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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13030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40556&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장면 1]

지난달 6일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언덕 위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만난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송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대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언론은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여부 등 관련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이틀 뒤 송호창 의원이 국회 정론관(기자실)을 찾아왔다.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6일 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선고기일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159명이 노 대표에 대한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지 사흘이나 지난 뒤였다. 금요일 오후에 송 의원 혼자서 그 문제로 다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았다.

[# 장면 2]

3일 낮 12시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안철수 전 후보로부터 노회찬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노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데 대한 안 전 후보의 위로가 주된 내용이었다. 안 전 후보가 '정치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고, 곧 출마를 공표하려고 한다'는 말을 하면서 두 사람 간에 덕담도 오갔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본인이 노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에 따른 양해의 말도 전혀 없었다.

두 사람 간의 통화가 끝나고 한 시간 뒤,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노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안 전 후보가 노원병 출마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는 데, 사실이냐'며 확인해달라는 전화였다. 깜짝 놀란 노 대표는 급히 송호창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말이 되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송 의원은 이날 오후 2시경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후보가 4월 재보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송 의원은 안 전 후보가 이날 노 대표에게 전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도움(요청이라기) 보다는 예의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회찬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 짜 맞추듯이... 구태정치"

안철수 전 후보의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나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원직 박탈까지 감수한 노회찬 대표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안 전 후보가 얘기하는 새 정치에 맞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는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사실이 공표되기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이 명분을 쌓기 위해 의도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회찬 대표는 4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중에 알고 보니까,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1시간 반 전에 저한테 전화해서 그냥 간단한 통화를 한 뒤에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라고 반발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노원병은 노 대표가 (당선) 8개월 만에 부당한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이라며 "(안 전 후보가) 그런 고민이 있었다면 (노 대표와) 긴밀한 협의나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방적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 지역 유권자의 뜻에 부합하고, 안철수식 정치에 부합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며칠 전에도 송호창 의원을 만났지만, 노원병 재보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고 하더라는 얘기도 전했다. 오히려 당시 노회찬 대표가 송 의원에게 노원병에 진보정의당 후보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노 대표가 안 전 후보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안 전 후보가 언제 노원병 출마를 결심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 3일 그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은 매우 다급해보였다. 송호창 의원이 안 전 후보로부터 4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 전화를 받은 것은 3일 오전이다. 송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안 전 후보는 이날 낮 노회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정확한 귀국 날짜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송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현지 여행사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열면 티케팅 여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표가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10일경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귀국행 비행기 표도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 전 후보의 귀국 사실과 노원병 재보선 출마 사실을 급히 발표한 것이다.

송 의원은 또 안 전 후보의 출마 배경이나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 노원병을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서 줄곧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직접 얘기할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늦어도 오는 12일 직접 자신의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렇다면 귀국 후에 시간을 갖고 정국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본 뒤, 자신의 출마 사실을 발표해도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굳이 미국에서 바다 건너 송 의원의 입까지 빌어가면서 급히 재보선 출마 사실을 발표한 것일까?

이와 관련 이정미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전국위원회에서 특별결의로 노원병에 진보정의당 후보를 내기로 했다"며 "후보 선출을 최종 결정만 앞두고 있는데, 안 전 후보가 이렇게 터뜨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진보정의당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노회찬 대표의 3.1절 사면복권을 요구해왔다. 노 대표가 노원병에 다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3.1절 사면복원이 뜻대로 되지 않자, 노 대표의 부인 김지선씨의 출마까지 검토하고 있던 차였다. 결국 진보정의당에서는 안 전 후보가 노 대표의 3.1절 특사가 무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이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하기 직전에 출마 사실을 공개했다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 대표의 부인이 후보로 선출된 후에 안 전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도의적으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천호선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야당에 협력하고 서로 배려해야 된다는 개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안 전 후보를 맹비판했다.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 판결이다. 8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안철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하는 이유는?"

안철수 전 후보가 4월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뭘까? 노원병이 야권 강세지역지만 영도는 김무성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 약세지역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는 "(노원병에) 안 교수 이외에 누구도 나가서 이길 수 없다면 안 교수가 나가는 게 맞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집안에 있는 식구들 음식을 나눠 먹느냐, 이런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야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안 전 후보가 재보선 지역구 중에 야권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기대에 타당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인숙 최고위원은 "안 전 후보가 (야권에 가장 어려운 곳인) 부산 영도에 가서 당당히 김무성과 맞서는 것이 4.24를 국민 축제로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의 부산 영도 출마가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설훈 민주당 비대위원은 "안철수 전 후보가 부산에서 출마하면 지역갈등 구도를 타파하는데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설 위원은 이어 "안 전 후보가 부산 영도에 출마하는 것은 그야말로 물실호기(勿失好機.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라며 출마 지역에 대한 재고를 당부했다.

사실 안 전 후보 측 내부에서도 부산 영도 출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노원병은 야권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 출마해봐야 의미도 없고, 성과도 없다"면서 "차라리 영도에서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김무성과 직접 싸우는 게 정치적 효과가 훨씬 크다. 모든 시선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재개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김무성이라도 안 전 후보가 나가면 이길 수 있다"며 "설사 지더라도 향후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영남에서 계속 낙선했던 경험이 결국 '바보 노무현'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가 노원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한 승리'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전 후보 측은 10월 재·보선 전 창당을 목표로 창당준비위 발족을 논의 중이다. 안 전 교수 측 일부에서는 "창당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4월 재·보선에서부터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신당 창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확실한 승리'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지난 대선부터 자꾸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이 미국에 다녀온 뒤, (2009년 4.29 재보선 당시) 자신의 고향인 전북 전주 출마를 고집해 스스로 정치적 위상를 추락시켰던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는 여권 강세지역인 서울 강남을로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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