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세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룰라 /민중의소리20170723

by 마리산인1324 2017. 7. 30.

<민중의소리> 2017-07-23 17:16:10

http://www.vop.co.kr/A00001182336.html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룰라,

‘그것은 정치적 숙청일 뿐이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집회에서 연설하는 룰라 전 대통령. 2016.6.10ⓒAP/뉴시스


편집자주/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브라질의 정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위기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내년의 대선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상파울로의 대학 교수이자, 브라질의 좌파정당인 PSOL의 활동가인 Sean Purdy의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은 A Political Purg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이자 2018년 대선의 유력한 후보인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에 대해 지난 13일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와 자금세탁 혐의를 적용해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해안가의 고급 아파트를 제공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돈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고, 항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속되지 않는다. 항소심은 최대 1년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그는 여전히 2018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 셈이다. 하지만 대선 전에 유죄판결이 확정된다면, 그는 20년간 모든 정치적 권리를 갖지 못하게 된다.


룰라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이번 판결은 브라질에서 연일 정치적 폭탄이 터지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다. 선고 하루 전 상원에서는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작년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 쿠테타로 물러난 이후 정권을 이어받은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다국적 육류가공업체 대표를 만나 뇌물과 재판에 대한 간섭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테이프가 공개돼 현행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 밖에도 작년 호세프 대통령 탄핵 사태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몇몇 정치인들이 현재 형사고발되어 있는 상태다. 이들이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고 정치적 생명과 특권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현재의 브라질 정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룰라 전 대통령과 노동자당에 대해 증거없이 유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좌파는 강력하게 반대해야 한다. 세르지우 모루(Sergio Moro) 연방판사가 룰라 전대통령 사건에 대해 발표한 700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은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모순과 기술적 결함으로 가득차 있다.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룰라 전대통령이 문제가 된 해안가 아파트의 실제 소유주인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빠져 있다.


모루 판사는 문서화된 증거가 아닌 여러 건의 진술에 근거하여 판결을 내렸으며, 이와는 반대되는 유력한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았다. 룰라 전 대통령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보였던 주류적 판사들과 변호사들조차도 이번 판결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우파 정당과 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모루 판사가 극단적으로 정치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파가 룰라 전 대통령과 노동자당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좌파는 민주주의적 자유를 수호하고, 자의적으로 편파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이른바 세차작전(Lava Jato 혹은 Car Wash:권력형 부패 수사)에 대해 비판을 가해야 한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들어선 노동자당의 개혁주의에도 동참할 수 없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노동자당의 선거 참패 그리고 노동과 사회권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당은 아류 신자유주의적인 정치 프로젝트를 바꾸지 않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이른바 중도 정당들이라 불리는 세력들 그리고 거대 기업들과의 동맹을 재건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 노동자당과 연계를 맺고 있는 중앙단일노조(CUT)만이 테메르 정권의 대규모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였다. 노동자당은 상원에서 통과된 수구적인 노동 법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곧이어 발표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에 반대한 대규모 거리 시위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모루 판사의 얼굴을 담은 티셔츠를 입은 브라질 시위대. 이번 판결을 내린 모루는 우파 시위대의 정치적 아이콘이기도 하다.ⓒAP/뉴시스


사법부는 정치 중립적이지 않다


이번 세차작전 수사는 브라질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를 의미한다. 즉, 근본적인 정치적 쟁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 법원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사들도 정확한 의미에서 중립적이거나 비정치적일 수 없다. 룰라 전 대통령은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반면, 수많은 우파 정치인들은 사적, 정치적 관계가 입증되는 판사들에 의해 우호적인 판결을 받고 있다. 2018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그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좌파 일부에서 이번 세차작전 수사를 지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세차 작전’을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뻔뻔한 정치 부패를 종식할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것은 오판이다. 이러한 입장은 판사와 검사가 완강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자본계급의 확고한 일부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있다! 위법적인 테메르 정권의 의회에서 통과된 노동/사회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대해 이미 여러 사법기관들은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세차 작전에 대한 무비판적인 지지는 또한 노동자당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인해 결국 전체 좌파, 사회운동 그리고 노조들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브라질의 부패를 만들어낸 것은 노동자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와 미디어 기업들은 노동자당이 재계를 끌어들여 부패와 뇌물의 정치를 펼쳤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회 운동과 좌파 전체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브라질의 정치, 경제적 위기는 해결이 요원한 것 같다. 이 해결은 사회 운동과 노조, 그리고 좌파 정당들의 능력에 달려있다. 노동/사회권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는 것(룰라 전대통령은 당선되더라도 기존 법안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테메르 대통령을 정권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대통령과 국회의원 직선제 요구, 성공가능한 정치적 대안을 구축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자당의 계급 화해 정책과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사회주의적 정치 대안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편파적인 브라질 사법당국이나 그들이 룰라 전대통령에게 선고한 설득력없는 유죄 판결로 완수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