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동체운동센터> 2004/03/15
유전자 조작 식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박병상/생명윤리․안전 연대모임 사무국장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기억하십니까?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알츠하이머, 즉 치매 증세로 시달리다 죽는 불치병,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시민들을 경악시켰던 무서운 질병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기억나지 않는다구요? 그러시다면 '광우병'은요. 뇌가 스펀지처럼 푸석푸석해져 죽는 소의 치명적인 질병, 소가 치매 현상을 보이며 죽는 광우병은 생각나신다고요? 그렇다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병,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모르세요? 네~ 이제 기억하시는군요.』
광우병은 양의 내장을 가공한 특이 사료를 먹인 소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 내장을 먹여, 내 목장 소의 몸집이 단시일 내에 불어난다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사람들이 먹지 않는 양의 내장을 사료로 활용해서 좋고, 좋은 값으로 소를 내다 팔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탈이 될지 특이 사료를 먹이기 시작할 당시로서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양의 내장을 먹이지 않은 소가 오히려 적을지 모른다. 양의 내장을 먹은 모든 소에게 광우병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 농장의 소들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지만 죽여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어린 소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농장은 파산이다. 일단 30개월이 넘은 소부터 죽여야 한다. 증세가 나타날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기 때문이다.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의한다고 추정한다. 프리온에 감염된 양의 내장을 먹은 소는 광우병에 걸리고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먹은 단백질로 병이 옮겨진다고? 입에서 넘어온 단백질은 위와 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 체내로 흡수될 텐데 어떻게 병이 전염될까? 이제까지 알고 있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혐의를 둔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물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소는 일제히 도살해야 하지만 아무데서나 죽여서는 안된다. 도살장도 안된다. 프리온이란 단백질은 800℃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까닭에 소각장 소각로에 넣어야 한다. 적당히 죽인 사체를 땅에라도 묻는다면 지하수를 통한 2차 감염이 우려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던 대다수 영국인들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고통받다 숨을 거둔 어린 소녀와 청년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웰던(well done)보다 레어(rare) 스테이크를 즐겨 먹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잠복기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는 그 무서운 병에 아무도 예외임을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리온은 단순히 단백질로 그칠까? 과문한 탓으로 그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지만 평범한 단백질은 아니라 생각한다. 생물학 전공자의 상식으로 보아 프리온은 특별한 유전자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혹시 그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자는 아닐까?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생명공학은 곧 돌연변이를 양산하는 과학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복잡다기한 생태계의 얼개 속에 고유의 생태적 지위(ecologicsl niche)를 확보할 때까지, 즉 우여곡절의 적응 험로를 거쳐 진화, 생존해 오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축적된 유전자와 그 기원이 다른 유전자를 돌연변이 유전자라 통칭할 수 있다. 방사선이나 자외선, 유기화학물질 등에 의한 강력한 자극으로 DNA 염기에 변화가 생겨 생물종 개체의 체내에서 발생되는 자연적인 돌연변이 유전자도 상정할 수 있지만 그 생명체에 없던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삽입되었을 경우, 그 유전자 역시 돌연변이 유전자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현재의 생태계에 불리하다. 자연적인 돌연변이 유전자는 대개 유전적 열성으로 발현된다.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보인자였던 양친의 열성유전자가 우연히 만나 돌연변이 형질이 발현될 경우 현 생태계에서 도태압력을 받을 것이다. 수많은 유전병이 그를 잘 웅변한다.
실험실에서 합성된 인위적 돌연변이 유전자도 자연 상태에 보통 불리하다. 자연 상태에 불리하다고, 어떤 가능성을 바라고 큰돈을 들여 합성한 유전자를 실험실에 머물게 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투자비도 건지지 못할 지 모른다. 따라서 공장이든 경작지든 내 놓아야 할 텐데 아무런 조치 없이 유포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킬지 모른다. 도태될 가능성이 높지만 생태계를 혼란시킬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람들은 특별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사전에 충분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데 문제는 어떤 연구를 어느 만큼 수행해야 충분한지 현재로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속성상 하루속히 실험실을 벗어나고 싶을 텐데 얼마나 충실한 사전 연구를 수행할지 미덥지 않은 점도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다. 그러한 인위적인 돌연변이 유전자가 수도 없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생명공학 연구실에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양산되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선도연구비, 소위 G7 프로젝트라 하여 다른 방면에 비해 비교적 거액의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들은 경쟁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양산에 몰두하고 있을 텐데 그 유전자를 실험실에 머물게 해서는 돈이 안되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생태계에 내놓으려 할 것이다. 많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한꺼번에 생태계로 쏟아져 나올 때 우리의 현 생태계는 안녕할 수 있을까?
