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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정의구현사제단, 정진석 추기경과의 면담록 /함세웅2008

by 마리산인1324 2014. 1. 16.

퍼왔습니다...

<매바위회 blog cafe> 2008-09-11 ()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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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2008.hwp

 

정의구현사제단, 정진석 추기경과의 면담록

 

 

2008.7.31.정의구현사제단과 서울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면담록 (1차 초록)중 함세웅 신부님의 말씀을 옮깁니다.

 

함세웅 신부의 제언과 설명

 

오늘 이 자리는 교구장과 교구사제들의 만남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 앞에 모두 한 형제들이며 또한 부족한 죄인들이기도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기본적 평등성을 확인하고 죄성을 고백하면서 대화에 임합니다.

 

사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정의를 찾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나선 신앙인들이며 이를 위해 봉사하기로 다짐하고 약속한 사제들입니다.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계되어 있으며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우리는 모두 다양한 은총과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과 은총, 그리고 행동이 서로 작용하여 선한 열매를 맺는다는 로마서 8,28을 새롭게 묵상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때문에 오늘 이 자리는 이제까지의 모든 선입견, 편견, 거부, 배제적 생각을 떨쳐버리고 상대방의 좋은 뜻을 하느님 안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면담의 목적은 포괄적으로 사목적 자세의 확인, 공유적 가치의 확인, 서로의 좋은 뜻을 확인하고 모으기 위한 첫 작업입니다. 앞으로 세부적으로 접근하여 사안별이랄까, 각론이랄까, 이런 내용 등을 종합하여 계속 대화를 통해 건의하고자 합니다.

 

1. 오늘 대화의 주제어(key word)는 선교입니다. 선교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상식적 관점에서 신자들의 수적 증가와 함께 본의적 의미에서 질적 향상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둘의 종합을 늘 염두에 두면서 무엇보다도 가치지향적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선교의 핵심은 따라서 하느님 나라와 정의실현입니다(마태 6,33). 정의는 하느님의 대표적 신적 속성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본질을 찾는 작업, 가치의 바른 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 귀의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탄생, , 존재, 가르침에 충직하고 왜 예수님께서 그토록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가식을 무섭게 질타하셨는지 그 참뜻을 알아야 합니다.

 

마태오복음 23장의 예수님의 질타어록집은 바로 우리 사제들, 주교들에게 1차적으로 해당된다는 관점에서 묵상하고 반성하며 온갖 가식을 떨쳐버려야 합니다.7

 

2. 세례의 원리를 생각해 봅니다. 대세의 원리를 묵상합니다. 세례란 누구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지닌 보편적 특권입니다. 저는 세례의 원리를 묵상하면서 세례란 바로 교계제도, 제도교회를 넘어서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래 될 때에 이벽을 중심으로 행해진 세례집전이 바로 제도교회를 넘어선 하느님 은총의 영역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신념으로 유다교의 한계를 극복하셨고 바오로 사도도 그러셨습니다. 세례는 바로 평등의 원리, 공유의 원리, 나눔의 원리입니다. 세례는 온갖 형태의 독점과 독선을 배제합니다.

 

때문에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자기를 죽이고 이웃을 위해 새로 태어나는 은총의 성사, 부활의 성사입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살아온 사제단을 교구장이 껴안을 때 명실공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 일치 안에서의 다양성이 확인되며 교회공동체가 더욱 아름답게 번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른 선교의 자세입니다.

 

3. 저는 1990년경 원불교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가 원불교에 대한 체험을 우리 선교와 연계하고자 합니다.

 

민족종교 또는 토속종교인 원불교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에 이어 4대종교에 포함되기 위해 최근 20여년간 최선을 다했고 그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그분들의 선교 방법은 교단 전체가 힘을 모아 세상 한 복판 곳곳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특히 놀란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에까지 두려움 없이 찾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극우반공단체의 모임에서부터 이른바 극좌 또는 친북파로 분류되는 한총련 청년학생들 모임과 구속된 이들의 모임과 유가족회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스스로 또는 초대받아 기꺼이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저는 그것이 원불교 교단 차원에서의 선교 방법임을 감지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모형으로 삼아, 80년대에는 개신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가 구성되었고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그리고 90년대에는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이 설립되었습니다.

 

불교와 원불교의 경우, 교단 차원에서 이 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한국 현대사의 큰 역할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해 천주교주교회의는 늘 견제하고 방해하고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점이 매우 가슴 아픕니다. 도와주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끌어 잡아당기고 길을 가로막고 방해만 합니다. 사제단은 바로 증거와 선포를 통해 선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힘을 모아도 어려운데 격려는 못할망정 헐뜯고 외면하는 교회현실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선교를 위해 사제단을 품고 껴안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공동체의 선익, 주교님들의 사목적 열매가 됩니다.

 

4. 함께 나누어야 할 사목적 고민과 시대적 번민이 있습니다.

 

김대중(토마스모어)씨가 대통령이 되어 어느 날 교구장님을 청와대에 초청하여 함께 식사를 나누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뉴스를 보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 즈음에 그분의 비서진과 자녀들이 저를 찾아와 아픈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께서 청주교구장으로 계시던 1980년대 광주비극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대중씨는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1981년 초 그분의 가족들이 주교님을 찾아가 봉성체를 청했다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정중하게 청했답니다.

 

그런데 당시 주교님께서는 끝내 이 청을 들어주시지 않고 거절하셨다는 것입니다. 주교님께 물론 곤혹스러울 수도 있었겠고, 전두환 신군부독재정권이 직·간접으로 압력을 가하기도 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이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가족과 비서진이 항변 겸 회고를 제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회와 사목자에 대해 늘 깊은 회의와 불신이 남아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제로서 마음이 아팠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고난을 극복한 오늘과 내일의 희망을 확인하자는 말만 덧붙였습니다.

 

사형수가 청한 봉성체를 어떻게 사제가 거절할 수 있는가 고민하며 이를 선교적 관점에서 교구장께 말씀드렸습니다. 교구장은 묵묵부답이셨습니다.

 

우리는 교구장님과의 면담에서 사제란 과연 누구인가를, 또한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목숨을 건 신앙인의 결단의 자세를 지닌 사람이어야 함을 함께 생각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1차 초록을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기도하면서 계속 면담록을 정리하여 대화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종훈 신부에 대한 안식년 인사발령

 

그 뒤 지난 822일에 서울교구의 정기 인사이동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종훈 신부님의 경우 1년 반 만에 안식년으로 발령이 났고 이 때문에 언론은 이 인사발령이 시대정신에 어긋나며 정의의 원리에 반한다는 관점에서 이를 지적하고 비판했습니다.

 

전 신부님께 대한 인사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전종훈 신부님에 대한 안식년 예정 조치를 2개월 전에 듣고 이에 대해 동료사제들과 우리가 도울 일은 없을까, 우리가 역할이 있지는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교구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눈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면담의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없다하여 과정까지 묻힐 순 없습니다. 이 만남과 공개가 보다 건강한 교회문화 형성과 선교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91

 

순교자 성월 첫날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함세웅200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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