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11019 21:37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501583.html
“경인운하, 수조원 혈세 쏟아 토건기업만 좋은 일 했다”
김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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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아직 공사 흙먼지…수공 “관광명소 될 것”
“누가 이런 물에서 유람선 타겠나” 흉흉
주민 “중단하라” 현수막…인천시는 관리비용 난색
물류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수도권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냐, 경제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서해와 한강 사이 18㎞를 잇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에 29일부터 유람선이 뜬다. 올해 말로 예정된 준공에 앞서 수자원공사가 시범 운항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29일부터 서울 개화역(9호선)과 김포공항역(5·9호선) 등에서 인천·김포터미널을 오가는 버스 노선을 개설하고, 해양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이 경찰관 56명으로 치안 담당 경찰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다른 기관들도 유람선 운항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지난 13일 돌아본 경인운하는 유람선 운항을 앞둔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서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너비 80m, 수심 6.3m인 주운수로엔 물이 채워져 선박 1척이 시험운항을 하고 있었지만, 수로 주변엔 2차선 경관도로 15.6㎞와 양방향 자전거도로 36㎞, 수변테마공원 등을 조성하느라 덤프트럭과 굴착기 수십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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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차량으로 30분 걸리는 거리에 누가 배를 띄워 3~4시간 동안 한가롭게 화물을 실어나르겠는가”라며 “정부가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 토건기업만 좋은 일 했다”고 비판했다.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갈수기 수질이 3~4급수인 한강하구 물에다 갯벌 영양분이 많은 바닷물, 생활하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침출수까지 섞인 물을 ‘인공수조’인 수로에 보름씩 가둬두면 수질오염이 불 보듯 뻔하다”며 “누가 이런 물에서 유람선을 타겠느냐”고 말했다.
콘크리트 포장공사가 한창인 주운수로 옆 경관도로를 달리다보니, 한남정맥의 인천지역 최고봉인 계양산(394m) 줄기를 가로 200m, 세로 100m가량 통째 잘라낸 커다란 협곡이 눈에 띄었다. 계양산 생태계를 단절시킨 곳에다 수자원공사는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스카이워크를 본뜬 원형전망대와 인공폭포를 만들고는 ‘리버사이드 파크’라고 이름붙였다. 김포터미널 부근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라는 클럽하우스 ‘아라 마리나’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운하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12곳(인천 8곳, 김포 4곳)도 대부분 선박 통행을 위해 경사를 높여 마치 놀이시설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주민들은 교량이 높고 진입 램프도 미흡해 우회하는 등 불편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경인아라뱃길 계양피해주민대책위원회의 김낙형(57) 사무총장은 “장기지구에서 계양역을 잇는 다남교는 차로가 좁고 S자로 굽은데다 경사도 심해 야간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굴포천 합류지점에서는 애초 사업 목적이던 굴포천 유역의 홍수 방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홍수 피해를 막으려면 수로가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 항상 물이 채워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인운하는 1992년 상습 침수구역이던 굴포천 유역의 물길을 서해로 빼돌리는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김포시는 관광·레저 수요와 주변 개발 등으로 약 3조원의 생산 유발과 2만5000명의 고용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김포터미널 때문에 농지 등을 수용당한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주민들은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내건 채 반발하고 있다. 주민 안길해(61)씨는 “54가구 주민들이 2년 동안 분진과 매연, 소음 등에 시달려왔는데도, 수자원공사는 국책사업이라며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운하 준공 뒤 항만을 빼고 다리·도로·공원 등을 인수받게 될 인천시는 향후 관리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는 운하 건설로 불거진 주민들의 불편 사항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설물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다.
인천 김포/김영환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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