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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역사

[책]데이비스 조이스 <하워드 진>

by 마리산인1324 2007. 1. 26.

 

<한겨레신문> 2006-08-31 오후 07:25:59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53451.html

 

미국 역사 ‘뒤집어엎기’

“역사를 바라볼 때 어느 한쪽을 편들 수박에 없다면
난 아라와크족·노예의 관점에서 미국을 이야기하고 싶다”
급진적인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사상 훑은 전기와
60년대 신좌파 운동 정리한 그의 대표저서 새로 번역

 

 

 

» 하워드 진-오만한 제국, 미국의 신화와 허울 벗기기
데이비스 조이스 지음. 안종설 옮김. 열대림 펴냄. 1만6800원
이미 여러권의 번역서가 나와 있는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책, 그리고 그의 책들을 중심으로 그의 생각과 행동을 추적해가는 전기가 새로 번역돼 나왔다. <하워드 진>(열대림 펴냄)과 <미국민중사>(시울 펴냄)다. 2003년에 나온 <하워드 진>의 원제는 . 미국 주류 역사학과는 궤를 달리하는 하워드 진의 급진적인 미국사관의 형성과정을 책들이 나온 시대순으로 쫓아간다. 여기서 ‘급진적(radical)’이라고 한 이유는 “(하워드 진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 데이비스 조이스는 설명한다. 미국 자본주의 자체와 그 제국주의적 행태를 문제삼는다는 얘기다.

 

<미국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는 2003년판을 번역한 것인데, 지난 2001년엔 일월서각이 <미국민중 저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하기도 했다. 2003년판은 99년판에 ‘2000년 선거와 테러와의 전쟁’ 등을 덧붙여 최근 상황을 반영했고 시울 번역본은 일월서각 본 목차엔 보이지 않는 몇 개의 장이 더 추가됐다.

 

» 미국민중사 1·2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시울 펴냄. 각권 2만4800원
하워드 진의 대표저서라고 할 수 있는 <미국민중사>는 첫 장 ‘콜럼버스, 인디언, 인간의 진보’를 펼쳗드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빨려들어’ 간다. 1492년 10월 콜럼버스 일행이 미국 플로리다주 동남쪽 해상에 떠 있는 바하마 군도에 도착해 “호기심에 가득 찬 황갈색 피부의 벌거벗은 아라와크족 (인디언) 남녀들”과 조우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글은 콜럼버스에 관한 모든 통설,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당연히 콜럼버스만이겠는가. 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조지 부시 정권 등장에 이르기까지 미국역사를 사사건건 뒤집어엎고 마침내 세계관의 전면적인 재조정까지 요구하는 ‘하워드 진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통설 뒤엎는 ‘콜럼버스의 노예사냥’

 

“…1495년에 콜럼버스 일행은 대규모 노예사냥에 나섰다. 그들은 아라와크족 남자, 여자, 어린이 1500명을 스페인인들과 개들이 지키고 있는 우리 안으로 몰아넣은 뒤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500명을 골라 배에 실었다. 이들 가운데 200명이 항해 도중에 목숨을 잃었다. …콜럼버스와 선원들은 …14살 이상의 원주민 모두에게 석 달마다 일정량의 금을 모아오도록 명령했다. 금을 가져오면 목에 구리표식을 달아줬다. 구리표식을 달지 못한 인디언은 발견되는 즉시 두 팔이 잘린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2년 동안 학살과 수족절단, 자살로 아이티 인디언 25만명 가운데 절반이 죽었다. …1515년에 이르면 약 5만명이 살아남았다. 1550년엔 그 수가 500명으로 줄었다. 1650년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 섬에 순수한 아라와크족이나 후손들이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 1930년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은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갔다. 파업에 나선 세탁공들. 시울 출판사 제공
다양한 자료를 종횡무진 구사하는 적절한 인용문들의 절묘한 배치는 설득력을 높이는 하워드 진 저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데이비스 조이스는 <하워드 진>에서 <미국민중사>를 두고 “하워드 진과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저서일 뿐 아니라, 1960년대를 휩쓴 각종 운동-민권운동, 반전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과 그것이 미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신좌파(New Left)’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민중사’라는 개념을 이해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의 역사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역사서적으로는 전례없이 1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역사를 바라볼 때, 선택과 강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 나는 아라와크족의 관점으로 본 미국, 노예의 관점에서 본 미국헌법, 체로키 인디언의 눈에 비친 앤드류 잭슨, 뉴욕의 아일랜드인들이 바라본 남북전쟁, 스코트 부대 탈영병의 관점으로 본 멕시코전쟁, 로웰 직물공장의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바라본 산업주의, 쿠바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국-스페인 전쟁, 루손의 흑인 군인들이 바라본 필리핀 점령, 남부의 농민들이 바라본 ‘도금시대(Gilded Age)’, 사회주의자들 눈에 비친 제1차 세계대전, 평화주의자들이 본 제2차 세계대전, 라틴아메리카 일용노동자가 본 뉴딜정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한된 시각으로나마 남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만부 이상 팔린 ‘미국민중사’

 

» 미군은 인간사냥을 즐겼다. 1901년 발간된 <동지>에 실린 필리핀 침략전쟁 항의 포스터.
<미국민중사> 첫 장에 나오는 이 유명한 구절은 하워드 진 역사관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강자나 지배자가 아니라 인디언, 흑인, 여성, 노동자 등 약자, 소수자, 외부자의 시각으로 그들의 반대와 저항,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줄곧 계급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 어떤 민주주의,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냐! “나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역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 역사란 언제나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나도 자신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나는 세상을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민중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싶다.”

 

데이비스 조이스는 <미국민중사> 외에 하워드 진의 첫번째 책 <의회의 라과르디아> 이후 <남부의 신비> <뉴딜단상> <베트남-철군 논리> <불복종과 민주주의-법과 질서에 대한 아홉가지 착각> <역사정칯학> <오만한 제국>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 전쟁을 말하다>(전쟁에 반대한다) 등을 순차적으로 훑어가며 하워드 진 사상의 실체를 파고든다.

 

<하워드 진>에 서문을 쓴 노엄 촘스키. “그의 글은 한 세대의 의식 전체를 바꿔놓았다. 그리고 역사와, 역사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바꿔놓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기사등록 : 2006-08-31 오후 07:25:59 기사수정 : 2006-09-01 오후 02:4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