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023. 4. 29. 09:00
https://v.daum.net/v/20230429090051363
미국은 어쩌다 부도 위기…그럼 우리나라는? [주말엔]
박찬형
미국의 부도 위험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랐습니다. "정말 미국이 부도가 난단 말이야?" 그럴 리는 없을 거란 기대 속에도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대한 큰 충격 가능성이 미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도 가능성은 미국 내 정치 싸움에 달려있습니다. 미국은 의회가 정부 부채의 상한선을 그어놓고 그 이상 돈을 빌리지 못하도록 해놨는데, 이게 이미 꽉 차 버렸습니다. 그동안에는 항상 의회가 상한선을 더 올려줬는데 이번엔 야당인 공화당이 "내 얘기 안 들어주면 부채 상한선을 못 올려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보다 높아진 미국 CDS 부도 위험 지표
먼저 미국 부도 위험이 얼마나 올랐는지 볼까요? 1년물 미국 국채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 25일 기준 156.95bp로 2008년 금융위기는 물론 2011년 최고치를 모두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2011년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정부 부채 상한선이 꽉 차서 논란이 일다 S&P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조정됐던 때입니다.
CDS란 쉽게 말해서 부도가 날 위험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 국채가 1년 안에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료율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보험료율이 이렇게 치솟았다는 건 그만큼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인 거죠.
이번엔 부도 위험이 높아진 이유를 자세히 보죠. 기한 안에 채권이나 수표의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면 그게 부도입니다. 미국은 엄청난 양의 국채를 발행해 왔는데, 이걸 이번에 제 때 못 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아니 달러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 왜 부도가 날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필요할 때 미 정부 손에 달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미국은 매년 빚을 끌어다 국가를 운영합니다. 재정적자이죠.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부채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부채한도라는 걸 정해놓습니다. 그 이상 부채를 늘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섭니다. 부채한도에 다다르면 의회가 승인해줘야 한도를 늘릴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는 31조 3,810억 달러(우리 돈 4경 2,000조 원)로 이미 지난 1월 한도에 도달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정부 정책에 돈을 쓰려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국채 추가 발행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발행한 국채 이자를 못 갚는 상황까지 가면 그게 부도입니다. 현재는 정부 내 예산을 돌려가면서 어찌어찌 버티는 중입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돈도 6월이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3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야당인 공화당이 "정부 예산을 삭감하면 부채한도를 늘려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겁니다. 공화당인 매카시 하원의장은 내년 연방정부 예산 1,300억 달러 삭감 조건으로 부채한도를 1.5조 달러 상향하는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해 통과시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 예산을 줄이려면 요즘 미국에서 한창 논쟁 중인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탕감이라든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의 계획이 폐기돼야 하고, 저소득층 지원 예산 등도 줄어들어야 합니다.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실제로 공화당 원안대로 예산이 줄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선 협상이 이뤄지겠죠. 국가 부도를 놓고 대통령과 야당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습니다.
■ 예산 삭감 뒤 기다리는 것은 경기침체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공화당 주장대로 예산을 삭감한다면 내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0.6%p 하락하고 일자리는 78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업률도 3월 기준 3.5%에서 내년 말 4.6%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그러면서 "공화당의 예산 삭감안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의미 있게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특히 적절하지 않다"면서 "정부 지출의 상당한 삭감은 단기 경제 성장에 역풍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미 국채 부도 위기와 예산안 삭감 논쟁으로 시장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미국 1개월물 국채와 3개월물 국채간 금리 격차가 확대됐습니다. 그동안 단기 국채인 1개월물과 3개월물은 비슷한 추세로 금리 그래프를 그려왔습니다. 그런데, 26일 기준 1개월물은 3.71%로 떨어졌고, 3개월물은 5.11%로 크게 올랐습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3개월물 수요는 빠지고 대신 1개월물 수요로 몰리면서 3개월물 국채는 금리를 더 줘야 사주고 있습니다. 3개월 뒤에 정부 부채 상한선이 조정되지 않아 미 국채 부도 위험이 어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JP모건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 정부의 현금이 모두 소진되기 2~3개월 전에 초단기 국채 시장에서 긴장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긴장이 어떻게 끝날지는 정치권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에 달려있습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그럼 우리나라는?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가 부도 위험이 궁금해지죠? 통상 국가별 신용 상태를 비교할 때 5년물 국채의 CDS 프리미엄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5년물 국채 CDS 프리미엄은 26일 기준 46bp로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위험이 닥쳤을 때 70.4bp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으로 내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699bp였던 점을 비교하면 국가 부도 위험은 상당히 안정적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이 안정적이라는 것일 뿐 위기는 순식간에 찾아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08년 당시에도 대외 변수로 인해 순식간에 수직으로 부도 위험이 올라갔습니다.
우리나라에 위기가 온다면 IMF 때처럼 외환시장에 큰 충격이 올 가능성과 국내 금융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을 짚어봐야 합니다. 첫째로 IMF 외환위기 때처럼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상황이 올까요? 3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0억 7,000만 달러입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204억 달러와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었지만 우리 경제규모에 적정한 수준일까요?
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를 보면 한국은 IMF의 권고지수 100~150%를 조금 못 미치는 97%를 기록했습니다.
IMF 외환보유고 적정성 지수 97%인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인 국가는 우크라이나입니다. 이 외에 적정 수준 이하인 50~100% 사이 국가로는 튀르키예(95%), 도미니카공화국(93%), 모로코(91%), 남아공(78%), 칠레(75%), 중국(67%) 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도 대외부문보고서, 연례 협의 등에서 우리 보유액이 ‘외부충격 대응에 적정(adequate)’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현재로선 외환보유고 보다는 환율 불안으로 인한 충격을 더 신경써야 합니다. 먼저 달러화는 지난해까지 강세를 보이다가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14까지 치솟던 달러화지수는 이후 추세적으로 떨어져 지난 28일 오후 1시 기준 101.7까지 떨어졌습니다. 고점 대비 11% 하락한 겁니다. 달러화가 약세이면 통상 상대적으로 원화는 강세를 보여야 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오른쪽을 보면 원·달러 환율(초록색)은 달러화지수와 같은 방향이 아닌 위쪽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환율이 상승했다는 건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이유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가 확실시되면서 무역수지 악화로 한국 원화의 매력도가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현재 1.5%p로 22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이만큼 더 높아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을 갖고 있다는 건데, 다음 달 초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게 되면 격차는 1.75%p로 벌어지게 됩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상호작용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금융시장의 충격 가능성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우려돼온 부동산 PF발 위기가 금융권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정부는 10만 미분양 아파트까지 감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부동산 대출과 보증을 늘려온 보험사와 증권사·캐피탈·저축은행으로 위기가 전이되면 금융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KBS 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일부 증권사, 저축은행, 그리고 새마을금고, 이런 일부 금융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너무 많이 늘렸다"면서 "최근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새마을금고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큰 은행들은 아니겠지만, 중소형 금융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시장 부진이 악화될수록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낸 바 있습니다.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은 당분간 계속 열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픽: 김서린)
박찬형 기자 (parkc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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