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돌아가리라(歸去來辭)

 

도연명(陶淵明, 365~427))

 

피천득 번역시집 <내가 좋아하는 시> p. 97

돌아가리라
전원은 황폐해 가는데
내 어이 아니 돌아가리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만들고
그 고통을 혼자 슬퍼하고 있겠는가
잘못 들어섰던 길 그리 멀지 않아
지금 고치면 어제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으리다
배는 유유히 흔들거리고
바람은 가볍게 옷자락을 날린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고
새벽 빛이 희미한 것을 원망하다
나의 작은 집을 보고는
기뻐서 달음질친다
머슴아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하고
어린 자식은 문 앞에서 기다린다

세 갈래 길에는
소나무와 국화가 아직 살아 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집 안에 들어서니
병에 술이 채워져 있다
나는 혼자 술을 따라 마신다
뜰의 나무들이 내 얼굴에 화색이 돌게 한다
남창(南窓)을 내다보고 나는 느낀다
작은 공간으로 쉽게 만족할 수 있음을
매일 나는 정원을 산책한다
사립문이 하나 있지만 언제나 닫혀 있다
지팡이를 끌며 나는 걷다가 쉬고
가끔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다본다
구름은 무심하게 산을 넘어가고
새는 지쳐 둥지로 돌아온다

고요히 해는 지고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나의 마음은 평온으로 돌아오다

돌아가자
사람들과 만남을 끊고
세속과 나는 서로 다르거늘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할 것인가
고향에서 가족들과 소박한 이야기를 하고
거문고와 책에서 위안을 얻으니
농부들은 지금 봄이 왔다고
서쪽 들판에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나는 어떤 때는 작은 마차를 타고
어떤 때는 외로운 배 한 척을 젓는다

고요한 시냇물을 지나 깊은 계곡으로 가기도 하고
거친 길로 언덕을 넘기도 한다
나무들은 무성한 잎새를 터뜨리고
시냇물은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자연의 질서 있는 절기를 찬양하며
내 생명의 끝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끝난다
우리 인간에게는
그렇게도 적은 시간이 허용되어 있을 뿐
그러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살자
애를 써서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재물에 욕심이 없다
천국에 대한 기대도 없다

청명한 날 혼자서 산책을 하고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끌며
동산에 올라 오랫동안 휘파람을 불고
맑은 냇가에서 시를 짓고
이렇게 나는 마지막 귀향할 때까지
하늘의 명을 달게 받으며
타고난 복을 누리리라
거기에 무슨 의문이 있겠는가

젊어서부터 속세에 맞는 바 없고
성품은 본래 산을 사랑하였다
도시에 잘못 떨어져
삼십 년이 가버렸다
조롱 속의 새는 옛 보금자리 그립고
연못의 고기는 고향의 냇물 못 잊느니
내 황량한 남쪽 들판을 갈고
나의 소박성을 지키려 전원으로 돌아왔다
네모난 택지는 십여 묘
초옥에는 여덟, 아홉 개의 방이 있다
어스름 어슴푸레 촌락이 멀고
가물가물 올라오는 마을의 연기
개는 깊은 구덩이에서 짖어 대고
닭은 뽕나무 위에서 운다
집 안에는 지저분한 것이 없고
빈 방에는 넉넉한 한가로움이 있을 뿐
긴긴 세월 조롱 속에서 살다가
나 이제 자연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實迷途其未遠
覺今是而昨非
舟遙遙以輕颺
風飄飄而吹衣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乃瞻衡宇
載欣載奔
童僕歡迎
稚子候門


三徑就荒
松菊猶存
携幼入室소
有酒盈樽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窗以寄傲뜰
審容膝之易安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遐觀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


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或命巾車
或棹孤舟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자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