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괴산, 고목(古木)의 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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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여행 | 2006/12/29 (금) 2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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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된 고목 아래 찾아든 만추 충북 괴산에는 유난히 고목이 많다. 수령 천 년을 넘긴 은행나무와 수백 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도처에서 깊은 숨을 내쉰다. 가을을 한껏 머금은 채 천수를 누리는 괴산 땅의 고목을 찾아 나선다.
천 년 신목의 장엄한 위용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자태의 천연기념물 가을이 짙어 간다. 만추로 접어든 시골길로 천 년의 세월을 지내온 고목을 찾아 나서는 길, 화려한 단풍이 동행하며 여심(旅心)을 돋운다.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괴산 땅에는 유난히 오래된 나무가 많다. 마을을 지나다 보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넉넉한 풍채를 드리운 거목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언뜻 보아도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아름드리 나무다. 마을 어귀 평상에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은 족 히 천수를 넘겼다며 손사래를 친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는 나무를 돌아보는데 열댓 걸음으로도 모자란다. 나무 아래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눕는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청명한 가을이 반짝이며 내려앉는다. 프리즘을 통과한 듯 빛살이 아름답게 부서진다. 한아름 안아도 보고 귀를 대고 고목의 깊은 숨소리도 들어본다. 오래된 나무에는 묘한 기운이 흐른다. 아름답고 포근하면서도 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두려움은 경외감으로 바뀌고, 이윽고 신성함의 경지까지 다다른다. 그래서 조상들은 오래된 나무를 신목(神木)이라 여기고 성황제를 드리며 지극 정성으로 나무를 가꿔온 것이다.
괴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빼어나다는 왕소나무를 비롯해 읍내리 은행나무, 장연 오가리 느티나무 등 네 그루의 고목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청천면 삼송리의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290호로 높이는 약 13m, 가슴 높이의 둘레가 5m에 이르는 거수(巨樹)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소나무로 알려져 흔히 ‘왕소나무’라 부른다. 나무 밑동부터 줄기를 꼬면서 올라간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듯 보인다 하여 ‘용송(龍松)’이라고도 불린다. 나무 기둥에서 가지 끝까지 도포를 걸친 듯 붉은빛을 띤 적송(赤松)이라 더욱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주변에는 곧게 뻗은 열여덟 그루의 소나무가 왕소나무를 두르고 있다. 암수한그루인 소나무가 숱한 세월 동안 씨를 뿌린 자손들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그루의 나무인 듯 엉겨 있어 웅장함이 더하다.
“원래 이 나무처럼 커다란 소나무가 우리 마을에 세 그루 있었어. 그래서 마을 이름도 삼송(三松)이라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이 왕송 한 그루만 남았지. 우리도 1980년대 전까지는 이 나무에 정성껏 제를 올렸는데 지금은 누가 그렇게 할 만한 사람이 있나? 간혹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나무 아래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은 있어. 특히 단학 하는 사람들이 나무에서 기를 받는다고 많이 오는 편이야. 이 나무의 기가 아주 세다고 하대. 그러고는 막걸리 한 사발을 나무에 뿌려놓고 가더라고.” 왕소나무 곁에 사는 이종선 할아버지(75)와 김형구 이장(51)이 나무를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릴 적에는 할아버지 어깨에 목말을 타듯 나무에 올라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최고의 놀이터였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평상을 놓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 쉼터이기도 했고, 선생님과 함께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던 학습의 장이기도 했다.
청안면 읍내리에 위치한 청안초등학교 교정. 가을 햇살에 금빛 물결이 쏟아져내린다. 학교 건물만큼이나 나무의 키가 자랐다. 천 년을 그렇게 시나브로 몸집을 키운 천년수다. 햇볕을 받은 은행잎은 더욱 밝게 빛난다. 토실토실 은행이 막바지 힘을 다해 여물고 있다. 학교를 파한 장난꾸러기 녀석들 위로 짙은 그늘이 포근히 내려앉는다. 샛노란 은행나무 아래 깊은 가을 정취에 빠져든다.
은행나무는 높이 17m, 둘레가 7m에 이르며 나뭇가지가 동서로 16m 가량 뻗어 있다. 초등학생 여덟 명 정도가 팔을 이어 끌어안아도 한아름에 안기 힘든 아름드리 나무다. 올봄에 충북 지역에 큰눈이 내려 굵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장함을 유지한다. 은행나무는 장수 나무다. 나무의 속성이 강하기도 하려니와 나무에 얽힌 전설 또한 천수를 누리는데 한몫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 속에는 귀 달린 뱀이 살고 있어서 나무를 해하려다간 오히려 이 뱀의 해를 받는다고 전해딘다. 지금 아이들이야 콧방귀를 뀌며 웃을 일이지만 우리 조상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나무에 접근하는 것을 금기시해온 것이다.
