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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10만인클럽 특강 74회]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전환이냐 자멸이냐'

by 마리산인1324 2013. 7. 23.

<오마이뉴스> 13.07.21 16:36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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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전환이냐 자멸이냐’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왼쪽은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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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1991년 <녹색평론> 창간호 서문의 첫 문장이다. 김종철 발행인의 이 물음은 같은 해 종언을 고한 '소련 사회주의'를 지켜본 절망의 소산은 아니었다.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숲, 강물과 같은 아주 평범한 인간 생존의 진리들에 관한 물음이었다.

직면한 지구적 생태 재난으로 인류라는 종은 과연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오로지 이 질문만을 집요하게 천착해온 67세의 이 지식인은 다시 말한다. 목소리는 보다 격앙되었다.

"어쨋든 세상은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급합니다 다급해. 이렇게 가다간 미래가 없어요."

'언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시민들의 세상공부'를 표방하는 10만인클럽의 특강. 7월 17일 청년가톨릭센터에서 열린 74번째 특강의 강연자는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그는 강연 서두에 저명한 작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영국의 존 버거가 쓴 한 구절을 인용했다.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존 버거의 글귀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사람들이 대낮에는 자기도 모르게 부정하고 살죠. '에이 설마 망하겠어', '그래도 지금까지 지탱한 시스템인데 앞으로 더 가겠지' 대낮에는 잡담과 정보에 휩싸여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메시지를 외면하고, 습관적으로 지금까지의 생활을 반복하며 살지만 이 예민한 작가는 그 허위를 통찰한 것이지요. 실제로 그래요. 사람이 잠에서 막 깨어나는 순간이 직관력이 가장 정확한 시간입니다. 그때 머릿속에 솟구치는 생각이 진리예요. 대낮에 이래저래 머리 굴려 생각한 것은 틀리기 쉬워요."

김종철 발행인의 강연은 "특별히 악한 동기가 없더라도 오늘날의 거대한 산업체제에 순응하며 산다는 것이 지닌 악행"을 지적하는 편치 않은 메시지들이 곳곳에서 돌출했다. 가령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 먹는 '알루미늄 캔맥주'에 관한 것이 그러한 예다. 알루미늄의 재료가 되는 보크사이트 광석을 개발하고 그 광석을 알루미늄 금속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무지막지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 숲이 사라지고 원주민이 떠나고 서식하던 생물들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들.

"여러분 요새 꿀 보셨습니까? 지금 윙윙대는 벌소리가 시끄러울 때입니다. 근데 안 보여요. 농민들은 토종벌이 이미 다 죽었다고 말해요. 아인슈타인은 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생존은 4년 이상을 못 버틴다고 그랬죠. 벌이 사라지면 꽃이 수정을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의 전제예요. 도롱뇽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가 아니라 그게 생명의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의 진보적 자유주의? 19세기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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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전환이냐 자멸이냐’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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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도 안 되고 있는 한중FTA에 대해선 깊은 한숨부터 나온다.

"그나마 남은 20%의 식량 자급기반도 소멸될 겁니다. 죽어가는 놈 명줄을 끊어 놓겠다는 것 아니예요? 안 먹고 살 수 있다는 겁니까? 농촌이 없다는 게 어떻게 사회로서 성립이 될 수 있다는 건지. 농민들은 그냥 땅값이나 높아져서 팔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어요."

짝퉁 부품 문제로 멈춰버린 원자력발전소 문제는 또 어떤가.

"있을 수 있는 이야깁니까? 사고 나면 우리 민족은 그날로 끝이에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3년째. 일본은 어떤가.

"잠잠하니까 문제가 해결돼가는 것 같은가요? 일본은 영영 회복 못해요. 지금도 방사능이 바다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어요. 몇 백년 동안 그럴 겁니다. 지금 일본 정치인들이 지금 엄청 유치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사회가 스스로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치면 결국 파쇼화됩니다. 일본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우울증과 신경질이 꽉 차있어요. 원래 자기표현을 안 하는 사람들이라지만 뭔가 강경한 것, 꼬투리를 잡아서 복수하고 싶은 심리로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 저는 지금 일본이 거기에 대응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정치로 돌아와서. 그는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진보적 자유주의? 19세기적 사고방식입니다. 우리가 택할 것인 '자유주의냐 진보주의냐'가 아니라 '생명이냐 죽음이냐'입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다가올 미래가 지금까지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되풀이 될 거라 생각하는 발상입니다. 지금은 일시적인 후퇴일 뿐 경제성장도 계속 된다는 논리죠. 세계적으로 탈성장의 신호가 나오고 있는데 입만 열면 일자리 창출한다고 해요. 어떻게요? 전태일의 시대는 노동이 '착취'되는 시대였지만 김진숙의 시대는 노동이 '배제'되는 시대입니다.

기술에 의해 인간이 좀비가 되어가고 있어요. 철도도 무인자동시스템으로 다니는 게 있다죠? 미국 월마트에선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고 나간답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나온다고 했지만 어디 그런가요?

결정적으로 석유가 고갈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경제성장이 됩니까? 아니 경제성장이 계속 된다고 칩시다. 그럼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경제성장은 보다 많이 생산하고 보다 많이 소비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쓰는 게 재생 가능한 물자가 아니잖아요. 대형마트 한 번 가서 찬찬히 둘러보세요. 정말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몇이나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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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전환이냐 자멸이냐’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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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적 진단은 여기까지. 좋은 사회, 좋은 삶을 향한 전환의 상상력을 이야기해 보자. 김종철 발행인은 우리가 '용기'를 낼 만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생한 사람들의 실례를 찾게 되면 용기가 나죠. 어, 지구상에서 이런 일도 가능하네?"

