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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경향신문 070216)

by 마리산인1324 2007. 2. 16.

 

<경향신문> 2007년 02월 15일 18:22:1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2151822101&code=960207

 

 

[책읽기 365]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산골 작은 마을에서는 늘 농악판이 벌어졌다. 이사를 들 때도, 농사 일이 다 끝날 때도, 명절이 돌아올 때도 마을에서는 풍악소리가 산천을 울렸다. 누가 전문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누구는 장구 잘 치고, 누구는 소고, 누구는 꽹과리를 잘쳤다.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다 나름대로의 일에서 나온 몸짓과 춤으로 굿판에 신명을 보탰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쟁기질 잘하고, 누구는 모를 잘 심고, 누구는 또 고기를 잘 잡았다. 아버지가 논에 가시면 어머니는 밭에 가시고, 할머니는 집안에서 돼지 밥 주고, 어린 나는 학교 갔다 오면 소꼴을 베었다. 마을일도 다 그렇게 했다. 마을 사람 모두 완전고용이 이뤄진 그 마을은 모든 권력이 낳은 부패가 없는 작은 공화국이었다. 농사 일에 따라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지만 그 싸움이 한 마을에 살아야 하는 아름다운 공동운명체의 인연을 완전히 갈라놓지는 못했다. 같이 먹고 일하면서 놀았던 ‘그 곳’은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거대자본의 세계화는, 우리 인간들의 희망과 아름다운 공동체인 자연을 망가뜨리고 채워지지 않을 욕망과 탐욕의 길로 과속질주하는 기차가 틀림없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이 열차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단 말인가. 우리 인류의 사상과 철학, 지식은 이제 낡았다. 병들고 뒤틀린 물질문명이 극대화된 이 야만성에서 새로운 가치와 희망의 선로를 찾아야 한다.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사)는 미래를 향해 열린 또 다른 희망의 환한 창이다.

〈김용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