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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상 여행

강화도 창후리 포구 풍경(오마이뉴스 070502)

by 마리산인1324 2007. 5. 19.

 

<오마이뉴스> 2007-05-02 09:00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7770

 

 

 

"어때, 이 포구 조용하고 참 좋지?"

인천광역시 강화도 창후리 포구 풍경
    이승철(seung812)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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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후리 선착장풍경
ⓒ 이승철
꽃이 한창인 봄철에는 너도나도 꽃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붐비는 곳은 어김없이 꽃이 흐드러진 곳들이다. 벚꽃축제와 진달래 축제가 끝나고 나면 뒤이어 철쭉제가 이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또 철쭉명산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꽃동산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즈넉한 포구를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포구라고해서 모두 조용하진 않다는 것이다. 유명한 포구들은 꽃동산보다도 더 시끌벅적하게 붐비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포구로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구는 아마 소래포구일 것이다. 그래서 소래포구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그만큼 유명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몰려든 차량들로 길이 막혀 고생하기 십상이다.

김포의 대명포구나 강화도의 외포리포구도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그럼 어느 포구를 찾아간단 말인가.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포구, 바로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에 있는 창후리 포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바다의 호젓한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면...

▲ 물때를 기다리다 배위에서 잠든 어부
ⓒ 이승철
▲ 건너편의 교동도를 배경으로 포구로 돌아오고 있는 어선
ⓒ 이승철
지난 주 창후리 포구를 찾은 날은 날씨도 포근하고 햇볕 따사로운 전형적인 봄날의 오후였다. 포구는 여느 시골마을처럼 조용한 정적에 젖어 있었다. 역시 강화 섬에서 이 계절에 가장 고즈넉하고 한적한 포구라고 찾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전에는 강화도를 찾으면 으레 서남해안이었다. 강화도를 찾는 다른 여행객들도 일반적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광성보 등 사적지가 즐비한 서남 해안 지역을 즐겨 돌아본다. 조금 멀리 간다고 해봤자, 외포리 포구까지 가서 카페리를 이용하여 석모도를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봄 바다의 호젓한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면 창후리 포구가 가장 적합하다. 친구의 안내로 찾은 이날의 포구풍경이 그랬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평일의 봄 바다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 쓸쓸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오히려 마음을 평안함과 낭만으로 가득히 채워준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포구 방파제에 서보라. 검푸른 바다 너머 단아한 선비의 자태를 연상시키는 교동도가 시야 가득 다가오기도 한다. 교동도는 고려조와 조선조 왕족들의 유배지였다. 정쟁에서 밀려난 선비들이 한양에서 먼 곳인 전남 해남지역으로 보내진 반면, 왕족들은 동정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우면서도 완전 격리된 곳으로 보내졌다.

▲ 어선의 이름을 딴 포구의 횟집들
ⓒ 이승철
▲ 울타리에 널어 말리는 생선들
ⓒ 이승철
저 교동도가 바로 가장 적당한 곳이었던 셈이다. 무신 최충헌에 의해 쫓겨난 고려 21대 왕 희종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의 안평대군과 임해군, 능창대군, 연산군 등 11명의 왕족이 교동도로 유배되었다. 교동도에는 '강화도령'으로 유명한 철종이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 먼 친척 중 한 사람이 모함으로 피살되자 두려움에 떨며 이곳에 피신해 있었기에 '철종 잠저소'라는 곳도 있다.

섬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이 강화도에서도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교동도에서는 역사의 숨결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이곳 바닷가는 여느 바다와 달리 썰물로 물이 빠진 거무스름한 갯벌 곳곳에 발목이라도 잡힌 듯 널브러져 있는 배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더구나 드넓게 드러난 갯벌 위에는 섬세한 발자국을 남기며 종종걸음으로 갯벌을 누비는 갈매기들의 모습이 유별나다.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마침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어서 거센 물결을 일으키며 흘러들어오는 바닷물이 마치 장마철의 흙탕물이 흐르는 강을 연상시킨다.

