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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차베스는 정녕 독재자인가 혁명가인가(프레시안 070202)

by 마리산인1324 2007. 2. 2.

 

<프레시안> 2007-02-02 오전 11:03:23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70202101710&s_menu=세계

 

 

차베스는 정녕 독재자인가 혁명가인가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33> '포고령 입법권' 현지 반응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중인 볼리바리안 대안운동(ALBA)과 21세기 신사회주의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입법부로부터 '슈퍼파워'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반대의견도 분분하다. 통치력을 강화해 독재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외신의 보도와 달리 현지에서는 베네수엘라 의회가 차베스에게 부여한 일명 '대통령 권한 강화법(Ley Habilitante)'은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것이어서 차베스가 베네수엘 의 입법·사법·행정의 전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도 두 차례 특별권한 부여
  
  현지 언론들은 차베스가 과거에도 두 차례나 이와 비슷한 특별권한을 부여받았지만 별 무리가 없었던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지난 1999년 베네수엘라 의회는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금융개혁을 위해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별권한을 준 예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2001년 살인적인 실업률을 잡기 위해 베네수엘라 의회는 경제·사회·금융, 공공 서비스, 교통, 물류 서비스, 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정책집행을 대통령 포고령만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법은 곧 바로 이어진 반차베스 쿠데타로 인해 유명무실하게 사장됐다.
  

▲ 국회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 권한 강화법령에 서명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정부

  이에 따라 차베스는 지난 1월 10일 취임사에서 볼리바르 혁명 경제개발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동을 선포하고 법령 개정을 촉구했었다. 차베스는 21세기를 위한 신사회주의 건설을 1차 목표로 수립한 5개년 경제개발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강화 특별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줄 것을 의회에 제안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의회는 지난달 31일 임시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차베스가 요구한 경제·사회안정, 에너지·통신 전력·,금융·국방 등 11개 부분에 대한 전권을 대통령이 18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사실상의 백지위임장을 차베스에게 부여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베스에게 전권을 위임한 대통령 권한 강화 특별법은 (1) 도덕적이고 능률적이며 합리적인 국가체제 개혁에 관한 사항 (2) 경제와 사회발전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참여에 관한 사항 (3) 공무원 부정부패 추방을 위한 공공기관 도덕성 확립 운동에 관한 사항 (4) 각종 대중운동과 교육·보건분야 투자와 소득분배에 관한 경제정책 집행분야 (5) 금융과 세제 시스템 현대화에 관한 정책 (6) 사회안정과 사법권 독립에 관한 정책 (7) 과학 기술 개발을 위한 산업정책분야 (8) 국경통제에 관련된 정책 (9) 국방관련 업무와 군 현대화 계획 (10) 각종 인프라 투자 사업 (11) 에너지 관련 국유화 사업 정책 등에 관한 일체를 18개월 동안 대통령령을 통해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지 평론가들은 이에 대해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와 경제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령제정이 흔히 있어 왔다"고 전제하고 차베스가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려는 의도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을 아직은 '섣부른 결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지의 대다수 언론들도 "여당 일색(베네수엘라 야당은 지난 2005년 총선에서 선거를 보이콧 해 원내의석을 하나도 갖지 못했다)인 베네수엘라 의회가 볼리바리안 혁명 경제개혁 법안을 사안별로 심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개월이 필요한데 통과가 뻔한 혁명법안 심의를 놓고 괜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정석"이라고 확대해석을 유보했다.
  
  1년 반이 지난 후 차베스의 국정운영 실적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놓고 독재자인지 민중을 위한 진정한 혁명가인지를 따져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어디가 더 민주적인가"
  
  차베스 역시 의회가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준 것에 대해 "볼리바리안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현재 베네수엘라는 혁명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혁명법령을 민주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베스는 이어 "나는 거대한 혁명의 바람에 의해 끌려가는 연약한 갈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에게 부여된 '슈퍼파워'가 자신의 권력 강화가 아닌 국토개발과 경제발전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로써 차베스는 평소 자신이 주장해 왔던 신사회주의의 밑그림을 국회가 부여해준 백지 위에 자신의 의도대로 마음껏 그릴 수 있게 됐다.(차베스가 구상하고 있는 신사회주의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자가 지난해 12월 전망한 "차베스 사회주의는 유럽형 사회주의의 대안" 참조)
  
  한편 차베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적인 의회제도가 훼손된 것과 각종 에너지자원 국유화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 부시는 미국을 통치할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자"라면서 "자국 문제에나 신경 쓰라"고 일갈했다.
  
  차베스는 또 "만일 미국인들이 부시 행정부에 대한 국민소환투표를 밀어붙일 힘이 있다면 부시는 그 즉시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당신들이 독재자라고 일컫는 차베스에 대해 국민소환투표를 단행했다. 하지만 나는 건재하다" 고 큰소리쳤다. 자신과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민주적인 절차와 그 결과를 존중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차베스, 40억 달러 유전사업권 60%에 국가통제 선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서방 에너지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자국내 40억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사업 지분의 최소한 60%를 오는 5월1일까지 국가통제 하에 둘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자신에게 입법 권한을 부여한 이른바 '포고령 입법권' 법안에 서명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PDVSA)가 법안 통과로 베네수엘라 동부 오리노코강 중질유 개발사업권을 통제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베스는 또 사실상 '자신의 말이 곧 법'이 되는 이번 조치가 전력, 전화, 통신 등 주요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는 데 우선적으로 이용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오리노코 강 유전개발 사업에는 BP,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 필립스, 토탈 및 스타토일 등 미국을 비롯한 외국 석유 메이저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유전에 대한 구체적 국유화 시한 발표는 당장 미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 회사들이 국제규정에 따라 다뤄지기를 바란다"며 차베스 정부의 국유화가 일방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적극 표시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에너지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리노코 유전지대 국유화 계획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해칠 수 있는 "불안한 움직임"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차베스 정부가 오리노코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할 경우 4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약 위반으로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일 것임을 지적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외국 회사들의 우려로 인해 자신의 의지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데 있어 완전히 자유롭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