 강행중이며, 양 선배와의 충돌도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구럼비바위가 펼쳐진 이곳 해안일대를 강정마을 사람들은 중덕해안이라고 부르는데요,
바로 이 중덕해안 들머리에는 이 이름을 딴 상징물이 둘 있더군요.
하나는 ‘김중덕’이라는 누렁이이며, 다른 하나는 ‘중덕사’라는 절입니다.
중덕사는 양윤모 선배가 기거해온 천막 앞에 내걸린 간판을 말하는데요,
양 선배는 이곳에서 수 년째 홀로 ‘해군기지 건설반대’ 농성을 해왔습니다.
(* 현지에서 활동중인 김효사 스님은 중덕사 인근에 '수호암'을 별도로 세워 주지를 한답니다.)

중덕해안을 지키는 누렁이 '김중덕'


 

양윤모 선배가 수 년째 중덕해안을 지키며 기거해온 천막으로 '중덕사'란 간판이 내걸려 있다


 

천막 입구 상단에 내걸린 '중덕사' 간판


 

천막 내부에 걸린 한자 '중덕사' 간판


우리 일행이 공사 현장을 방문한 금요일 오후에는 공사 인부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해안 매립용으로 만든 대형 시멘트 구조물(일명 삼발이)이 해안가에 대거 쌓여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야5당 국회조사단이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공사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동쪽 구럼비바위 일부는 해군측이 공사장 길을 내느라 상당부분 훼손한 상태였으며,
이에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그 앞에 텐트를 치고서 방어벽을 친 상태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군기지 건설공사는 무려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라고 합니다.
현재 전체 예산의 13% 정도가 지출됐는데 이는 대부분 토지 및 어업보상비라고 합니다.
공사는 전체공정의 9% 가량 진척됐는데, 지금이라도 중단해도 큰 손해는 없다는군요.
한라산 일대 등 제주지역의 10% 정도가 ‘절대보존지구’로 지정돼 있다고 합니다.
이곳 구럼비바위 일대도 마찬가지인데 해군측은 이를 어겨가며 공사를 강행중이랍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대형 크레인과 삼발이 등 자재들이 쌓여 있는 공사 현장 모습


 

공사 진행을 막기 위해 설치된 현수막 방어벽 앞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공사 진행을 막기위해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텐트로 방어벽을 친 모습


 

글귀-1
글귀-2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도. 이대로라면 강정마을 앞 '구럼비바위' 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해군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에 걸쳐
약 8000여억원을 들여 12만여평(해안매립 민 매입) 부지에 기지를 만들 계획이랍니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는 미군 기지화 및 미국 MD체계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해군측 관계자들 말고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지가 건설되면 이지스함, 대륙상륙함(LPH), 구축함, 잠수함 등 20여 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기동전단(戰團)이 들어설 예정이라는데요, 그게 왜 하필 이곳 '구럼비바위' 지대일까요?          

저녁에는 투쟁에 참여해온 종교단체 성직자들과 식사를 겸해 모임을 가졌는데요,
신부님, 목사님, 스님, 원불교 교무님 등 모두 1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개 제주서 활동하는 분들로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는 데 모두 한 목소리였습니다.
얘기 중에는 구럼비바위가 올레길 7코스에 빠진 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였고,
제주출신 국회의원들(3인)이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14일 저녁 강정마을 인근 한 식당에 모인 종교4단체 성직자 등. 왼쪽 앞줄부터 권형우 선배, 전진택 목사, 김효사 스님, 이정훈 목사, 강해윤 교무. 오른쪽 줄 앞쪽부터 이순주 교무, 김인경 교무(제주교구장), 양재성 목사, 김경일 신부, 김성우 교무, 최헌국 목사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간 이 사안은 제주지역에서조차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배경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이는 제주도민의 특성을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외지사람’들이 적잖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 하나가 ‘생명평화결사’팀인데요,
권술용 순례단장, 김경일 신부(운영위원장) 등은 60일 넘게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김 신부는 “구럼비바위를 지키는 영(靈)이 있는 것 같다”며 투쟁의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첫날밤은 대포항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여행 온 젊은이들과 정담을 나눴습니다.
오늘(14일) 아침엔 일찍부터 눈을 비비며 제주교도로소 양윤모 선배 면회를 갔었습니다.
일행은 최성희 씨, 강동균 회장, 권술용 단장, 신용인 제주대 교수와 필자 등 5명.
9시경부터 시작해 철창을 사이에 두고 12분가량 양 선배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왼쪽 가슴에 죄수번호 573번을 달고 나온 양 선배는 건강상태는 어제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옥중에서 단식투쟁 중인 양윤모 선배. 사진은 단식 2일째 모습(사진출처-다음카페 진달래산천)


우선 신 교수가 어제 재판 얘기를 꺼내며 증인 신청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어 변호사 사임으로 인해 후임으로 국선변호인 선임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양 선배는 마을분들이나 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아주면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단식 41일째인 내주 월요일(16일) 면회를 꼭 와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때 중요한 얘기를 할테니 녹음기, 필기구를 갖고와 기록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일행들은 그런 얘기는 듣지 않겠다며 말도 꺼내지 말라며 말을 막았습니다.

그제서야 얘기를 듣고 있던 저도 양 선배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양 선배, 그간 고생하신 거 이제 서울서도 알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단식은 그만 끝내고 나와서 다함께 강정마을 지켜냅시다!”
양 선배는 서울서 일행이 내려온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 중단하면 나도 단식 끝내겠다. 그 이전엔 결코 중단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한 마디도 덧붙였는데, 꼭 기록해달라고 해서 여기 기록해둡니다.

“<제주도민일보>와 <헤드라인 제주> 둘 말고는 강정마을 건을 제대로 보도하는
매체가 없더라. 정 국장이 이 두 매체의 이름을 꼭 기록해주길 부탁한다.”

양 선배 면회를 마치고. 왼쪽부터 최성희씨, 강동균 회장, 신용인 교수, 오유진씨, 권술용 단장


1박2일, 주마간산 식으로 보고 온 것을 길게 쓴다는 게 다소 무리하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강정마을 현장을 가봤고, 또 양 선배를 직접 면회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일단 제주 현장에서 보고 들은 얘기들을 거칠게나마 이 정도로 정리해서 보고합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에 많은 분들의 성원과 동참을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 15일 오후 4시, 강정마을 중덕해안에 마련된 무대에서 양윤모 선배의 옥중단식 40일을 기억하는 모임이 열릴 예정이라고 '공동피고인' 최성희 씨가 문자로 알려왔습니다. 

----------------------------------------------------------------------------------

[강정마을 가는 길 / 숙소 안내]

* 제주공항에서 렌터카 대신 리무진 버스 600번을 이용하면 손쉽고 값싸게 방문할 수 있다. 공항에서 50분 정도 소요되며, 하차지점은 강정마을. 배차시간은 15분 마다이며, 요금은 4500원.

* 숙소는 강정마을 바로 옆에 있는 풍림리조트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마을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대포항 입구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르마레’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루 숙박비는 20,000원이며 아침식사 제공. 연락처:064-738-4820, 담당:김현승 씨


 

게스트하우스 '르마레'의 게스트용 간이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