선착장 옆에 주저앉아 있는 배 위에는 밀물에 때맞춰 출어를 기다리던 어부 한 명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깊은 잠에 떨어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바닷물의 수위가 조금 높아지자 곧 교동도에서 온 듯한 연락선이 한 떼의 사람들과 자동차들을 토해낸다.

한적한 포구의 풍경

▲ 밀물을 기다리는 어선과 갯벌의 갈매기들
ⓒ 이승철
▲ 들마루에 널어말리는 생선들
ⓒ 이승철
오른편 언덕 아래의 바닷가에는 '창후리 황복마을'이란 큼지막한 입간판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맛좋기로 소문난 황복의 집산지로, 황복 특유의 쫄깃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황복철(매년 5~10월)도 이제 막 시작되었단다. 그러나 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숭어와 생새우 그리고 밴댕이회는 아직 싼값으로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선착장 옆에는 00호, 00호 등의 간판을 내건 어부들이 운영하는 횟집들이 많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우리 일행들도 바닷가 쪽의 한 집을 찾아 숭어회를 시켰다.

가게 바깥쪽의 넓은 마당은 주차장 겸 생선 판매장이다. 찾은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가해서인지 내 놓은 생선들도 많지 않았지만 골라서 사들고 가는 사람도 보인다. 집집마다 몇 사람씩 둘러 앉아 생선회를 먹으며 담소하는 모습이 정말 한적한 포구의 풍경이다.

우리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는 창문 바깥쪽은 바로 바다다. 바다 수로에서는 갈매기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수선을 떨고 있었다. 몇 마리씩 날아와 물속을 헤엄치며 장난도 치고 쫓고 쫓기기도 하다가 날아가 갯벌 위에서 예의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이 정겹기 짝이 없다.

우리들이 숭어회를 먹고 있는 동안 50대 중반 쯤의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이 들어온다. 앉을자리가 좁아 우리들이 좁혀 앉으며 자리를 권하자 옆자리에 앉는다. 역시 서울에서 왔다는 그들도 황복이 아니라 숭어회다.

▲ 강물처럼 거센 기세로 밀려오는 밀물
ⓒ 이승철
▲ 밀물에 뒤뚱거리는 어선
ⓒ 이승철
그리고 복요리는 일반 음식점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맹독이 들어있는 복요리는 복요리사라는 특별한 자격증을 갖춰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커피 한 잔씩 할 수 있을까요?"

숭어회 한 접시를 먹고 나자 커피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주인아주머니는 "그럼요, 드려야죠"라며 싱긋 웃고 곧 주전자의 물을 끓여 커피를 내 놓는다.

밖으로 나오다가 일행 두 명은 마른새우와 싱싱한 새우를 각각 샀다. 값이 생각보다 싼 편이다. 가게 앞에는 들마루 위에 생선을 펴놓고 말리고 있었다. 팔리지 않은 생선은 이렇게 말려 놨다가 손님들에게 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선착장에도 주차장 옆 울타리에도 생선들을 말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거 저렇게 말린 생선도 찌개나 구워 먹으면 맛이 그만이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일행 한 명은 말린 생선도 한 묶음 사서 차에 싣는다.

"어때, 이 포구 조용하고 참 좋지?"

창후리 포구를 처음 소개했던 친구가 우리들의 느낌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여기 정말 좋은데, 한적하고 생선회도 싸고, 또 바다와 갯벌 풍경까지 그만인 걸."
"역시 그렇지."

친구는 다른 일행들도 좋다고 하자 기분이 매우 좋은 모양이다.

▲ 됫박으로 파는 말린 새우
ⓒ 이승철
주차장을 나오기 전에 다시 바다 쪽을 바라보자 그 사이 밀물이 거의 만조에 이른 바다가 석양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포구 창후리는 그렇게 봄 햇살 속에 여전히 조용한 모습이었다.

"부우~웅!"

그 정적을 깨기라도 하려는 듯 저 만큼 들어오는 연락선에서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뱃고동소리가 신호였을까. 공연스레 마음 한 자락이 얼얼해 지는 것은 또 웬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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