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7년 3월 23일 (금) 04:36
80억대 돈벼락 맞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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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 2리는 2003년 정보화시범마을로 지정됐다. 3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컴퓨터 100대가 들어오고 마을정보센터까지 지었다. 그러나 정작 농산물 전자상거래 실적은 156만원이 고작이었다. 22일 황태로 이름난 인근 용대 3리의 황태촌 휴게소. 2002년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로 뽑혀 강원도에서 5억원을 지원받아 지은 건물이다. 그러나 휴게소 매점 직원은 "지난해 5월 미시령 관통도로가 개통되면서 속초를 찾던 관광객이 확 주는 바람에 장사가 잘 안 된다"며 "월급받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구 1452명인 용대 1~3리에는 그동안 70억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됐다.
#3 충남 홍성군 문당리는 2003년 녹색농촌체험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주민들은 정부에서 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농촌체험시설의 하나로 황토찜질방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주민들만 찜질방을 이용할 뿐이다. 이 마을 박모(38)씨는 "농촌체험마을이 5년 전 18개에서 190개로 늘어나는 바람에 경쟁이 심해지고 관광객도 잘 안 온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든 황토찜질방이 주민 편의시설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4 충북 단양군 어의곡리는 멀쩡한 슬레이트 지붕을 뜯어내고 기와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시멘트 담은 돌담으로 교체되고 개울가엔 빨래터도 복원됐다. 농림부는 고작 310가구인 이 마을에 2004년부터 66억5000만원을 쏟아 붓고 있다.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농촌다운 농촌'을 목표로 한 정부 '농촌종합대책' 중 하나다. 이 마을은 1997~2000년에도 산촌종합개발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18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사업을 주관한 산림청은 마을길을 내주고 산림문화회관.도서관까지 지어줬다. 하지만 문화회관과 도서관은 찾는 사람이 없어 평범한 마을회관으로 슬그머니 둔갑했다.
균형발전이란 이름 아래 어처구니없는 실험이 농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농어촌개발사업을 반영하면서 119조원 규모의 종합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짜임새 없는 계획으로 국민 세금이 술술 새고 있다. 우선 부처별로 중복되거나 이름만 다른 사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한 마을에 3개 부처 6개 사업이 한꺼번에 몰려 9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돈벼락 맞은 마을'이 탄생할 정도다.
22일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어촌 지역개발.복지분야 지원체계 효율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의 정주기반확충사업과 농림부가 관할하는 오지종합개발사업은 흡사한 내용이다. 둘 다 농로 확장이나 포장이 핵심이다. 농촌체험관광사업도 마찬가지다. 6개의 다른 부처가 19개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행자부의 소도읍개발.오지개발.도서개발사업이나 농림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과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도 내용이 유사하다.
행정 혼선도 문제로 지적됐다. 생활용수의 경우 면 단위는 환경부, 마을 단위는 농림부가 개발을 맡고 있다. 하수도도 면은 환경부, 마을은 행정자치부 소관이고 소하천 정비는 소방방재청 담당이어서 손발이 맞지 않는다.
정경민.박혜민.윤창희 기자, 인제군=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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