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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미군 없는 아시아가 도둑처럼 올 수도 있다" /프레시안20160926

by 마리산인1324 2016. 9. 27.

<프레시안> 2016.09.26 15:17:4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1872


"미군 없는 아시아가 도둑처럼 올 수도 있다"

[윤여준-이병한 대담] '반전의 시대', 동‧서양 이분법을 넘어


소설가 장정일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 책, 주류와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책, 그 시대의 절박한 문제에 응답하려 분투하는 책"이라고 했다.

2015년 2월부터 3년 여정으로 유라시아를 견문하고 있는 역사학자 이병한의 책 <반전의 시대>(서해문집, 2016)는 동서와 고금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출간에 앞서 <프레시안>에 글이 연재될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로 시공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담론을 엮어가는 이 박사에게 매료된 이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었다. 

자리를 만들었다. 왜 반전의 시대이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원로 '애독자'가 묻고 젊은 학자가 답했다. 

이병한 박사는 동양과 서양을 대립적 관계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동서합작을 강조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아울러 '유라시아'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동서를 갈라서 생각하는 이분법을 타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국주의, 식민주의, 패권주의와는 다른 논리로 세계가 재편되어 간다"고 전망하며 "서방 문명을 배우고 익힌 동방 쪽에서 도리어 동서 문명을 합작하고 혼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그에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허구적 담론"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줄에 설 것인지를 강요하는 '미국발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굴기, 인도의 부상, 이슬람의 각성이 동시적으로 분출되는 유라시아 지형에 주목했다.

"유라시아 전체 지도를 펼쳐놓고 작금의 형세를 살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지난 200년 억압받았던 여러 나라들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고, 여러 문명들이 더불어 부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라들 간에, 문명들 사이의 오래된 연결망을 새로이 복구하고 복원해가고 있다."

그래도 중국에 관한 물음이 이어졌다. 특히 전통과 근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하이브리드(혼종)된 '차이나 모델'에 관해. 

윤 전 장관은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하이브리드가 가능할 수 있겠나? 나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에 이 박사는 "20세기식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라는 개념으로는 중국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국가는 공적 역할을 담당했던 기왕의 중국식 정치경제모델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반전의 시대'에 한국의 적응 지체를 우려했다.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포획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면서 "반전 시대의 논리를 제시하고 실천할 지도자와 집단의 출현이 갈급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는 그런 싹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박사 역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500년을 통해 유교문명이 누적되고 축적되고 저변으로 확산, 심화되어갔던 '동방형 문명화' 과정이 20세기 후반에 더더욱 민중화됨으로써 민주화 운동으로 전개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민주화 세력조차 이 같은 자신의 문명적 토대를 잘 모른다"고 했다. 

특히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이 박사는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신냉전 구도를 획책하는 세력의 편에 일방적으로 서게 되면, 장차 운신의 폭이 대폭 좁혀진다. 패착이다"라고 했다. 

이 박사는 이어 한미 동맹의 본질을 '군사 동맹'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당분간 그 비용을 동맹국들에게 전가하면서 지배체제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어떤 임계점, 분기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쩌면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필리핀을 언급하며 "미군 없는 아시아는 도둑처럼 올 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박사가 주목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가능할까? 그는 "남의 것 흉내내기, 새 것 따라하기는 이제 그만두고 옛 공부를 다시, 새롭게, 다함께 해보자"고 했다. 반전의 시대에 한국이 다시 한 번 적응 지체를 겪지 않기 위한 젊은 학자의 제언이다.

다음은 지난 23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진행된 윤여준 전 장관과 이병한 박사의 대담 전문.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