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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생명평화 괴산순례일기6(생명평화결사, 070506)

by 마리산인1324 2007. 5. 17.

 

<생명평화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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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06/일/괴산] 군자농산/연풍천주교성지-조령관문-솔치재-송덕마을
= 만난사람 :
= 걸은거리 :



= 글쓴이 : 김주희

삼농생활문화연구소에서 아침을 맞았다. 6시반에 모두 모여 절명상을 마치고, 아침부터 푸짐한 식탁에 올라온 건강하게 생긴 음식들을 마다하지 않고 감사히 먹었다. 감사합니다.

식사 후 먼저 차로 칠성면에 있는 군자농산을 방문했다.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면서 공장 가운데 목욕탕 의자로 꾸민 자리에 앉아 푸짐한 과일과 차를 얻어먹었다. 군자봉, 비학봉이 내려다보고 있고, 앞으로는 개천이 흐르는 초록이 넘실대는 5월, 마을의 풍요로운 풍경이 이 곳 사람들의 평화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차로 ‘연풍천주교성지’를 갔다. 지역의 야생화 화가이신 송영의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과거를 보러 갔다가 회심하여 돌아와 천주교를 전하다 박해를 받은 황석두 선생 등을 처형한 형방건물들이 있는 현장이었다. 지금은 옛이야기로 남아있지만 그때 당시 박해 속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소중한 무엇이 조금은 전해져 온다.


다시 길을 나서서 우리는 조령관문을 향해 걸었다.
가는 길에 잠시 멈춰서길래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부처님 두 분이 웃고 계셨다. 절벽에 새긴 마애불좌상이었다. 보물 97호라고 한다. 도법스님은 문화재 안내판에는 ‘두 부처가 새겨져 있다’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은 10분의 부처가 뒤에 더 새겨졌다고 하셨다. 내 눈에는 열심히 보아도 한 분 정도 밖에 안 보였는데… 문화재를 조사하는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기록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러 원풍리 산골에 자리한 박찬교씨 댁에 갔다.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나로서는 창의적이고 센스가 넘치는 손길이 가득한 집에 반해버렸다. 비탈을 이용해서 그대로 이용해 만든 벽, 옥상정원, 작게 구들을 놓은 잠자리 공간, 피죽으로 만든 싱크대 문, 나뭇가지로 만든 창문살… 아저씨 말씀대로 집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은 하나하나 투박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집이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밥도 맛있었다. 보리비빔밥. 마지막 남은 고구마도 아낌없이 내 주셨다. 감사합니다. 주인장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3시가 넘어서야 해발 330m의 솔치재를 넘어 송동마을로 향했다.


길을 걸으면서 침묵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가 조금씩 익숙해져서 마음을 열면, 대화를 나누게 되기도 한다. 마리농장의 마리선녀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천식이 있으셔서 6년 동안 오르막길은 안 오르셨다는데 오늘 솔치재를 넘었다며 그 마음을 내게 나누어 주셨다. 푸른 산이 눈에 머금어 지는 국도를 내려가며 선녀님은 자신의 몸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고 치유되는 힘이 생기신 듯 했다. 그리고 하시는 공부 이야기와 일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그냥 헤어질 뻔한 인연이었지만 오늘 그렇게 만나서 참 좋았다.

저녁 6시에 도착한 송덕마을 회관 앞에서 새로 오신 분들과 함께 저녁 절명상을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했다. 찰진 잡곡밥에 귀한 나물 반찬에 마음까지 넉넉하게 얻어먹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8시쯤부터 회관에 모여 이 마을의 가장 크고 시급한 사안인 “골프장 건설 반대”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순례단들은 피곤한지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분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몰라도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함께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힘쓰고 있었다. 군수를 만나서 반대하는 입장도 전하고, 두 차례 정도 평화시위도 하고… 지난 2년 반 동안의 활동 흔적이 남겨진 ‘장연골프장 조성계획반대 대책위원회’ 일지에는 그간의 고민과 생명적 움직임이 담겨져 있었다. 마을 분들은 정직하게 움직이는 동시에 그분들 말대로 ‘농사만 천직으로 알고’ 살아와 법과 정책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공부도 하시고, 환경보존특강도 들으신 듯 했다.


주민들은 도법 스님께 자신들이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해 달라고 하셨다.
스님은 지역마다 해결 방법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법적으로 골프장 유치가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보고(국유지인 이 땅을 군청이 교환등기 형식으로 부동산 없자나 골프장 건설업자에게 팔려는 특수한 상황), 대부분이 노인인 이 곳은 인근 지역과 함께 뜻을 모아서 끊임없이 이 문제를 괴산에 알리며, 호소해야 한다고 하셨다. 가끔 군수실을 향해 절도 하라고 하신다.

군청이 마음을 바꾸길 기도한다. 왜 누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골프장건설로 잃게 되는 그 소중한 것들을 왜 못 보는 것일까?

아-대한민국. 아름답고도 답답한 나라. 온몸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