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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현수막 부실관리로 인해 훼손되는 공정성

by 마리산인1324 2015. 9. 25.

현수막 부실관리로 인해 훼손되는 공정성

 

 

일전에 Michael Sanda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인문학 번역서적으로 100만부 이상 팔렸다는데 이것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나로서는 내 지적 수준을 넘는 내용이라 읽어보진 못했으나 여기저기서 호평의 소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책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보통 '정의'에 대한 시대적 갈망 때문이라고 하고, 나아가 시대적으로 아픔과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결국 사회/시대가 정의롭지 못하고, 정의가 가진 자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자주 목도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리라 생각됩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또한 서울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곳 괴산지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구요.

저는 이 '정의'가 현실 사회에서 얼마나 쉽게 왜곡되어가는지에 대해 '현수막 관리'라는 작은 주제를 통해 추적하고자 합니다.

즉, '괴산군 옥외광고물 등 관리조례'에 의해 민간에 위탁되어 '효율적'으로 현수막을 관리하는(?) 민간 수탁관리업체의 행태를 추론과 가설 및 증언을 통해 분석합니다.

여기에서는 2015년 9월 20일 오전 11시반경에 촬영한 대사리 지정게시대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1) 비용 인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유화하던 전기, 철도 등을 민영화할 때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비용 인상입니다.

동일한 사례로써, 개정된 괴산군 조례에 의거해 현수막 위탁관리를 맡은 수탁관리업체는 13배 이상의 비용을 인상했습니다.

즉, 이전에는 지정게시대에 2주일 게시하는데에 3,000원 들던 것이 이제는 1주일에 20,000원을 내야 합니다(2주일이면 곱배기인 40,000원입니다).

이 정도면 현수막 관리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 확보가 우선임을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2) 기간/날짜의 왜곡

2만원을 내면 1주일간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뢰자의 친소에 따라서 그 기간은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즉, 수탁관리업체와 가깝고 어떤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의뢰인의 것은 시간/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게시해줍니다.

그런 특혜는 규정과 관계없이 베풀어지고, 업체가 해줄 수 있을만큼 해줍니다.

 

그런데, 수탁관리업체와 좀 불편한 의뢰자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1주일의 시작이 오후 늦은 시간일 수 있고, 마지막 날 오전에 일찍 철거합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7일이 아닌 5일이 되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의 불이익을 주면서 의뢰인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써, 의뢰인 A는 9월 8일부터 14일까지 지정게시대에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9월 1일과 5일까지 게시하는 현수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의 현수막은 제 날짜에 철거되었습니다(아래의 사진 참조). 게시와 철거가 오전과 오후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도, A의 현수막보다 일찍 철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은 그냥 남겨진채 A의 것은 정확하게 날짜를 지켰습니다. 

 

3) 장소/위치의 왜곡

현수막 지정게시대는 주로 5단에 걸쳐 게시합니다.

그 중에서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에게 잘 보이는 것은 아마도 중간 정도에 걸린 현수막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수막 수탁관리업체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의뢰인의 것은 맨 아래쪽이나 나무가지로 가려지는 곳 등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방서 앞 지정게시대에 게시된 위 A의 현수막은 나무에 부분적으로 가려지는 곳에 자신들의 현수막이 걸렸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을 통해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우리는 봅니다. 

 

 

이처럼 현수막을 게시하는 데 있어 기간/날짜 및 장소/위치까지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따지는 이유는, 규정과 관계없이, 수탁 관리업체의 호불호에 따라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제 멋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만일에 군청에서 직접 관리했다면 거의 생기지도 않을 일들이 이제는 아주 쉽게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군청은 현수막 수탁관리업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제어함으로써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 서민들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소한 규정 위반이 만드는 공정성의 훼손은 군청의 행정행위에 심각한 구멍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대사리 지정게시대 실제 사례>-----------------------

 

대사리 지정게시대 중 맨 왼쪽 편에 있는 부분.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블루베리>와 <중원대학교> 현수막을 주시합니다.

 

<블루베리> 현수막은 9월 5일까지 게시하는 것이었는데, 이 사진을 촬영한 9월 20일까지도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특별한 특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원대학교> 현수막도 9월 1일까지였는데, 촬영일인 9월 20일까지도 걸려있었습니다(윗 <블루베리>와 이 <중원대학교> 현수막은 9월 22일에야 철거되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날짜가 지난 것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아래의 두 개는 9월 16일까지였는데, 촬영일인 20일에도 게시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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