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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강연회가 18일 오후 7시 수원에 있는 경기도 문화재단에서 있었다. 좀처럼 외부출강을 하지 않은 신영복 교수가 수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강연회가 열렸다. ‘우리시대의 현실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신 교수는 ‘컬럼버스에서 이라크까지 세계를 지배한 것은 힘이었으며 그 힘을 받쳐준 것이 자본이라는 존재였는데 현대 자본주의는 그것의 최고단계 그리고 최후단계에 와있다’고 이 시대를 진단하면서 다가오는 시대의 대안으로 관계론을 제시했다. 아담한 3층 다산 홀 강의실을 꽉 메운 청중을 향하여 지(知)자 한 글자를 칠판에 써놓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한 신 교수는 "우리가 지(知)라 하면 책을 읽어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터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知)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知)자 다음에 사람 인(人)자를 붙였을 때 지(知)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가 감옥에 있을 때 정대의(鄭大義)라는 사람이 절도죄로 잡혀 들어왔는데 첫 느낌에 대의라는 이름이 좋아 훌륭한 집 자손이 뭐가 잘못되어 파렴치범으로 잡혀 들어왔구나 지레 짐작하고 물었다. “이름이 참 좋습니다. 집안 어르신께서 이름 지어주시느라 고심 하셨겠습니다.” “이름 같은 소리 하지도 마슈. 내가 이름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징역살이를 한답니다” 신 교수가 자신의 짧은 한문 소견으로 대의(大義)라 하면 훌륭한 뜻을 간직하고 있는데 불쾌하게 받아들이니 난감하더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정대의라는 사람은 도청 앞 대의동에 있는 파출소 앞에 버려진 아기였는데, 당직근무 하던 정 순경이 영아원에 넘기며 정씨 성을 붙여줬고 대의동 파출소에서 대의를 따와 정대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대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고 신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름 하나로 상대를 다 알려고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강연회 사이사이 자신의 징역살이를 소개한 신 교수는 처음 5년간은 일반수형자들이 사회에서 자신들 위에 군림했었다는 전제하에 먹물(지식인)수형자들을 붙여주지 않아 인간적으로 괴로워서 2중으로 징역살이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런 징역살이도 20년 하고나니 감옥이 내 집 같더라고 씁쓸하게 웃을 때는 청중들의 가슴이 싸하는 느낌이었다. 재소자들은 만기출소하고 나가는 사람에게 “사회에 나가서 착한 일 하고 다시는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인사하고 나가는 사람들은 재소자들에게 “건강하게 마치고 나가시라”고 덕담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곱 번째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했을 때는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밝힌 신 교수는 그런 사람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뒤에야 인간이 사랑스럽더라고 말했다.
또한 3권 이상의 책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논어, 맹자, 노자 등 동양고겆 여러 권을 한권으로 묶어서 새롭게 제책하여 들여보내 달라고 옥바라지하는 어머니께 부탁했다. 이 결과 30cm높이의 책이 들어오자 무슨 책이 이렇게 큰 책이 있느냐고 핀잔을 먹기도 했지만, 그렇게 공부한 동양고전이 오늘날의 신영복을 있게 한 자산이 되었다고 밝혔다. 무기징역을 받았으니 죽을 때까지 나갈 일은 없을 것이고 어떻게 소일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면벽명상(面壁冥想)을 생각해냈으며 그 명상에서 얻어진 결론이 관계론이라고 한다. 신 교수는 자신에게 경제학을 가르쳐준 곳은 대학(서울대 경제학과)이지만, 지금 같은 사회과학 교수로 키워준 곳은 감옥이라며 “감옥은 나의 대학시절”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물질의 궁극적인 형식은 존재가 아니라 관계라고 설파한 신 교수는 "동양문화에서 가장 이상형으로 그리고 있는 지천태괘(地天泰卦)도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의 위(位)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인간의 정체성이 소멸되는 상품사회라는 암울한 동굴을 빠져나와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인간은 어떤 가치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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