은행나무 외에도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소나무, 삼나무 등 큼직한 나무가 교정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학교 뒤편에는 조선시대에 관아로 쓰던 청안동헌이 자리하고, 동헌 옆으로는 키 큰 회화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끼 낀 큼지막한 나무 줄기가 수백 년 세월을 말해준다. 높다란 나무 끝에서 수없이 많은 가지가 하늘거린다. 웅장한 은행나무에 비해 한결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
무릇 인간(人)이 나무(木)에 기대고 있는 것이 바로 휴(休)이니, 수백 년 아름 고목이 우리 삶에 얼마
나 많은 위안과 휴식을 주었을 것인가. 특히 수많은 나무 중에서도 휴식터로는 느티나무만 한 것이 없 다. 우리네 시골 마을을 지나다 보면 대개 동구 밖에 한두 그루의 큰 느티나무가 심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늘이 넓어 마을 입구의 정자나무로 심은 것이다. 한여름에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누우면 매미 소리 장단에 맞춰 스르르 잠이 든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시원하게 수박을 베어 물기에도 느티나무 아래가 제격이다. 그만큼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과 가깝고 친근한 나무다. 친한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듯 옛 조상들은 느티나무 아래서 더욱 인간다워졌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는 금의환향을 기원하고,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낙은 눈물로 하소연을 한다. 나무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넉넉하게 들어준다. 때문에 서양에서 월계수를 신성시하듯 우리나라에서는 느티나무를 신령한 나무로 받드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영목(靈木)으로, 귀목(貴木)으로, 또 신목(神木)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영목으로는 느티나무가 으뜸이다. 그중에서도 장연면 오가리의 느티나무는 정겨움과 신성함을 동시에 보여주어 더욱 값지다.
천연기념물 제382호인 오가리의 느티나무는 두 그루를 함께 이른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를 상괴목, 길 입구에 있는 것을 하괴목이라 부르며, 그중 상괴목은 키도 크고 잎이 무성해 마을 사람의 휴식 공간으로 많이 이용된다. 평평한 돌계단이 나무를 두르고 있어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기에도 적당하다. 그에 비해 밑동이 굵은 하괴목은 편안한 느낌보다 신성한 기운이 강하다. 마을에서는 이 나무를 신목으로 여겨 음력 정월 대보름 자정에 서낭제를 지낸다. 하괴목에는 신목을 상징하는 금줄이 쳐 있고 나무 앞에는 조그맣게 제단이 놓여 있다. 느티나무의 매력은 가을의 단풍이다. 노랗게 물드는 하괴목과 달리 상괴목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특별하다. 무성한 잎이 펼치는 군무
공림사, 전법마을 느티나무 군락 괴산에는 수백 년 이상 된 고목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곳이 있다. 낙영산 자락의 공림사(公林寺)에 들어서면 절보다 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 20여그루가 병풍을 치듯 절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색색의 단청과 가을 느티나무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빛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마당 한편에 자리한 보호수는 천 년을 훌쩍 넘긴 공림사 최고의 고목. 용틀임하듯 비틀며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 줄기가 철갑을 두른 듯 육중하고 단단하다. 공림사 주지 성종 스님이 나무에 얽힌 일화를 들려준다.
“일전에 절을 손보려고 강원도 속초에서 인부가 왔어요. 큰방의 상판을 내리는데 커다란 구렁이가 한마리 나오는 거예요. 장정 일곱 명이 달려들어 구렁이를 잡아끄는데도 힘이 달려서 계속 질질 끌려가더라고요. 결국 구렁이는 저나무 밑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서 산을 내달려 도망가더라고요. 구렁이가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며 벌벌 떨면서요. 지금도 가끔 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나무가 운다고 한다. 구렁이의 울음이라고도 한다. 이를 신성하 게 여긴 할머니들이 정화수를 떠다 밤낮으로 치성을 들이기도 했단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에 비해 나무 는 무척이나 곱고 화려하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공림사 느티나무의 진가는 늦가을에야 알 수 있다. 바 람이 살짝 분다면 더욱 안성맞춤. 하늘에서 금빛 물결이 일렁이다 살며시 땅에 입을 맞춘다. 노랗게 든 단풍도, 일찍 낙엽이 되어 떨어진 잎도 모두 향기롭다. 동이 터오면 ‘슥슥∼’ 스님들의 비 질 소리가 가을 운치를 더한다. 고개를 숙이며 하심(下心)으로 비질을 하는 스님이나 느티나무 아래서 사색에 잠긴 사람이나 모두 자연 앞에서 감사히 수행에 든다. 공림사의 나무는 괴산의 상징이기도 하 다. 괴산(槐山)이라는 지명이 바로 느티나무 괴(槐)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법마을 전경>
문광면 문법리 전법부락에도 수령이 500∼600년 되었다는 느티나무 고목이 마을 앞에 군락을 이루고 있 다. 두 아름 정도 되는 나무만도 30여 그루에 이른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자라 무성한 가지와 잎이 하늘 을 가린다. 숲터널이라기보다 느티나무로 만든 숲집 같아 보인다. 나무 사이로 벤치가 여럿 놓여 있어 마을 주민은 물론 누구나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책 한 권 들고 독서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면 이곳 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가을 풍경만큼이나 낙엽이 소복히 쌓여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다. 보너스 하나, 전법마을 인근에 위치한 양곡저수지를 찾으면 느 티나무 숲의 감동이 배가된다. 저수지 옆으로 빛깔 고운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다. 잠시 차를 세워 두고 마을 진입로까지 400m 정도 걸어보는 것도 행복하다.