1. 생명공학 연구 이전의 문제
정수기와 에어컨을 갖는 사람은 상수원의 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할 수 있다. 집진시설, 질소와 황 산화물, 다이옥신 제거 시설을 가동하는 석탄 화력발전소나 쓰레기소각장은 대기오염 전광판의 수치에 자유로울 수 있다. 각종 환경 설비를 완벽하게 가동한다고 해서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내 집에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제거해 주는 값비싼 정수기와 에어컨, 지역 사회에 지탄받을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공장이나 발전소의 덩치 큰 환경 설비들은 말초적인 오염 현상을 제거해 줄 수는 있어도 환경오염의 근본 문제에는 결코 접근하지 못한다.
산업화 도시화가 확대될수록 인구는 증가하고 기계문명에 물든 인구의 소비성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원은 부족하다. 소득과 자원의 배분이 고르지 않는 한, 늘어난 인구의 소외된 계층은 늘 배가 고프다. 녹색혁명으로 초기 소출이 늘어났지만 단작의 영향으로 지구촌의 식단은 단조로워지고, 식단이 단조로워지는 대신 육류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식량은 다시 부족해진다. 이미 늘어난 인구가 더욱 팽창하는 만큼 배고픈 인구도 더불어 늘고 있다. 의료과학의 발달은 인구의 평균수명을 연장시키지만 대기오염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가 확산되면서 각종 질병은 그 정도를 더한다. 환경오염은 의료산업 발달을 촉구하고 배고픈 인구는 식량 공급을 요구하지만 농약중독에 걸린 한정된 전원은 증산은커녕 감산이 우려될 지경이다. 의료 수준이 발달되고 평균수명은 연장되었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등장한 생명공학은 난마처럼 얽힌 각종 문제를 그 근본에서 치유해 줄까?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만큼 자금을 투여하는 생명공학은 미래의 식량난 해결, 질병 해소 및 수명 연장,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고상한 이념을 들고 나오는데 상업주의로 무장된 다국적 기업과 생명산업 군단은 돈 안되는 제반 근본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려 할까? 돈 되는 연구에 몰려드는 연구자에게 막대한 연구비를 공여하는 주체는 현재 환경에서 질병에 허덕이고 굶주리는 인구가 아니다.
현재 생명공학의 주요 연구 과제는 식량이 남아도는 이 시대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질병에 노출되고 만성적 기아에 허덕이는 제 3세계 인구를 위해 설정되어 있지 않다. 부자들의 식도락과 식량 공급자의 편의에 충성하며 생태계 회복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제 3세계 인구의 수명은 위생과 관계 있고 위생은 생태계 파괴와 밀접하며 기아는 분배와 무관하지 않다. 제 3세계가 그렇게 된 원인과 책임은 현재의 다국적 기업과 그 선조인 제국주의에 있다.
에어컨 사용이 늘면 화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고, 화력발전소가 늘면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구는 더욱 더워진다. 이때 눈부신 최첨단 과학기술이 앞장서서 더욱 강력한 에어컨을 공급해 주면 더위 문제는 끝장날까? 지구 온난화로 더워진 지구를 에어컨으로 식힐 수 없듯이 부자들의 말초적 증상을 치유하려 하는 생명공학으로 식량문제 의료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생명공학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을 잘 활용한다면? 어쩌면 식량의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생태계도 회복될지 모른다. 생태계를 위협하면서까지 유전자를 조작하려 하는 생명공학은 불필요하게 될지 모른다.
