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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생명평화 괴산순례일기7(생명평화결사, 070507)

by 마리산인1324 2007. 5. 17.

 

<생명평화결사>

http://lifepeace.org/bbs/zboard.php?id=road_diary&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267

 

 

 

 

[07/05/07/월/괴산] 감물면/농활/탑동/우리농업의갈길토론회
=만난사람 :
=걸은거리



= 글쓴이 :

오전에는 감물면을 향해 1시간여를 걸어 윤영우, 이우성 님의 밭으로 향했다. 땀흘려 만들어 놓은 고랑과 이랑들이 새 식물을 키워내려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옥수수와 고추 모종을 심는 것을 도왔다. 목이 늘어진 회색 반팔 티에 맨발로 복토를 들고 밭에 서 계신 스님의 모습은 승복을 입으셨을 때 모습만큼이나 멋있으셨다.^^* 이상적이었다.

신기학교 선생님들과 주변 지역의 단기 순례팀들이 함께 즐겁게 일을 해서 그 넒은 밭이 금새 끝이 보였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성실히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평화도 이렇게 오지 않을까...

들밥을 먹고, 스님은 군청의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하러 가셨고, 순례단은 나무 그늘 아래서 뒤늦게 도착한 새참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강원도 순례를 앞두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느낌들을 나누기도 했다.

오후의 중간쯤 불정축협에서 다시 모였다. 축협장님과 스님 사이에 편한 대화들이 오고 갔고, 순례단도 음료를 대접받았다. 자본의 논리 안에서 생명평화를 찾기란 힘들겠지만, 대화하고 서로 만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그리고 괴산군 농민회 이용희 사무국장의 안내로 탑동마을에 들어섰다. 삼방리에서는 마애여래 좌상, 삼층 석탑등 불심이 담긴 오래된 조형물들이 많았다. 고려시대 때부터 그 자리에 서있었다니, 맞이하고 보낸 풍상이 벌써 얼마런가. 근처 마을이름들도 모두 불교와 관련된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지방세력이 강화되면서 그 시대에 경쟁적으로 사찰과 탑을 세웠겠지.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온 이 땅의 역사가 가슴이 다가온다. 그렇게 시간 속에서 우리도 그물코처럼 이어져 있었다.

다시 2km정도를 걸어 같은 불정면에 있는 흙살림교육장으로 왔다.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저녁은 비빔밥과 된장국. 식단이 식단인지라 젓가락 없이 모두 밥을 먹었다. 격식보다는 이렇게 필요한 것만 쓰는 것이 난 좋다.

해가 다 질 무렵 마당에 한 분 두 분 들어오셨다. 7시 반부터 ‘한.미 FTA, 우리 농업이 갈길’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김치환 씨의 장구반주에 맞추어 김장원(?)씨의 노래가 있었다. ‘에루아 디야-’라고 신나게 농가를 부르셨는데, 왜인지 신나지 못한 현시대의 농촌풍경과 대조되어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도법스님의 말씀으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걸으면서, 길이 있는 것도 같은데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한 자기고백. 우리의 고백이다. 그래도 우리는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감’을 답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한 분 한 분이 그러함으로.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대화들에 귀를 기울여 본다. 나와 우리의 진정성 있는 삶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는 이런 것 같다.
우리 농업이 살기 위해서는 친환경유기농, 생활농, 일상농, 도시농, 건강농....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정책에 요구할 일과 우리(농부,농업종사자들)가 해야 할 일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또 하지만 이전에 농민부터의 의식변화 그리고 전 국민이 농업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의 논리로 경쟁력 있는 농업이 해결인 듯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었고, 좀 더 근본적으로 흙을 살리는 것은 농부의 당연한 일이며, 망가뜨리는 것은 정부라며 회복 불가능의 지경까지 간 땅을 농부가 살리는 것이 의식의 중심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에 반해 농산물을 소비하는 권리만을 가진 소비자의 의식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함께 이 땅과 농업문제에 대해 나의 일로 여기며, 의무를 지니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아, 정말 길은 있는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는다.
토론회의 막바지에 들어, 소비자가 유기농을 먹는 것이든 농부가 땅을 살리는 것이든., 그 모든 옳은 행동은...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에 대한 태도가 회복되는 것의 결과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난 의식개혁이 우선이라는 말은 이제 좀 재미없게 들린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실천해나가는 원동력, 생각의 힘은 바른 의식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이제 괴산 순례를 마치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서...
실사구시를 위해서 역시나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명평화 위기의 시대에서 실력은, 실천을 위해 자유롭게 구상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다.
실력! 을 기르자. 가슴으로 농업을 보게 한 좋은 토론회, 괴산순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