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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시골에 사는 즐거움, 아시나요?(오마이뉴스 070806)

by 마리산인1324 2007. 8. 26.

 

<오마이뉴스> 2007-08-06 11:42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26650&ar_seq=

 

 

 

"짱나 시골" 하던 아들,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 아시나요?
    이우성(namu1022)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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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내려와 산 지 6년 만에 충북 괴산 박달산 아래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25평 본채와 3평 손님방을 나무와 흙, 돌로 지었습니다. 물론 기초는 콘크리트로 하구요. 3평 별채에 누워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노을이 바라다보이는 풍경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 시골 내려온지 6년만에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어 이사했습니다.
ⓒ 이우성
▲ 25평 본채입니다. 한 아궁이에서 불을 때 거실난방까지 합니다.
ⓒ 이우성
개량형 구들로 집 전체를 난방하고 태양열을 모아 온수통 물을 식지 않게 하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연료비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임을 온 천지가 다 아는지라 집앞 텃밭에서 푸성귀 뜯어 반찬하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는 것이 시골 사는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지혜지요.

밥상을 차리면 내 손으로 기른 것들로 만든 반찬 가짓수를 세는 것이 제일 큰 즐거움입니다. 해물과 가끔 올라오는 고기 반찬을 빼고 자급률이 한 60% 정도는 될는가 모르겠습니다.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지요.

"짱나, 시골" 하던 작은 아들의 변화

▲ 노을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3평짜리 별채를 지었습니다. 손님방입니다.
ⓒ 이우성
"산처럼 새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어 박달산 기슭에 집짓다."

지난 봄, 집 상량할 때 상량문에 제가 쓴 글입니다. 산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는 여유와, 새처럼 자유스럽게 깊고 넓게 바라보는 시선, 나무처럼 누구에게나 그늘 내어주고 숨 쉴 공기를 만드는 일, 꿈일테지요.

그렇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곧 사람이 할 일 아니겠어요? 집 앞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리집 대문입니다. 어디서 보든지간에 그 나무 품새가 넓고 깊은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땅에 집을 지을 생각을 한 것은 이 나무 덕분입니다.

▲ 느티나무 한 그루가 집 입구에 있습니다. 그 너른 품새를 닮고 싶습니다.
ⓒ 이우성
새로 지은 집에 이사하고 처음 한동안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작은 아들놈은 조금 투정이 심했습니다. 시골 내려와 사는 것도 못마땅한데 아주 산골로 와 학교 다니는 시간 많이 걸리는 것이 못마땅했던 거지요. 어느 날 펼쳐진 아들놈 일기장엔 "짱나, 시골" 하는 소리가 빽빽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어느 토요일밤, 아들놈 손 잡고 집 옆으로 흐르는 개울가로 데려갔습니다.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서 돌을 들어올리니 가재가 보입니다. 아이가 탄성을 지릅니다. 신발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아, 대박이야"를 연발합니다.

아들도 간신히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는 길에 다 썩어가는 나무에 불빛을 비추니 사슴벌레가 보입니다. 아이는 또 박수를 칩니다. 집에 돌아와 톱밥으로 집을 만들고 설탕 몇 숟가락을 넣고 사슴벌레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재와 사슴벌레를 관찰하고 먹이 주는 일이 이사 후 정을 못 붙이던 아이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물 때문인지 환경이 바뀐 가재가 며칠 만에 죽자 아이는 사슴벌레도 풀 숲에 살려주었습니다.

▲ 매일 유정란을 만들어주는 닭이 8마리입니다.
ⓒ 이우성
아들의 즐거움은 또 있습니다. 우리집에 기르는 수탉 한 마리와 암탉 8마리는 매일 새벽 3시부터 울어 일찍 잠을 깨우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매일 7~8개의 유정란을 낳습니다. 그 계란을 프라이 해서 먹는 것도 작은 아들의 즐거움이요. 닭에게 모이주고 산책시키는 것도 큰 일과입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집 백구, 아무나 좋아해서 집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흠이지만 사람 잘 따르는 것은 이놈 만한 게 없습니다. 먹이 주고 물 주고 함께 뛰며 산책하는 것도 작은아들놈의 저녁 일과이지요.

그렇게 함께 뛰어다니면서 뭇새와 풀과 돌, 나무에게 눈길 주던 아이가 자라면 세상을 좀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오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신비한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서 작은 것의 가치를 조금은 느끼지 않을까요.

▲ 진돗개이름이 나무입니다. 너무 사람을 좋아합니다.
ⓒ 이우성
다시 봄이 되면 계란을 넣어주고 부화시키고 날라리 기와집에 사는 백구의 아들들이 태어나면 우리 아이는 또 얼마나 박수를 칠까요. 시골 사는 즐거움, 아주 작은 씨앗하나가 땅에 묻혀 자라 주렁주렁 열매를 맺듯 아이가 박수치고 좋아할 일, 아직 시골에는 끝이 없습니다.

▲ 거실모습, 밖으로 난 문에 뒷편 박달산 풍경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 이우성
▲ 마당 바로 앞에는 농사짓는 밭입니다. 문전옥답인 셈이지요. 옥수수 수확을 마치고 기장과 김장배추가 들어갑니다.
ⓒ 이우성
시골에 일찍 못내려운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아이들 몸에, 정신에 도회지 습관이 길들여진 후에 내려오면 곡절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내려온 작은 아이가 6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 어떤지 시간 되는대로 올려 보겠습니다.
  2007-08-06 11:42
ⓒ 2007 OhmyNews