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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성서 논쟁’ 도올, 은혜공동체교회서 초빙설교(한겨렛신문 070305)

by 마리산인1324 2007. 3. 15.

 

<한겨레신문> 2007-03-05 오전 08:09:37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94275.html

 

도올 “황제의 종교 버림받을 수 있다” 기독교 비판
 ‘성서 논쟁’ 도올, 은혜공동체교회서 초빙설교
“새로운 해석 무시하고 분열만…찬송가 들으니 눈물”
‘예수’이름으로 마무리기도 “패거리의식 벗고 하나로
한겨레  조연현 기자
»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은혜공동체교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강단에 올라선 도올이 한국 기독교가 편협한 모습에서 벗어나 사랑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구약 폐기론’을 제기해 ‘성서 논쟁’을 촉발한 도올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가 이번엔 교회 설교자로 초빙돼 “한국 기독교가 편협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설교는 4일 오후 2시 서울 회기동의 작은 상가건물에 세든 은혜공동체교회에서 이뤄졌다. 100여명의 청년 신도가 자리를 메웠다. 담임 박민수 목사가 <한겨레> 인터뷰를 보고 도올을 초청했다고 소개했으며, <진리가 주는 자유> 등 다섯 곡의 찬송이 이어졌다.

 

강단에 오른 도올은 “여러분의 찬송가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며 한동안 목이 메었다. 도올은 “신심이 깊었던 어머니가 생각나고, 천안의 내 집 인근에서 한 손에 희랍어 성경을 들고 한 손엔 호미를 들고 있던 함석헌 선생이 떠오른다”며 “내 어린 시절엔 철저히 역사를 성찰하고, 우리 민족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깨워주는 분들이 있어 교회에 가는 게 감격이었다”고 회고했다.

 

강단 올라 한동안 목 메어…“어린 시절 교회 가는 게 감격”

 

그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 가서 설교를 듣기보다는 등산을 가서 물소리 새소리를 듣는 게 참다운 예배라고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아무리 잘난 척해 봐도 인간은 인간이고, 변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절망적인 인간이 무엇인가 희망을 바라보기 위해 종교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앙 간증 성격의 고백에 이어 도올은 <요한복음 강해>(도올의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이자 최근 저작의 제목)에 대한 보수 기독교의 태도를 비판했다. “새로운 해석을 했으면 ‘저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라고 여기고 스스로를 새롭게 하려고는 하지 않고, 분열만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께서 유대의 지도자 니고데모에게 거듭나지 않으면 나를 볼 수 없다고 했듯이 새롭고 거듭나지 않으면 썩어버린다”며 거듭남의 중요성을 연이어 강조했다.

 

» 은혜공동체교회 교인들이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교회 예배실에서 구약폐기론으로 '도올 성서 논쟁'을 불러 일으킨 김용옥 교수의 설교를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구약폐기론으로 '도올 성서 논쟁'을 불러 일으킨 김용옥 교수가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은혜공동체교회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민족 시련 이겨내는 데 희망…편협 치달으면 유교처럼”

 

도올은 “헤겔이 동양은 ‘정체의 왕국’이고 서양만이 새로워지는 문명이라고 했는데, 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고 동양이야말로 끊임없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우리 민족은 원래 샤머니즘이나 풍류도를 따르다 불교를 온전히 받아들였고, 그런 불교를 버리고 조선 500년간 유교를 받아들였고, 그런 유교를 버리고 지난 1세기 동안 기독교를 꽃피울 만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거듭나고 변화를 추구하며 정체되는 것을 싫어하고 진리를 추구하지, 특정한 종교에만 미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제의 핍박을 받던 우리 민족이 기독교를 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성서의 시대적 배경인 로마로부터 지배당하던 팔레스타인 지역의 상황과 비슷해 민족적 시련을 이겨내는 데 기독교가 희망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도올은 그러나 “기독교를 보편주의로 받아들였는데, 기독교가 보편성을 잃고 편협한 모습으로 치닫는다면 유교처럼 버림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구약폐기론으로 '도올 성서 논쟁'을 불러 일으킨 김용옥 교수가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은혜공동체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초기엔 예수님 말씀만…성경 매달려 반목하는 건 반기독교·반성령적”

 

도올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도 짚었다. 그는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자신을 포도나무로 비유한 것에 대해 “예수님이 말한 포도나무는 하나님과 예수와 여러분과 모든 민족, 이슬람, 불교 등까지 함께 거하는 우주적 생명공동체로서 나무”라며 “그런데 마치 로마 황제가 심은 단 한 그루의 나무인 것으로 착각해 로마 황제가 공인한 성경에만 매달려 편협하게 서로 나누고 증오하고 반목하는 모습이야말로 반기독교적이고 반성령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올은 이와 함께 “3세기까지 성경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초기 교회에선 여러 가지 텍스트는 있었지만 3세기까지 단일한 체제로서 성경이란 이름의 경전은 존재하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만 있었다는 것이다. 도올은 “기독교가 313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받으면서 변질돼 황제의 종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받으면서 변질돼 황제의 종교로”

 

도올은 신도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1시간의 설교를 마친 뒤 “질시와 배타와 반목의 좁은 패거리 의식에서 벗어나 당신의 품 안에서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진리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이 민족을 이끌어 달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다. 그는 자신이 이날자로 펴낸 <기독교성서 이해> 100권을 교회에 기증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