그의 최근 관심사는 라틴아메리카에 닿아 있다(더 깊은 내용은 <녹색평론>을 참조).

"아마존의 에콰도르 지역(국립공원)에서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콰도르 정부가 개발을 안 하기로 결정했대요. 에콰도르가 석유 팔아먹고 사는 나라인데 말이죠. 그러면서 라파엘 에콰도르 대통령은 세계 선진국들에게 이렇게 제안했어요. '우리가 석유를 캐내기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 등 지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개발을 안 하고 아마존의 생태를 지키겠다. 대신 당신들이 우리 경제를 좀 도와달라' 세계 기금 같은 것을 좀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그렇게 몇 년째 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독일과 멕시코 등은 좀 도와줬다고 하는데 미국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죠. 참 기적 같은 일 아닌가요? 진보든 보수든 '국익' 따지는 세상에서 국익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생명공동체의 조화를 위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니요."(에콰도르와 볼리비아는 7, 8년 전 민주정부가 수립된 이후, 근대국가로서는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규정한 신헌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국익을 벗어난 에콰도르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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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전환이냐 자멸이냐’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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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또 한 명의 예외적인 인물을 소개했다. 스페인에 있는 인구 2700명의 한 작은 도시(마리날레다)의 시장 산체스 고르디요. 스페인은 현재 유로존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실업률이 30%에 육박하고, 정부 보조금이 끊겨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 도시만큼은 '안정된 유토피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김종철 발행인의 전언이다.

"산체스는 1979년 시장에 당선이 되자마자 주민들과 함께 토지 점유운동을 벌였어요. 스페인에는 경작도 안 하면서 광활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들이 많지요. 그래서 산체스는 시장의 신분으로 시민들과 함께 인접한 지역의 땅을 점유하기 위해 12년 동안 투쟁을 벌였는데 결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냈어요. 이 도시의 공유지가 된 거죠. 여기에 시민들은 집도 짓고 경작도 하고 협동조합도 만들어 살게 되었습니다.

시장도 그런 집 중의 하나에 살고요. 농장의 이익은 나누지 않고 재투자합니다. 경찰 예산도 없어요. 자치로 꾸려나가는 도시에 왜 경찰이 필요하냐는 거죠. 그 돈으로 학교 짓고 거리 정비하는 식입니다. 스페인 혁명가들의 이름을 따서 거리에 이름을 짓고요. 스페인 내에서 완전히 다른 질서를 형성하고 삽니다. 산체스는 12번이나 감옥생활을 하고 두 번의 암살 기도를 받았지만 4년마다 주민들의 절대 지지로 당선이 되는 거죠." 

그런 산체스 시장이 지난해 세계 언론에 회자된 사건. "이 경제위기를 부른 도둑놈들(은행과 기업가)이 죄 값을 치러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까르푸 등 슈퍼마켓을 터는 것을 밖에서 확성기를 통해 진두지휘했다.

스페인의 다른 지방정부에선 슈퍼마켓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보건상의 이유로 쓰레기통을 폐쇄했지만, 산체스 시장은 약탈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푸드뱅크에 기부해 현대판 '호빈후드'(<가디언>)라는 별명을 얻었다.

"흥미롭게도 마리날레다 시가 중앙정부로부터 10% 정도 재정 지원도 받습니다. 못마땅한 시장에게 왜 지원을 하겠어요? 스페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답니다. '왜 우리 시장은 이렇게 안 하냐'고 말이지요. 그러니 정부로선 '산체스와 전쟁을 해서는 우리가 손해다'라고 일정하게 양보한 것 아니겠어요. 정치가가 지혜롭고 소신 있는 행동을 하면 시민은 여론으로 뒷받침하고, 그럴 때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기지요. 언론 탓하고 실망하고 욕해봤자 결국 우리 손해입니다. 결국 행동하지 않는 내 자신이 문제인 거지요."

이날 강연의 결론은 '정치'였다. 정치에 개입을 해서 영향을 미치자는 것.

"대변해줄 사람 없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대변하면 됩니다. 뭉쳐서, 연대해서."

녹색당 창당을 주도한 김종철 발행인도 사실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되리라곤 상상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동체 만들면 뭐하나. 국가권력이 횡포를 부리면 하루 아침에 소멸이 되는데"라면서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팔당 유기농 단지의 사례를 들었다. 해서 선택한 두 가지 병행 전략. 밑에서는 자립운동, 위에서는 정치 개입.

"녹색당이 득표율 3%만 된다면 우리나라 정치 굉장히 바뀝니다. 5, 6명 비례대표만 배출된다고 봅시다. 이들이 밤낮없이 국회에서 아주 집요하게 문제를 삼아 보세요. 정치는 뒤집어 집니다. 저렇게 나태하게 비양심적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정치는 국민을 완전히 허깨비로 만들고 있어요. 선거가 속임수가 되었잖아요. 공약도 안지키지,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하지, 개표도 수상쩍지…."

그는 최근 녹색전환연구소(소장 이상헌 한신대 교수) 이사장을 맡았다. 강수돌, 박진도, 조돈문 교수를 비롯해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임순례 감독 등 20여명의 이사진에 우리나라 녹색 실력파들이 죄다 모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사무실도 없고 상근인력도 없다. "돈이 없으면 지혜로 풀면 된다", "성장담론의 본거지 삼성경제연구소와 맞장을 뜨겠다"는 그의 말에서 심상치 않은 낙관의 힘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