2. 생명공학 연구 과정상의 문제
생명공학에서 제시하는 고상한 목표 중 미래의 식량 부족을 해결할 것이라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특정 생물종이 갖는 특수한 생태계에서 효과적으로 발현되었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적출하여 제 3의 생물종에 삽입하였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모든 생물체에는 면역이라는 자기 방어력이 있다. 외부에서 삽입돼 들어오는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거부반응을 과학기술로 피해 유전자 조작에 성공하였을 경우라 할지라도 그 작물로부터 얻은 식량이 그 식량을 먹는 다른 생명체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을 연구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 채택되지 않았지만 OECD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은 식품첨가물 안전성 평가에 비해서도 느슨하게 되어 있는 등, 실험실 규제조항이 미지근하다고 한다. 동물 독성 실험 조항도 없으며 실험 과정에서 사용되었거나 희생된 생물의 처리 과정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조작된 유전자로 오염된 희생물이므로 광우병 걸린 소와 같이 소각 처리해야 할 텐데 그러한 강제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곡물의 경우 결국 야외 실험을 거쳐야 할 텐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된 곡물을 외부 생태계와 완전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실험농장 인근의 보통 곡물과 화분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야외 실험 단계의 연구 결과를 생태계에 방출한 이후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도 상정할 수 있다. 실험농장의 현재 환경이, 방출된 생태계의 변화무쌍한 환경과 일치할 가능성이 오히려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전자 조작 곡물의 안전성을 실험 단계에서 확신하기 어렵고, 만에 하나 예기치 않았던 현상이 생태계에 발생할 경우 수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3. 생태계 방출 이후의 문제
최근 듣도 보도 못한 질병, 잊혀졌던 과거의 질병, 다른 지역의 토착병, 병원성으로 돌변한 미생물로 인한 질병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창궐하고 있다. O-157 대장균, 조류독감, 살 파먹는 박테리아,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 않는 슈퍼균, 뎅그열병, 페스트, 천연두, 더욱 강해진 폐결핵 등이 그것으로 이런 질병이 요즘 와서 만연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유전자의 방출과 무관하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장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인근에서 재배되는 근연종에 전이되면서 지역의 식품 다양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전이로 근연종의 성장이 저해되고, 유전자 조작된 곡물을 먹은 곤충에 이상이 생기자 먹이사슬에 따라 이상이 전파되어 생태계 전반에 수습하기 어려운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된 유전자 조작 식품이 토양과 수생 미생물에 변형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연 상태에 적응 분포하는 근연종의 보통 유전자에 비해 불리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태계에 방출될 경우, 유전자 조작종이 보통 종과 수정되어 돈 들여 심은 유전자 조작종의 순수성이 희석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므로 경작자는 돌연변이 유전자끼리 교배시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강제로 지속시켜야 하고 돌연변이 유전자가 유리한 환경을 억지로 유지시키기를 원할 것이다. 경작자는 대개 종묘상에 의존하게 될 텐데, 이때 비용 부담이 따른다.
특정 농약에 저항성이 있는 종묘가 있다. 파종하기 전에 특정 농약을 흠뻑 뿌려 두면 김을 매거나 별도의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그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이듬해에도 같은 종묘를 파종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특정 농약이 토양에 잔류하는 한 그럴 수밖에 없어 결국 단작으로 치닫게 하는 서글픈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만일 이러한 종묘에 저항하는 해충이 새롭게 출현한다면? 농장은 이내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이미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종묘상은, 받은 씨앗으로 다음해 발아가 불가능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불임씨앗을 공급할 수도 있다. 씨앗의 종주권을 다국적 기업에게 이미 빼앗긴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종묘상에게 특정 종묘를 의존하게 되면서 백성들의 식탁주도권은 결국 종묘상의 입김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
생명공학으로 정상 개체보다 크게 성장시킨 소위 슈퍼 동물은 생명공학자들이 주장하는대로 동물성 식량 생산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 줄까? 비정상적으로 성장된 동물에게 심한 신체 이상이나 불임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음은 차치하고, 슈퍼 동물이 식량증산과 무관함을 상기하고자 한다.
슈퍼 동물은 뻥튀기 동물이 아니다. 또한 서식할 만한 생태적 지위는 자연 상태에 존재할 리 없다. 따라서 생태계에 방출하지 못하고 양식이나 사육에 의존해야 할 텐데 그 경우 많은 비용이 뒤따른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슈퍼 미꾸라지의 경우 보통 미꾸라지의 40배 크기인 400g까지 성장하지만 보통 미꾸라지보다 최소한 40배 이상의 먹이를 먹여야 하고 그 이상의 배설물로 양식장 주변 수질을 오염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슈퍼 동물을 먹은 사람은 괜찮을까? 슈퍼 유전자가 전이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바이러스 DNA가 쥐의 장을 통과하고도 파괴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되는 마당이다. 장내 세균에 이상은 발생하지 않을까?
