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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상 여행

[스크랩] 지상 최고의 환경도시, 꾸리찌바

by 마리산인1324 2007. 5. 3.
 
[스크랩] 지상 최고의 환경도시, 꾸리찌바 
외국여행 | 2007/05/03 (목) 23:41
 
'땅 위의 지하철' 첨단 버스 시스템…
'꽃의 거리' 보행도로…170㎞ 자전거 전용도로망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州)의 주도(州都)인 꾸리찌바시는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남서쪽으로 약 8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제3세계의 전형적인 대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국제 사회가 이 도시에 보내는 찬사와 평가는 정말로 대단하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타임)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국제 사회의 높은 평가 덕인지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이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과 같은 중앙부처는 꾸리찌바를 간선급행버스(BRT: Bus Rapid Transit) 시스템과 그린 시티(Green City)의 모델 도시로 생각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많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대중교통 개혁이나 생태ㆍ환경도시 개발의 한 모델로 삼고 있다.
 
▲ 식물원 전경
 
재활용품 쓰레기를 학용품과 교환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꾸리찌바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도시의 대중교통 체계와 함께 환경ㆍ생태 관련 분야에서의 탁월한 업적을 보면서 매우 놀란다. 그 가운데 특히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영역이 쓰레기 정책이다.
 
꾸리찌바는 1980년대 후반부터 몇 가지 혁신적인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주민들이 모아온 재활용품 쓰레기를 학용품이나 식품백(bag)과 교환해 주는 ‘녹색 교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 빈민들에게 경제적 편익을 줄 뿐만 아니라 꾸리찌바와 주변 농촌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 과일 등 소농(小農)의 잉여농산물 처리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꾸리찌바시 근교인 캄푸마르고의 단결농장에 입지한 재활용공장에서는 알코올 중독자와 극빈층 사람들에게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일로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는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더미에서 골라낸 시시콜콜한 생활소품에서부터 누렇게 변한 사진, 동전 및 지폐, 그림, 가사용품 등을 전시하는 ‘쓰레기 아닌 쓰레기 박물관’이 있고 ‘작은 학교’라 불리는 어린이 환경교육 교실도 있다.
 
▲ 원통형 정류장 모습
 
환경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러한 노력은 하천 관리와 공원ㆍ녹지 조성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1971년에 주민 1인당 불과 0.5㎡의 녹지만을 보유한 황폐한 도시였던 꾸리찌바가 오늘날엔 주민 1인당 55㎡의 녹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수치의 네 배 이상이나 되는 면적으로 선진국의 도시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1970년대 초반에 시장이었던 자이메 레르네르는 시 정부가 도시 전역에 나무를 심고 그늘을 마련하면 사람들이 그곳에서 물을 얻는 ‘그늘과 신선한 물’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꾸리찌바는 하천과 그 주변 지역을 토지이용 법률에 따라 개발을 규제하여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홍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 인접 지역에 공원을 개발하고 유수지 역할을 하는 호수를 조성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브라질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이과수 공원, 바리귀 공원, 사웅 로렌소 공원 등 숱한 공원과 동물원, 자연림, 조깅 코스,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하천개발 하면 으레 무분별하게 하천을 바르게 펴고 호안(護岸)을 시멘트로 피복하고 둔치에 놀이공간을 만든다. 아울러 하천변 식생대를 주차장이나 하상(河上)도로로 개조함으로써 자연을 크게 훼손하는 반(反)환경적인 하천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중굴절버스로 270명 승객 수송
꾸리찌바는 버려진 채탄장과 석산(石山) 개발이 끝난 부지에 복원사업을 벌여 탕구아 공원과 오페라 하우스, 환경개방대학 등을 조성하고, 쓰레기 투기장을 식물원으로 개조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꾸리찌바는 도시 전체가 자연 건축물로 채워졌다. 그 결과 도시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새와 곤충, 동물들이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또 꾸리찌바시는 1970년대 초부터 30여년 동안 지속된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혁신적인 버스교통 시스템의 발전을 통해 도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5개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건설했고 이 양 끝에 대형 환승터미널 그리고 각 급행버스 노선을 따라 대략 1.4~2㎞마다 중형 환승터미널을 만들어 신문가판대, 공중전화, 소규모 상업시설 등을 배치했다. 승객들은 총 25개의 이 환승터미널을 이용해 간선교통축을 달리는 적색(급행)버스로부터 중심도시 외부 지역으로 순환하는 주황색 지선버스로 환승할 수 있고 주변의 근린지구를 연결하는 녹색지구간 버스로도 환승할 수 있다.
 
1991년에는 승객들이 버스를 타기 전에 요금을 지불하는 원통형 정류장을 갖춘 ‘직통 급행버스 체계’를 도입했다. 원통형 정류장에는 버스 승강대와 동일한 높이의 플랫폼과 장애인들이 쉽게 승ㆍ하차를 할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가 구비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승ㆍ하차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엔진의 공회전을 줄여서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데다가 보통의 가로에서 운행하는 완행버스와 비교해볼 때 세 배나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또 지하철 건설비의 80분의 1 내지 100분의 1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시속 30㎞의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꾸리찌바 교통량의 약 30%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1992년 12월에는 한 번에 27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이중굴절버스를 도입했다. 이 버스는 5개의 문이 있어 승ㆍ하차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은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건설비와 운영ㆍ관리비가 현저하게 적어 시 재정의 건전화에도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 중형 환승터미널에 도착한 이중굴절버스
 
버스비 한 번만 내면 환승은 무제한
1979년에는 ‘사회적 요금 제도’라 불리는 아주 혁신적인 버스운임 체계를 도입했다. 단일요금(버스요금은 65센타보로 원화로 약 690원) 체계를 채택하여 단거리 승객들이 교외 빈민가나 위성도시로부터 장거리 통행을 하는 승객들을 보조하는 이 방식은 버스요금을 한 번만 내면 터미널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환승을 자유롭게 무한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저렴한 요금으로 완벽하게 통합교통망이 운영되는 데는 1963년 시청에 의해 설립된 URBS라는 공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버스 시간표 및 운영 횟수 계산, 새로운 버스노선 개발, 필요한 버스 수의 결정, 시스템 운영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운전사 및 차장의 교육훈련 등 버스 운영의 전분야를 관장하는 URBS는 민간회사들이 운행한 ㎞ 수에 따라 버스요금을 10일 후에 지불한다.
 
꾸리찌바시는 이상과 같은 버스교통뿐만 아니라 28개 노선을 가진 특수교통 통합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32개의 특수학교에 다니는 3000여명의 장애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또 노인, 장애인, 병약자 등 교통약자들이 전화를 하면 특수차량이 직접 달려가는 수요 반응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꾸리찌바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꽃의 거리’라 불리는 보행자 천국과 약 170㎞ 이상 되는 자전거 전용도로망이 구비되어 있다.
 
이제 꾸리찌바는 더 이상 브라질을 대표하는 환경도시가 아니다. 미주개발은행 총재였던 엔리키 이글레시아스가 “남미와 세계의 도시계획 모델인 꾸리찌바는 도시환경에서 하나의 국제적 준거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모아놓고 있다”고 극찬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그를 입증한다.
 
박용남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 자문위원 (ecoagend@hanmail.net)
주간조선 2004.06.10. 18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