▷ Travel Info
자연산 버섯이 가득, 비악산식당
자연산 송이 외에 산에 자생하는 각종 버섯을 맛볼 수 있는 곳. 주인이 직접 산을 돌아다니며 따온 버섯 이다. 가지버섯, 솔버섯, 칡버섯, 밀버섯, 밤버섯, 닭다리버섯 등 이름도 재미난 버섯과 능이버섯, 싸리 버섯 등을 푸짐히 넣고 끓인 생버섯찌개가 추천 메뉴. 염장 보관한 자연산 버섯에 쇠고기와 야채를 넣 고 끓여낸 국물이 깔끔하다. 무쇠 전골 냄비를 사용해 깊은 맛을 더한다. 밑반찬도 대개 자연산 나물과 야채로 만든다. 뽕잎나물, 엄나무 순, 고들빼기 등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맛을 낸다. 충북 지역 향토음식 경연대회에 출전했을 만큼 맛도 재료도 믿을 만하다.
☎ 043-832-5833, 10:00∼21:00, 자연산잡버섯전골(1인분) 1만원, 송이버섯전골(시가), 버섯전 1만원
물안개 피어오르는 선경, 펜션 밸리하우스
괴산 지역에서는 마땅한 숙소를 찾기 힘들다. 화양동계곡 입구의 민박촌을 제외하고는 모텔도 흔하지 않 다. 그에 비해 속리산 국립공원 내 쌍곡계곡에 자리한 밸리하우스는 단연 눈에 띄는 펜션이다. 뒷마당에 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어 편리하며 국립공원의 맑은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아침 물안개 를 만날 수 있다. 계곡과 산에 둘러싸여 조망도 뛰어나다. 객실은 총 다섯 개로 2층 객실은 다락방이 있 는 원룸형과 침대방으로 나뉘어 있다. 객실은 열 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정도로 널찍하며 무엇보다 친 절한 주인 아주머니의 인상이 오래 기억되는 기분 좋은 숙소다.
☎ 043-832-0955, 2인 기준 5만원
▷ 주변 볼거리 가족 나들이로 최고의 쉼터 화양동계곡
속리산 자락에 있는 여러 계곡 중 단연 으뜸이다. 깔끔한 공원으로 정돈되어 사시사철 볼거리가 있어 여 름철 외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속리산 최고의 절경이다. 계곡 내에는 아홉 곳의 경승지가 있 어 화양구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고의 쉼터는 운영담 부근.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루는 단풍이 맑은 물 에 비친 풍광은 더욱 특별하다. 또한 고운 모래가 백사장을 이뤄 물가에서 놀기도 편하다. 한적한 시간 을 보내려면 계곡 후문 쪽으로 들어가 파천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너럭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어 호 쾌한 멋이 있다. 정문 쪽 잔디밭도 나들이 장소로 좋다.
▷ 찾아가는 길
괴산 서쪽에서 남쪽을 거쳐 동쪽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코스를 추천. 중부고속도로 증평 IC를 나와 510 번 지방도로를 타고 증평 시내로 직진. 증평군청을 지나 청안 방면 592번 지방도로로 진행. 청안 읍내 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청안초등학교를 만난다. 청천면 공림사는 3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사담 유원지에 서 좌회전. 화양계곡을 나와 32번 지방도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경북 상주. 도계를 지나 5분 정도 가 면 초등학교 지나 입석 마을회관이 보인다. 이곳에서 마을길을 따라 1km 가면 삼송리 왕소나무다.
귀경길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장연면 오가리의 느티나무를 보고 그 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괴산 IC를 통해 고속도로를 타고 여주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만난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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