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7-07-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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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성황천이 지즐거리며 흘러내리고 500살 넘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선 소백산 준령 성인산과 보광산이 마주 보는 골짜기. 1970년 새마을운동 충북 최우수마을로도 뽑혔다는 괴산 사리면 수암골에 단아한 한옥 '징검돌'이 뚝딱 놓이더니 자연과 사람을 좋아하는 '청산'과 '달마당'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오순도순 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얼싸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문화가 충돌하는 문화사랑방 '징검돌'. 이 집의 바깥주인 '청산' 정순오씨는 집터를 이렇게 부릅니다. 독학으로 배워 몸소 지은 한옥만 벌써 세 채입니다. '달마당'이라 불리는 안주인 나미희씨는 옆 마을로 천연염색을 배우러 마실 나갔습니다. 역시 마실 중인 어머니와 부부, 딸 다린이와 아들 다빈이, 그리고 얼마 전 호주에 살다 돌아온 동생 부부가 같이 살기 시작해 모두 일곱 식구입니다. 마당에는 강아지 네 마리. 사는 식구에 비해 집은 많이 커 보인다 싶을 정도로 번듯합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라 할 만합니다.
"3년 동안 노는 듯 쉬엄쉬엄 지었어요. 마을 사람들도 늘 친구들이 찾아와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언제 지었냐며 신기해 했어요. 아내는 저보고 늘 놀듯이 일한다고 해요." 벗을 좋아하는 청산은 찾아오는 벗들도, 힘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수많은 벗들이 찾아와 기왓장 하나라도 얹어주고 갔고, 귀농인들도 단체로 몰려와 집짓기 놀이하듯 힘을 나눠주고 갔습니다. 500평의 넓은 땅에 대궐같이 보이는 집이지만 돈으로 지었다기보다 사람으로 지었다고 할만 한 '사람이 짓고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여기로 이사 오기 전까지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 쪽에서 어머니, 아내와 함께 한정식을 팔면서 서예교실, 태껸교실도 열고 시낭송회와 공연도 하는 '문화공간 민들레울'을 7년 동안 꾸렸었지요. 그런데 그 집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었어요. 집을 빌려준 주인이 한식당을 직접 하겠다고 해서..."
청산과 달마당의 사랑과 평화 이야기 "달마당은 저보다 더 시골살이를 좋아합니다. 대한항공에서 탁구선수를 했어요. 전형적인 도시처녀였지요. 더군다나 저는 직장 한번 가져본 적도 없고, 나이도 세 살 더 적은데다가 이렇게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이니 저 같은 사람을 만나 살 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다고 해요."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되새기는 청산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둔 행복한 남자의 웃음을 감추지 않습니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의정부에서 찻집을 하고 있었어요. 그 찻집에 놀러갔다 달마당을 처음 본 거지요. 아내는 '어떻게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네요. 험한 세상과 싸워 살아가기에 너무도 부족해 보이는 비무장 상태의 제 모습에 아내가 보호본능을 느낀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제 발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니 참..."
"대안학교 문화체험도 받고 매실, 골담초도 키우고, 생태뒷간도 짓고 할 일이 많아요. 이제 여기 터를 잡은 지 3년째인데 이제 집도 다 지었으니 먹고 살 궁리도 슬슬 시작해야죠." 먹고 사는 걱정이 어울리지 않는 청산이 직접 쓰고 묶은 근사한 수제 달력을 하나 건넵니다. 고 김종삼 시인의 시 '평화롭게'가 표지를 대신합니다.
징검돌에 살아가는 청산 가족은 물론, 우리 모두가 굳이 전원에 살려 애를 쓰는 너무도 명백한 이유이자 목적이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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