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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027호(2013 05/28)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305201717501&code=115&s_code=n0002

 

 

[표지이야기] ‘바보 노무현’이 그리워 만든 ‘바보주막’

 

“여의도 정치는 잘 몰라요.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지난 5월 15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 인근에서는 ‘바보주막’ 개업식이 있었다. 개업식에 참석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치권에서 불거진 ‘친노 논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바보주막’ 협동조합의 이사이기도 한 이 전 수석은 “‘바보주막’은 보통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막걸리집이다. 선거에서도 지고 ‘멘붕’인데 우리가 뭐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바보주막’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협동조합 공부도 같이 하고 봉하 막걸리도 대놓고 먹자고 해서 보통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민이 만든 협동조합의 막걸리 주점
여의도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계파 논쟁과는 관계없이 일반 시민들 중에는 여전히 ‘노무현’을 찾는 사람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바보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부산 시민들이 모여 협동조합 ‘바보주막’을 열었다. 3년의 탈상을 마치고 ‘협동조합’으로 일상의 작은 첫걸음을 뗀 셈이다. 이날 70평 정도의 공간에는 개업을 축하하는 조합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보주막’ 협동조합. | 이상래 제공

 


‘바보주막’ 협동조합은 해운대구·기장군에 거주하는 노무현재단 후원회원들과 영농법인 ㈜봉하마을 관계자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을 추진했다. 부산 서면점과 연산점이 있지만 협동조합으로 개점한 것은 해운대점이 처음이다. 조합원만 해도 170명이다. 문재인 의원, 배우 문성근씨,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조합원이다. ‘바보주막’에서는 봉하의 유기농 햅쌀로 만든 막걸리를 전문으로 판다. 음악 공연과 시 낭송회 등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봉하마을의 유기농 농산물도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나아가 ‘바보주막’ 수익을 종잣돈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사업을 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의원 등 유명인사도 조합원으로 참여하지만, 조합원들 대다수는 평범한 부산시민들이다. 두 자녀와 함께 개업식에 참여한 조합원 김민정씨(39·여)는 조합원으로 참여한 계기가 아이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있는 사람’만 더 잘 살게 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협동조합이 잘 돼서 지역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강동욱씨(51)는 “노사모 회원이었고, 바보주막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조합원으로 참여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같이 놀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노무현의 정신은 이어가되 과거의 슬픔에 머물러 있지 말고 즐겁게 재밌게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성두씨(45)는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대개가 빚을 지게 되더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올바른 방향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보주막’ 협동조합. | 이상래 제공


반드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어도 ‘협동조합’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는 조합원도 있다. 신명호씨(41)는 “협동조합은 아는 사람이 함께 하자고 해 취지가 좋아 참여하게 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 동의하지 않는 정책들이 있어서 참여정부에는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허덕수씨(46)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상식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조합원 가입의 취지를 밝혔다. 조합원 중에는 진보신당이나 진보정의당 당원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은 다르지만 취지에 공감하는 조합원들도 여럿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다만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정치권 인사들의 가입은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 가입은 정중히 사양

'바보주막'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윤경태 이사는 “부산 서면점, 연산점에 이어 3호점인 바보주막 해운대점 개점을 계기로 창원·광주·일산·분당 등 전국 각지에서 협동조합으로 바보주막을 열려는 계획을 가지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바보주막’처럼 여전히 ‘노무현’을 매개로 자발적으로 모이는 시민들이 많다. 이러한 자발적인 힘은 노무현재단의 힘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재단과 ‘바보주막’ 협동조합은 별개의 형태지만, 노무현재단은 협동조합을 기획하고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됐다. 현재 노무현재단의 회원은 전국적으로 4만명 정도이며 소액이지만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회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해운대 바보주막 포스팅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nioly&logNo=120191967721

 

 

* 부산 서면 바보주막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unyen97&logNo=100156456569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binemo&logNo=100171961679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wjeong1606&logNo=30161655146

 

* 부산 연산동 바보주막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yunjh8&logNo=110161463916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aniano3&logNo=2018655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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