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스> 200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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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서 뛰노는 체험관광 |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여유롭게 하는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로 빠듯한 날들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자연으로 떠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일보다는 교회나 유치원, 학교에서 단체로 떠나는 일이 많다. 그래도 그 기회는 다른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갖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소백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소백산 등산을 목적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마을. 소백산에서부터 내려오는 계곡을 옆에 끼고, 풍요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마을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참 여유로워 보이는 농촌의 풍경이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곳이다.
한드미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입간판과 함께 정겨운 마을 풍경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유치원에서 놀아야 할 아이들이 이곳 소백산까지 어인 일일까? 아이들은 여행을 온 단체의 식구들이었다.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목소리가 왁자하게 들여왔다. 경로당 앞에 있는 다목적회관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뛰노는 아이들은 염소에게 풀을 먹이기도 하고, 잠자리와 개구리를 관찰하느라고 제각기 바빠 보였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과는 달라 보이는 아이들. 집에서는 컴퓨터나 게임기를 들고 있을 아이들이, 여기서는 동물들과 어우러지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치기놀이를 하면서 뛰어다니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염소 먹이도 제가 먼저 주겠노라고 다투어 줄을 서고, 감자를 캐러 가는 행렬에는 일등을 하겠다고 달음질을 친다. 더위 따위는 이들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감자를 캐러 간다며 체험 담당자인 김명화 사무장을 좇아 줄을 지어선 아이들은 곧장 부녀회에서 일군 밭에서 감자 캐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금세 땅에서 ‘와르르’ 쏟아지는 감자가 마냥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땅에서 쏙쏙 나오는 감자가 신기하지만 하고, 어른들은 맛있는 감자를 캐낸 사실이 마냥 뿌듯하기만 하다. 감자를 캐느라고 정신이 쏙 빠진 아이들, 그래도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벌써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언제 물놀이 가요?” 라는 말도 새어 나온다. 한드미마을의 산림문화회관 옆에 있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계획이라는 것도 벌써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되도록이면 편안하게 쉬면서도 기억할 만한 체험을 하나씩 안겨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인상 깊은 게 있었으면 그 여행은 재미있었다고 기억될 테니까요.” 정문찬 이장의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에 맞게,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에 맞게 농촌체험이나 생태체험을 골라가며 구성한다는 정 이장은 “이곳에 오면 이상하게도 어렸을 적에 했을 법한 놀이를 하더라도 너무나 즐거워들 한다.”고 덧붙인다. 이 마을이, 소백산 자락의 기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의 풍경은 충분히 사람을 동심에 빠지도록 만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잘 단장된 수영장에서나 수영을 해 봤을 아이들. 그러나 계곡에서는 더 배울 것이 많다. 김 사무장은 버들가지를 꺾어서 무엇을 만드느라 한창이고, 그 옆에는 한 체험객이 이를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들도, 김 사무장이 들꽃을 설명하면, 기억하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했다. 드디어 아이들이 물 속에 발을 담갔다. 더운 날에 계곡에 들어간 아이들이 어떠할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물장구를 치며 서로 더 깊은 곳으로 가려고 한다. 얼굴을 드러낸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의 소리가 계곡 물소리를 갈랐다. 그 와중에도 메뚜기를 발견한 아이는 메뚜기와 이야기라도 하는지, 한참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것이 자연 속의 아이들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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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계곡 물에 더위를 식히고 난 뒤에 아이들이 간 곳은 옥수수삼굿구이를 하는 곳. 커다란 구덩이를 두 개 파 놓고, 한 곳에는 불을 지펴 놓았다. “뜨겁다, 조심해!”라는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구덩이를 들여다 보던 아이들은 옥수수를 고르라는 말에 경쟁이라도 하듯 껍질부터 벗긴다. 껍질을 벗기면 안 되는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풍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정 이장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쪽 구덩이에 옥수수를 넣고는 ‘삽질’을 하라는 소리에, 힘 깨나 쓰는 장정이라도 되는 듯이 삽을 들겠다는 아이들. 하지만 어른들의 몫이었다. 옥수수 구덩이를 덮고, 이번에는 불을 지핀 구덩이를 덮었다. 여기저기서 연기가 새어 나오자 정 이장의 목소리가 바쁘다. “연기가 안 나오게 해야지요!” 나중에 먹을 옥수수를 익히는 삼굿구이지만 입맛을 다시는 아이들 속에서 어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미 있다고 삽으로 흙을 퍼 담았다. 땀이야 흐르건 말건 연기가 새어 나올 기세만 보이면 푹푹 흙을 담아 나르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믹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즐거웠다. 정 이장은 “옥수수뿐 아니라 고구마, 밤, 단호박 등을 넣어서 익힐 때도 삼굿구이를 하면 맛이 더욱 난다.”며 ‘한드미웰빙작곡밤호박밥’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야말로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었으니, 한 번 먹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삼굿구이로 익힌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이번에는 ‘요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오색수제비 만들기’. 오늘 점심이 수제비인 것은 틀림없지만, 오색으로 물들인 반죽을 떼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야 수제비를 먹을 수 있단다. 밀가루반죽은 검은콩으로 색을 낸 보라색도 있고, 겨자나 단호박으로 색을 낸 노란색도 있다.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색깔의 수제비 반죽을 떼어 놓으면, 아이들이 손으로 떼어서 재미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 요리도 하면서 놀이도 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이색적인 수제비도 맛있어 하며 어느 때보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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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드미마을의 체험관광은 혼자서 주관하는 게 아니다. 이장을 비롯해 사무장과 마을 부녀회, 각종 체험을 담당하는 마을 주민들의 협동 없이는 농촌관광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체험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이런 체험이 처음이라고 했다. “놀기도 하고, 농사체험도 해 보고 하니까 너무 좋네요.” 한드미마을의 시간은 다른 곳보다 빨리 흘렀다. 재미 있는 것들이 많아서인지 하나라도 하고 나면 금세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이곳을 찾은 체험객들 역시 ‘크고 대단한 것’보다는 ‘작고, 재미 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가는 듯했다.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촌 체험관광의 앞날을 그릴 수 있는 것 같아 한층 흐뭇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