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2.05.02 20:12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30963.html
[뉴스분석] 선거부정 통합진보 최대위기
당권파 폐쇄적 당운영
진보정당 민주주의 질식
통합진보당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는 2일 비례대표 후보 선거를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보당 공동대표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비례대표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한다”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기위 회부 등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정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확인됨에 따라 진보당은 존립을 위협받는 위기를 맞고 있다. 4·11 총선에서 13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으나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도 무시하는 당의 구조와 문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이른바 민족민주(NL)계열에서 시작된 당 주류 당권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논의구조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이들은 운동권 분파·서클 시절의 관행을 공적 조직인 정당에서도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당보다는 분파의 정체성이 강해 당내 반대파로부터 ‘분파 패권주의’라는 지적도 받았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고 가벼운 ‘관행의 문제’로 여긴다는 점이다. 당권파의 한 핵심인사는 경선 부정 의혹이 제기된 뒤 “문화와 관습의 차이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절차적 민주주의보다는 목적 달성을 중시하는 민주노동당 계열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국민참여당 계열의 문화적 충돌 때문에 경선 부정 의혹이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관행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고, 결국 국민의 외면을 부를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크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당권파의 이런 잘못된 관행은 참여당이 합류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당내 반론이 많다.
당권파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절차상의 문제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진보당의 다른 당직자는 “대중적 진보정당,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하며 진보당을 만든 뒤에도 그 내부의 문화와 구조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파가 과반을 점하는 당 구조와 옛 운동권 서클 방식의 당 운영은 패권주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2008년 진보정당 분열 때도 북에 대한 태도 같은 이념의 문제보다 다수 정파의 패권주의적 당 운영에 대한 소수파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당원들의 현장투표와 온라인투표로 당 지도부와 지역위원장 등 당직과 지역구 국회의원·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진보당에서 소수파는 설 자리가 없었다.
서영표 제주대 교수(사회학)는 “승자독식의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진보정당 내부에서조차 다수의 논리가 관철되고, 목표를 위해서는 비민주적인 방법도 무방하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성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이 이번에도 철저한 반성과 합당한 조처 없이 분파적 논리를 앞세우려 할 경우 진보정당 차원을 넘어 야권 전반의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 야권연대 논의에 깊숙이 관여해온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통합진보당이 선거 부정이라는 심각한 사건을 계기로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혁신하지 않는다면 야권연대라는 기본 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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