이미 누 차례 보고된 바 있는 알레르기 현상을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알레르기는 일종의 면역 이상 증상이다. 현재 보고된 증상이 미미하다고 앞으로도 계속 미미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유전자는 환경 변화에 따라 다르게 발현할 수 있고 다음 세대에도 전달되는 까닭이다. 퇴비를 빨리 만들도록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가 토양미생물을 몰살시킨 사례, 제초제 저항성 곡물이 그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슈퍼 잡초를 발생시킨 사례, L-트립토판 사건과 같이 수십 명의 사람이 죽은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과거의 사례가 아니다.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웅변하는 사례이고 앞으로 더욱 큰 위험을 노출시킬지 모른다는 강력한 경고인 것이다.
4. 후손에게 연장될 문제
우리밀을 포기하자 수입밀 업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가여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기준치의 130배 이상 농약이 검출된 수입밀을 되돌려 주지 못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비록 외국 농약에 절었지만 수입밀을 사료로 전용했으므로 할만큼 했다고 당국은 손을 털었지만 그 사료를 먹은 가축을 결국 우리가 먹었을 것이다.
최근 종묘 주권을 되찾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서 배어 나오지만 그 역시 상업주의에 기원한다. 진정한 종묘 주권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촌의 농부에게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급자의 입맛에 충성하는 생명공학은 그럴수록 농촌의 생산자와 상극으로 남을 것이다. 식량의 자급자족은 그만큼 요원해지고 식량안보라고까지 일컫는 식량주권은 백년하청일 것이다.
생태계의 기본도 무시하고, 일부 목소리 큰 생명공학자들은 유전자 복제로 생태계를 회복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이는 야생에 익숙하지 못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스컴의 카메라를 위해 사육장의 꿩을 생태계에 방사하는 행위와 같을 것이다. 복제된 생물이 생태계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 유전자 복제된 생물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까닭에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시켜 주어야 하는데 가축이나 작물은 온실이나 축사로 가능하겠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최근 산삼과 소나무 복제 기술을 개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복제된 산삼과 소나무를 생태계에 풀어놓을 경우 그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무너질까 겁난다. 이러다가 지금도 열악한 우리의 생물종 다양성까지 침해될까 두렵다.
유전자 조작은 당 세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유전된다. 돌연변이 유전자에 특허권을 가진 특정 업자들은 대대로 큰돈을 벌어들일지 모르겠지만 그 돌연변이 종자를 계속 심어야 하는 농촌은 대대로 종속될 것이고 식탁주도권을 잃을 시민들의 식탁은 대대로 단조로워질 것이다.
식탁주도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종과 종 사이를 이동시켜 얻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태계의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점쳐질 수 있기 때문이고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입으로 또는 피부로 인체에까지 침투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유전자 조작이다. 생태계에 방출된 유전자는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누구도 점칠 수 없다. 다음 세대가 될지 몇 세대 건너 뛴 세대가 될지 현재로서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유전자와 환경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5. 마치는 글
돌연변이는 진화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일반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는 현재 환경에 유해하지만 환경이 변하게 되면 유리할 수도 있다. 변화된 환경에 유리한 돌연변이 개체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드디어 진화에 이르게 되는데, 진화는 낭만적인 결과일까? 어떤 돌연변이든 현 환경에 불리할 것이다. 다시 말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대부분의 개체들은 현재 생태계에서 건강할 수 있지만 돌연변이 유전자가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살아남은 개체에게 진화는 낭만일지 모르나 원래 환경에서 건강했던 대부분의 개체들에게는 재앙이라 해야 한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공학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양산하여 결국 방출할 것이다. 우리의 환경이 이대로 유지될 수 있다면 돌연변이 유전자가 만연된다고 해도 열성일 터이므로 일부 개체에 국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환경, 우리 생태계는 이 시간 보전되고 있을까? 30년 전 지금의 환경을 예측할 수 없었듯이 30년 후의 환경을 예측할 수 있을까? 생명공학이 우리 후손의 환경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은 돈과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물론 포함한 세계 도처에서 거액을 투여하며 활발하게 연구 중인 생명공학이란 과학기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게 성공하면 몇 억 달러가 보장된다는 식의 달콤한 약속이 함께 하는 것이다. 돈을먼저 생각하는 생명공학에 식량증산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자들의 식도락과 다국적 기업의 편의가 배고픈 난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 줄 것으로 믿고 기다려야 하나.
아이를 낳고 산모는 "우리 아기 괜찮아요?"하고 묻는다고 한다. 선천성 기형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각종 유해물질, 환경오염, 스트레스에 피할 수 없었던 산모들의 당연한 질문이 아닐까 한다. 인위적인 돌연변이 유전자가 차고 넘칠 시대에 산모는 무슨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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